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책임감 더한 최진수, 제1회 KBL 컵대회에서 2020-2021시즌 맹활약 예고했다

-“3개월 된 아들, 농구 영상 보면 발을 움직이면서 활짝 웃는다”

-“아들이 프로농구 선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아주 잘해야 한다”

-“상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 팬들에게 공약도 걸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포워드 최진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포워드 최진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고양]

2020년 추석 연휴가 시작된 9월 30일.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제1회 KBL(한국프로농구연맹) 컵대회 정상에 오른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는 연휴를 잊고 새 시즌 개막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리온은 이날 고려대학교와 연습경기에서 89-76으로 이겼다.

오리온은 연습경기를 마친 후에도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모든 선수가 슈팅 훈련에 돌입해 200개 이상의 슛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눈을 사로잡은 선수가 있었다. 오리온 포워드 최진수였다. 최진수는 고려대전에서 19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를 마친 후엔 누구보다 높은 집중력을 갖고 슈팅 훈련에 임했다.

최진수는 제1회 KBL 컵대회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인 바 있다. 최진수는 서울 SK 나이츠와 결승전 포함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2.75득점, 3.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최진수는 지난 시즌 35경기에서 뛰며 평균 8.7득점, 4.1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올렸다. 4경기로 끝난 컵대회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농구계는 “최진수의 경기력이 예년과 다르다”는 공통된 평가를 했다.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최진수는 6월 2일 아버지가 됐다. 최진수는 “책임감이 커졌다”는 말로 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엠스플뉴스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6월 2일 아버지가 된 최진수 “아들이 농구 영상을 보면 발을 움직이면서 활짝 웃습니다” -

9월 30일 고려대와 연습경기에서 강을준 감독의 지도를 받는 최진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9월 30일 고려대와 연습경기에서 강을준 감독의 지도를 받는 최진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10월 10일 부산 KT 소닉붐과 경기로 2020-2021시즌을 시작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은 특별한 게 아버지로 맞이하는 첫 번째 시즌입니다.

2011-2012시즌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농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죠. 아들이 태어나면서 예년과 달라진 걸 느껴요. 책임져야 할 사람이 늘었습니다. 책임감이 커졌어요. 어느 해보다 잘해야 합니다. 아들이 농구 영상을 보면 발을 움직이면서 활짝 웃어요.

아들이 아버지가 프로농구 선수인 걸 아는 것 아닙니까.

세상 빛을 본 지 3개월 지났습니다. 신기해요(웃음). 아버지가 프로농구 선수라는 걸 알 날이 금방 올 것 같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잘하고 싶어요.

새 시즌 준비에 육아까지 해야 합니다. 힘들진 않습니까.

아내가 고생이죠. 새 시즌 준비로 매일 아침 훈련장으로 향합니다.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커요. 책임감이 여기서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있는 선수들은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걱정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예요. 아내와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진 않을까 매일 걱정하죠. 올해는 운동 후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합니다. 모든 분이 같은 바람일 거예요. 하루빨리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지난해까진 운동 마치고 사우나를 즐겼어요. 코로나19가 세상을 공포에 몰아넣은 뒤론 꿈도 못 꿀 일이 됐습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일 때 식당에서 밥을 못 먹었습니다. 한동안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했죠. 훈련 일정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전지훈련은커녕 연습경기 치르기도 쉽지 않았어요. 또 있습니다.

어떤?

3월 24일 코로나19로 2019-2020시즌을 조기 종료했습니다. 비시즌이 예년보다 훨씬 길었어요. 마음 편히 쉬거나 운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답답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새 시즌은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또 무관중은 지난 시즌 한 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상 한 번 받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

최진수(사진 왼쪽)는 제1회 KBL 컵대회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우승에 앞장섰다(사진=KBL)
최진수(사진 왼쪽)는 제1회 KBL 컵대회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우승에 앞장섰다(사진=KBL)

아버지의 힘일까요. 코로나19로 걱정과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지만 어느 해보다 몸 상태가 좋습니다. 제1회 KBL 컵대회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우승에 앞장섰습니다.

솔직히 우승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습니다(웃음). 대회 출전 전에 선수들과 이야기한 게 있어요.

어떤 얘길 했습니까.

‘새 시즌 개막 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즐기자’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컵대회 전까지 프로팀과 연습 경기를 못했어요. 대학팀들과 연습경기 한 게 전부였습니다. 상대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었죠. 외국인 선수의 기량도 마찬가지였습니다(웃음).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잖아요. 겁 없이 즐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서울 SK 나이츠와 결승전 포함 컵대회 4경기에서 평균 12.75득점, 3.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내·외곽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면서 오리온 공격을 책임졌습니다.

강을준 감독님이 믿어준 덕분입니다(웃음). 감독님은 “공격은 알아서 해라. 믿는다”고 하세요. 큰 틀만 잡아주죠. 약속된 공격을 우선한 예년보다 자율성이 커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농구가 재밌다는 걸 느껴요. 남은 기간도 잘 준비해서 컵대회보다 더 좋은 경기력 보여드리겠습니다.

새 시즌 꼭 이루고 싶은 건 무엇입니까.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겁니다. 프로 선수에게 부상만큼 큰 시련은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팀이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면 죽을 맛입니다. 새 시즌엔 개막전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부상 없이 뛰면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도 있어요.

어떤?

상을 한 번 받아보고 싶어요. 프로에 데뷔한 이후 상을 한 번도 못 받았습니다. 2011-2012시즌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 이후엔 후보에 오른 적도 없어요. 심지어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도 거론된 적이 없죠. 분발하겠습니다. 아내와 아들에게 상을 선물할 수 있도록 더 땀 흘려야 할 것 같아요(웃음). 팬들에게 공약도 걸었습니다.

공약이요?

팬들에게 “상 받으면 밥을 대접하겠다”고 했어요(웃음). 팬들은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된 이후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 더 뛸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런 분들과 웃으며 식사할 날이 올 수 있도록 잘하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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