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프로 데뷔 첫 비시즌 훈련 오리온과 함께한다

-“한여름 고양체육관이 낯섭니다”

-“(장)재석이 형이 떠난 건 아쉽지만 대박 영입이 있습니다”

-“관중 입장 시작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열렬히 응원합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파워 포워드 이승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파워 포워드 이승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고양]

2014년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추일승 전 감독은 고려대학교 이승현(28)의 이름을 외쳤다.

이승현은 프로 첫 시즌부터 오리온의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강한 힘을 앞세운 골밑 플레이는 물론 확률 높은 외곽슛을 장착했다. 그해 최우수신인상은 이승현의 몫이었다. 2015-2016시즌엔 챔피언 결정전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 이전 후 첫 우승을 이끈 것.

이승현은 KBL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매해 여름 태극마크를 달았다. 시즌을 마치면 한국 농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이승현은 프로 데뷔 후 오리온의 비시즌 훈련을 온전히 소화한 적이 없다. 올해 6월 역시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이 예정돼 있었다.

코로나 19가 이승현의 올여름 일정을 바꿨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최종예선이 내년 6월 29일~7월 4일로 밀렸다. 이승현은 올여름 오리온의 비시즌 훈련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프로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엠스플뉴스가 한여름 고양이 낯설다는 이승현을 만났다.

이승현 “한여름 고양체육관이 낯섭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팀과 함께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이승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프로 데뷔 후 처음 팀과 함께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이승현(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6월 1일 2020-2021시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 중입니까.

계획대로 척척 나아가고 있습니다. 6월엔 코트에서 뛸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두 달 휴식 후 훈련을 시작한 까닭에 아주 힘들었죠. 하나하나 이겨내고 있습니다. 7월부턴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하고 있어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죠. 비시즌 팀과 함께하는 건 처음이라서 의욕이 넘칩니다(웃음).

비시즌 팀과 함께하는 게 처음입니까.

2014-2015시즌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에 몸담았던 시절(2017, 2018)을 빼면 프로 6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네요. 그런 제가 한여름 오리온과 함께하는 게 처음입니다. 매해 여름이면 한국 농구 대표팀에 합류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고양체육관이 낯섭니다(웃음). 지금 여기에 있어도 되나 싶어요.

한여름 국가대표팀이 아닌 오리온에서 시즌을 준비해보니 어떻습니까.

체력 훈련이 보통 힘든 게 아니란 걸 느꼈습니다. 웬만한 훈련은 참고 버티는 데 정말 힘들어요(웃음). 딱 한 가지만 생각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성과는 확실할 것 같아요. 하루하루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나면 뿌듯합니다(웃음).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죠. 국가대표팀에 있을 땐 국제대회 참가로 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했어요. 소속팀에선 4달 넘는 시간 동안 몸을 만듭니다. 다를 수밖에 없죠. 동료들과 조직력을 완성하면 새 시즌엔 예년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고양 오리온 파워 포워드 이승현 시즌별 기록(표=엠스플뉴스)
고양 오리온 파워 포워드 이승현 시즌별 기록(표=엠스플뉴스)

오리온은 새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줬습니다. 2011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팀을 이끈 추일승 전 감독의 빈자리를 강을준 감독이 메웠습니다.

큰 변화죠. 먼저 추일승 전 감독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팀이 지난 시즌 최하위(10위)를 기록했어요. 성적 부진 책임을 감독님이 홀로 떠안았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방법은 새 시즌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강을준 감독님과 새로운 마음으로 잘 준비해야죠.

강을준 감독의 오리온, 비시즌부터 차이가 있습니까.

감독님마다 농구 철학이나 추구하는 스타일 등이 다릅니다. 새 시즌 오리온은 예년보다 과감한 공격 농구를 보일 거예요. 강을준 감독님은 과감하고 자유로운 공격 농구를 강조합니다. 슛 기회를 잡으면 주저해선 안 됩니다. 던져야 해요. 감독님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해설위원으로 널 유심히 지켜봤다. 슛 기회에서 자주 머뭇거린다. 안 들어가도 좋다. 일단 던져라”고 하십니다(웃음). 대학팀과 연습경기부터 실천하고 있어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쏴요.

강을준 감독의 수비 훈련은 어떻습니까.

수비 훈련은 많은 팀이 비슷할 것 같아요. 수비는 개인보다 팀이 중요합니다. 감독님이 한 가지 강조하는 건 수비에 성공해서 바로 속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비도 공격적인 겁니다(웃음). 새 시즌 시원시원한 농구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대성이 형이 새 팀 선택할 때 일부러 전화 한 통 안 했습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이대성(사진=KBL)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이대성(사진=KBL)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큰 변화는 또 있습니다. 먼저 내국인 센터 장재석이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로 향했습니다.

참 좋은 형인데... 아쉽습니다(웃음). 하지만, 프로의 세계예요. (장)재석이 형 선택을 존중합니다. 응원할 거예요. 단, 오리온과 대결에선 긴장해야 할 겁니다. 양보 없어요.

장재석이 떠나면서 홀로 골밑을 책임져야 합니다. 강을준 감독은 “(이)승현이의 백업이 없는 게 큰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더 땀 흘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한 발 더 뛰어야죠(웃음). 그렇다고 크게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오리온엔 리바운드 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아요. (허)일영이 형, (최)진수 형 등은 골밑 수비부터 리바운드 능력이 우수하죠. 새 시즌 주전 가드로 뛸 (이)대성이 형도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습니다. 재석이 형의 공백을 잘 메울 거예요.

장재석은 떠났지만 이대성이 새로이 합류했습니다.

‘대박’ 영입이죠(웃음). 대성이 형과 아주 가까운 사이에요. 하지만, 대성이 형이 새 팀 선택할 땐 연락을 안 했습니다. 대성이 형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마음속으로 외쳤죠. ‘오리온을 선택하라’고. 대성이 형의 합류가 확정되고 아주 기뻤습니다. 오리온이 농구계로부터 많이 들은 말이 있어요.

오리온은 가드진이 약점이다?

그런 평가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어느 한 선수가 부진해서 패하는 경기는 없습니다. 팀이 상대보다 부족한 까닭에 경기에서 패하는 거예요. ‘가드진의 부진’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팀에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한 나를 원망했죠. 대성이 형이 합류하면서 가드진은 물론 팀 전체가 한층 강해졌습니다.

이대성은 “한국 최고의 파워 포워드인 (이)승현이와 함께 뛸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과찬입니다. 대성이 형과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했어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랄까. 서로를 잘 압니다. 대성이 형은 공격력이 아주 뛰어나요. 형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많이 도와야죠. 대성이 형이 상대 골밑을 헤집으면 동료들에게도 많은 공격 기회가 생길 겁니다. 기대가 커요.

“관중 입장 시작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응원합니다.”

팀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이승현(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팀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이승현(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새 시즌 미국 프로농구(NBA) 통산 207경기에 출전한 제프 위디(213cm), 첫 국외 리그에 도전하는 디드릭 로슨(206cm)과 함께 합니다.

힘과 높이, 리바운드, 수비 등에 강점이 뚜렷한 선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외국인 선수들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 같아요. 예년보다 체력, 리바운드, 수비 등의 부담이 줄 것 같습니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다치지 않는 거예요. 지난해 주전 외국인 선수였던 마커스 랜드리가 개막전 포함 3경기 만에 아킬레스건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한 기억이 있습니다. 건강하게 새 시즌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새 시즌 오리온을 포함해 외국인 선수 면면이 화려합니다. 안양 KGC 인삼공사 얼 클락은 미국 프로농구(NBA) 통산 276경기 출전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MVP 자밀 워니(서울 SK 나이츠), 2019-2020시즌 득점 1위 캐디 라렌 등도 건재합니다.

예년보다 좋은 선수가 많이 올 것이란 얘긴 들었어요. 그런데 외국인 선수의 기량은 새 시즌에 돌입해야 알 수 있습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NBA 출신으로 농구계 눈을 사로잡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선수가 여럿입니다. 부상으로 일찍이 짐을 싼 경우도 많죠. 외국인 선수들과 손발 맞추고 시즌에 돌입해봐야 성패를 알 수 있습니다.

2020-2021시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새 시즌 개막 전 한 가지 바람이 있어요. 요즘 프로야구(KBO리그)와 프로축구(K리그)를 챙겨보고 있습니다.

KBO리그와 K리그요?

KBO리그와 K리그가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응원하고 있어요. KBL은 지난 시즌 출범 첫 무관중 경기를 경험했습니다. 다신 텅 빈 코트를 누비고 싶지 않아요.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팬이 있어야 흥이 나고 한 발 더 뛰게 된다는 걸 확인했어요. 코로나 19 걱정 없이 스포츠 관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야구와 축구가 증명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농구도 팬과 함께 새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오리온은 2월 29일 KGC와의 무관중 경기를 끝으로 2019-2020시즌을 마쳤습니다. 팬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어요. 2020-2021시즌 팬들을 다시 만나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프로농구 선수는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야죠(웃음). 아픈 곳 없이 새 시즌 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수가 팬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팬과 다시 만난 기쁨을 코트 위에서 표현하겠습니다. 모두가 코로나 19 대비 잘해서 새 시즌 개막전엔 꼭 팬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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