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수술 성공적으로 마친 허일영, 새 시즌 준비 이상 없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몸이 가장 좋을 때 부상이 찾아왔어요”

-“감독님과 선수단의 원활한 소통, 주장이 앞장서야죠”

-“무더운 여름, 장발을 유지할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고양 오리온 주장 허일영의 1년 전(사진 왼쪽부터)과 현재 모습(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주장 허일영의 1년 전(사진 왼쪽부터)과 현재 모습(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고양]

자를까 말까 고민입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훈련 중 유독 눈에 들어온 주장 허일영의 얘기다.

짧고 단정한 머리를 고수하던 허일영의 머리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 1월부터 머리를 길렀다. 허일영은 긴 머리를 머리띠로 동여매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허일영은 머리를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며 코로나 19가 겹쳐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허일영이 머리 스타일에만 신경 쓰는 건 아니다. 2009-2010시즌 데뷔한 허일영은 오리온의 주장이다. 지난 시즌 오리온은 KBL(한국프로농구연맹)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10위)를 기록했다. 허일영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21경기를 뛰었다. 프로에서 뛴 10시즌 가운데 가장 적은 경기 수를 기록한 것.

코트 밖에서 흔들리는 팀을 지켜봤습니다. 팀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고통스러웠어요.허일영의 지난 시즌 회상이다. 엠스플뉴스가 장발로 변신한 허일영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일영 “몸이 가장 좋을 때 항상 부상이 찾아왔습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주장 허일영(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주장 허일영(사진 맨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6월 1일부터 2020-2021시즌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두 달이 지났습니다.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습니까.

저만 잘하면 됩니다(웃음). 종아리가 안 좋아서 한동안 개별 훈련을 진행했어요. 강을준 감독에게 몸을 만들어서 훈련에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죠. 8월 3일 팀 훈련에 복귀했습니다.

새 시즌 팀에 변화가 있습니다.

2011년 4월부터 팀을 이끈 추일승 전 감독님의 뒤를 이어 강을준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았죠.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감독님은 밝은 훈련 분위기를 중요시해요.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갑니다. 농담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자신감도 불어넣어 주죠. 선수들도 바뀐 분위기에 빠르게 적응해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지가 있어요.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의지요?

개인적으론 만족하기 힘든 시즌을 보냈습니다. 부상으로 21경기밖에 뛰지 못했어요. 2009-2010시즌 프로에 데뷔한 이후 최소 경기 출전이죠. 팀은 최하위(10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습니다. 전 오리온의 주장이에요. 팀이 힘들 때 코트 밖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새 시즌엔 정말 다치고 싶지 않아요.

2019-2020시즌을 마치기 전 발목 수술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19로 시즌이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습니다. 그 전에 수술을 결정했어요. 2월 29일 안양 KGC 인삼공사전 이후 리그가 잠정 중단된 때였죠. 오른쪽 발목 통증이 심했어요. 이를 참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왼쪽 발목에도 무리가 갔죠.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몸 관리를 확실히 해야 조금이라도 더 코트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발목은 괜찮습니까.

수술 잘 마친 뒤 재활을 확실히 했습니다. 훈련을 소화하는 데 큰 문제 없어요. 부상이란 게 프로 선수에겐 큰 시련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프로 데뷔 후 한 번씩은 꼭 다쳤어요(웃음). 상대 발을 밟고 발목이 돌아가거나 부딪쳐서 팀 전력에서 이탈했죠.

2009-2010시즌 프로 데뷔 후 정규리그 전 경기(54)를 소화한 시즌이 없습니다.

새 시즌엔 건강하게 뛰고 싶어요(웃음). 팀 성적이 좋으면 마음의 짐이 그나마 덜할 겁니다. 그런데 아픈 상황에서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너무 힘들어요. 매 시즌 부상이 있었지만 프로 데뷔 후 두 달 반 이상을 쉰 건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습니다. 햄스트링 부상이 심해서... 몸 좋을 때 조심해야 해요.

몸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

신인 때부터 항상 그랬습니다. 몸 상태가 가장 좋을 때 부상을 당했어요.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겁 없이 플레이했던 거죠(웃음).

“장발 유지는 조금 더 고민하겠습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주장 허일영(사진=KBL)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주장 허일영(사진=KBL)

새 시즌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선수 구성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내국인 센터 장재석이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로 이적했습니다. 대신 FA(자유계약선수) 가드 이대성이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어요.

(장)재석이가 팀을 떠나면서 높이가 낮아졌습니다. 아쉽죠(웃음). 하지만, (이)승현이, (최)진수 등 높이를 앞세운 선수가 있어서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골밑을 책임질 수 있는 외국인 선수도 뽑았고요. 저나 대성이 등 리바운드 가담이 좋은 선수도 있습니다.

새 얼굴 이대성에게 기대하는 게 있습니까.

능력이 출중한 선수입니다. 코트 위에서 팀 중심을 잡아줄 수 있고 해결사 역할까지 할 수 있어요. ‘오리온의 약점은 가드’란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대성이가 합류하면서 약점을 메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새 시즌 농구계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오리온은 미국 프로농구(NBA) 통산 207경기에 출전한 제프 위디(213cm), 디드릭 로슨(206cm)를 뽑았습니다.

경력은 과거일 뿐입니다. 팀과 KBL에 얼마만큼 적응하느냐가 아주 중요해요. 예년보다 기량이 우수한 선수가 KBL에 도전하는 것으로 압니다. 새 시즌 1라운드는 지나 봐야 예측이 가능할 것 같아요. 외국인 선수끼리 한 번씩은 붙어봐야 시즌 판도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웃음). 빨리 외국인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고 싶어요.

외국인 선수에게 특별히 바라는 게 있습니까.

항상 외국인 선수에게 바라는 건 많죠. 다 잘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수비와 리바운드, 팀플레이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면 합니다. 이번에 합류할 외국인 선수들은 일단 키가 커요. 상대와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새 시즌 한 번 해볼 만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훈련 중 감독, 선수들과 지속해서 대화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주장이 새 감독님과 선수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장서야죠(웃음). 감독께서 한 가지 강조하는 게 있어요.

어떤?

기본을 지키자는 겁니다. 선수들은 성인이고 프로예요. 사생활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만 훈련 시간만큼은 팀 규율에 맞춰 확실히 해야 해요. 감독, 코치가 이야기하는 것 귀 기울여 듣고 무언가 지시하면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는 거죠. 저 또한 ‘기본’에 충실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프로야구는 7월 26일, 프로축구는 8월 1일부터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웃음). 지난 시즌 무관중 경기를 경험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텅 빈 코트에서 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건 연습경기와 다를 게 없어요. 단 한 분이라도 팬이 있어야 흥이 나고 힘이 납니다.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코로나 19 걱정 없는 스포츠 관람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으면 해요.

2020-2021시즌 개막전은 팬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모든 선수의 바람입니다. 선수단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역시 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팬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코트를 찾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여러 차례 돌아봤습니다. 경기력, 팬 서비스 모두 업그레이드해서 다시 만날 거예요.

2018-2019시즌 KBL 챔피언 결정전 MVP 이대성, 골밑을 책임질 수 있는 NBA 출신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면서 새 시즌 오리온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입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요(웃음). 6강, 4강,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는 것보다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허일영의 머리 스타일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새 시즌에도 장발을 유지하는 겁니까.

고비입니다. 여름입니다. 운동할 때 불편해(웃음). 머리를 잘라야 할까 유지해야 할까 계속 고민 중입니다. 아내를 포함해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네.

머리를 기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웃음). 겨울이면 고민 없이 기를 텐데... 무더운 여름이다 보니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머리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데 집중해서 2020-2021시즌 찾아뵐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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