-김유택 아들 김진영, “농구 잘하고 팬 서비스도 완벽한 선수 꿈꾼다”

-“프로 데뷔전 활약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워”

-“외국인 선수 활용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지금보다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유명한 선수 되고 싶다”

서울 삼성 썬더스 가드 김진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서울 삼성 썬더스 가드 김진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용인]

2019년 12월 3일 부산사직체육관. 농구계의 눈이 경기에서 패한 서울 삼성 썬더스 신인에게 향했다. 주인공은 지난해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 3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고려대학교 출신 슈팅 가드 김진영(22).

김진영은 이날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1쿼터 교체로 코트를 발은 김진영은 신인답지 않았다. 거침이 없었다. 속공으로 첫 득점을 올린 김진영은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빠른 발과 화려한 스텝으로 KT 골밑을 헤집었다. 3점슛은 3개를 던져 모두 넣었다. 25분 20초간 코트를 누빈 김진영의 데뷔전 기록은 16득점 6리바운드.

농구계는 김진영의 데뷔전을 그 아버지에 그 아들로 표현했다. 김진영의 아버지는 1980년대 한국 농구 대표팀의 골밑을 책임진 전설 김유택 해설위원이다.

창창한 앞날을 예고한 김진영. 그러나 농구계 기대와 달리 데뷔전 이후엔 조용했다. 지난 시즌 20분 이상 코트에 나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경기는 데뷔전이 유일했다. 2019-2020시즌 기록은 15경기 출전 평균 2.7득점, 1.1리바운드였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게 너무 아쉽습니다. 부족한 걸 많이 느꼈어요. 새 시즌엔 다른 겁니다.엠스플뉴스가 프로 2년 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진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년 차 시즌 준비 중인 김진영 “삼성 유니폼 입고 농구가 직업이란 걸 느낍니다”

김진영(사진 오른쪽)은 7월 28일 한양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 15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90-77)를 이끌었다(사진=KBL)
김진영(사진 오른쪽)은 7월 28일 한양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 15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90-77)를 이끌었다(사진=KBL)

서울 삼성 썬더스는 6월 1일부터 2020-2021시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프로 입단 후 처음 시즌 준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2020-2021시즌 준비를 시작한 지 두 달이나 지났습니다. 시간이 무서울 정도로 빠른 것 같아요. 삼성은 2월 28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을 끝으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KBL이 코로나 19로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예정보다 일찍 휴식기에 돌입했죠. 두 달 휴가는 재활 센터에서 보낸 것 같아요(웃음).

부상이 있었던 겁니까.

무릎이 안 좋았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새 시즌을 치르고 싶은 마음에 재활에 몰두했죠. 코로나 19로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고요. 2년 차 시즌엔 프로다운 경기력을 보일 겁니다.

프로다운 경기력이요?

대학교 때까진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었어요. 프로는 다릅니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어요. (최)진수 형이나 팀 선배들을 보면서 ‘괜히 프로가 아니구나’란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나서 농구가 직업이란 걸 느껴요. 잘해야 합니다.

한국 U-18 농구 대표팀에서 활약한 대형 유망주입니다. 삼성의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대학 입학을 고민하기 전까진 마음 편히 농구 한 것 같아요(웃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가 재밌어서 꾸준히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프로농구 선수에 도전한 게 아니에요. 한국 최고의 농구 선수란 큰 꿈만으로 농구 했죠. 18살에 태극마크를 달고 장래에 대해 깊이 고민했습니다. 농구 실력이 확 늘었어요.

국제무대 경험의 힘입니까.

한국 18세 이하 선수 중 최고의 기량을 갖춘 이가 모인 팀에서 땀 흘렸습니다. 많은 걸 배우고 느꼈죠. 체계적으로 운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전보다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농구는 할수록 재밌어요.

농구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겁니까.

초등학교 땐 아버지가 해설하는 경기를 따라다녔어요. 전국을 돌았습니다(웃음). 농구의 매력을 알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어요(웃음). 농구부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농구만 했습니다. 친구들이 축구 할 때 혼자서 농구 한 적이 많았죠. 농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표현하긴 어려워요. 그냥 좋습니다.

“프로 지명 순간? 예상보다 빨리 불려 당황”

2019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3순위로 서울 삼성 썬더스 유니폼을 입은 김진영(사진=KBL)
2019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3순위로 서울 삼성 썬더스 유니폼을 입은 김진영(사진=KBL)

프로 데뷔 시즌 슈팅 가드로 뛰었습니다. 농구를 시작한 이후 쭉 가드 포지션을 소화한 겁니까.

농구를 처음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드로 뛰었어요. 고교 시절부턴 팀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였죠. 속공과 돌파는 자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김선형(서울 SK 나이츠) 선배와 비슷하다는 말씀해주세요. 영광입니다(웃음).

고려대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도전했습니다. 2019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3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죠. 예상했습니까.

개인적으론 4, 5순위를 예상했어요. 제 이름이 불리고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예상보다 빨리 이름이 불려 살짝 당황했어요. 특히나 삼성은 많은 선수가 꿈꾸는 팀입니다.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12월 3일 부산 KT 소닉붐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16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어요. 농구계가 깜짝 놀랐습니다.

프로 데뷔 시즌 꾸준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아쉬워요. 데뷔전에서도 더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했습니다. 부족한 게 많아요. 그리고 신인 선수 가운데 (허)훈이 형처럼 농구계 눈을 사로잡는 활약을 펼친 이가 없었습니다. 데뷔전 활약이 주목받은 이유인 것 같아요. 2년 차 시즌엔 꼭 꾸준한 활약을 보이고 싶습니다.

꾸준한 경기력이 2020-2021시즌 목표군요.

프로 입단하면서 딱 한 가지만 생각했어요. ‘빨리 적응해야 한다’였죠.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추어 때와 달리 모든 게 체계적이었어요. 특히나 외국인 선수와 함께 뛴 건 처음이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외국인 선수가 팀 중심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사실이죠. 프로 선수는 외국인 선수의 강점을 활용해야 해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외국인 선수는 기량이 뛰어나요. 상대는 더블팀을 자주 시도하죠. 그때 내국인 선수는 슛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수비 시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는 데 도움을 줘야 하고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몸이 안 따랐어요(웃음). 새 시즌엔 외국인 선수와 좋은 호흡을 보이겠습니다.

이상민 감독이 새 시즌 김진영의 포인트 가드 활용을 예고했습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걸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감독님은 선수 시절 전설적인 포인트 가드였습니다. 많이 배워서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지금은 부족합니다. 남은 기간 철저히 준비해서 새 시즌엔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야죠. 인생을 바친 농구예요.

인생을 바친 농구다?

어떤 선수든 최고를 향해 나아갑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농구만 했습니다. 인생을 바친 거예요. 그렇게 프로가 됐습니다. 프로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농구장을 찾는 팬 덕분에 존재해요. 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프로의 자격이 없는 거죠.

감독이 흐뭇해 할 것 같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웃음). 감독님은 공격은 자유롭게 플레이하길 원합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하라고 하세요. 수비는 다릅니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수비력이 있어야 해요. 감독님이 세세하게 가르쳐주십니다. 코트 위 야전사령관답게 경기 운영법도 알려주시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농구 잘하고 팬 서비스도 완벽한 선수를 꿈꿉니다”

프로 2년 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진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프로 2년 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진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새 시즌 훈련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많이 힘듭니다(웃음). 프로는 준비 과정부터 달라요. 이걸 이겨내면 한층 성장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나 팀 막내예요. 누구보다 열심히 할 때죠.

7월 28일 새 시즌 훈련 시작 후 첫 연습경기를 치렀습니다. 한양대전에서 90-77로 이겼어요. 이 경기에서 15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의미 있는 경기였습니다. 프로 입단 후 첫 비시즌 연습경기였어요.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웃음).

아버지가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해준 말은 없습니까.

‘네 농구 인생이다. 알아서 하라’고 하십니다(웃음). 프로 첫 시즌을 앞뒀을 땐 부담이 컸어요. 김유택의 아들로 농구계 눈을 사로잡은 까닭이죠. 전 처음부터 잘해야 하는 선수였어요. 하지만, 이젠 신경 쓰지 않습니다. 부담이 크면 제 기량을 펼칠 수 없다는 걸 느낀 거죠. 아버지 말씀대로 김진영의 농구 인생이에요. 팀 훈련 성실히 임하고 개인 훈련 빼먹지 않겠습니다. 아버지 못지않은 선수로 나아갈 거예요.

아버지 못지않은 선수면 KBL 레전드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게 나아가기 위해선 지금이 중요합니다. 프로에선 매 순간 온 힘을 다해야 해요. 그래야 나아갈 수 있죠. 프로 첫 시즌을 뛰면서 아주 좋았던 게 하나 있어요.

어떤?

팬입니다. 매 경기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고 뛰었어요. 팬들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응원을 보내줍니다. 제가 경기에서 뛰지 못한 날엔 격려를 아끼지 않죠. 프로농구 선수 꿈꾸길 잘했다 싶어요(웃음). 팬들에게 웃는 날들을 선물하고 싶어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건 당연합니다. 여기에 팬 서비스를 약속하겠습니다.

확실한 팬 서비스요?

팀이 패하는 날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는 게 팬입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음 경기에 다시 응원해주시죠. 경기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이상의 팬 서비스를 해드리고 싶어요. 고민하겠습니다. 뛰어난 실력과 팬 서비스를 겸비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꿈같은 선수입니다.

팀이 2016-2017시즌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 이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어요. 새 시즌엔 다른 결과를 내는 데 꼭 힘을 더하겠습니다. 더 많은 팬이 삼성을 찾고 김진영을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들게요. 농구 잘해서 지금보다 유명해지고 싶은 꿈, 선수라면 누구든 꾸지 않나요?(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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