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 김상식 감독·KBA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장 동반 사퇴 의사 밝혔다

-“2020년 11월엔 선수단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예선 참가 어렵다는 공문 네 차례 보냈다”

-“FIBA의 징계가 결정된 상황에서 또 한 번 불참하는 건 어렵다···2023년 농구 월드컵·2024년 파리 올림픽 도전에 문제 생길 수 있다”

-“KBL 사정을 잘 아는 감독과 위원들이 대표팀 선발···신뢰가 깨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2020년 2월 23일 태국전에서 승리를 합작한 김종규(사진 가운데), 전준범(사진 오른쪽)(사진=KBA)
2020년 2월 23일 태국전에서 승리를 합작한 김종규(사진 가운데), 전준범(사진 오른쪽)(사진=KBA)

[엠스플뉴스]

한국 농구 대표팀 김상식 감독, 대한민국농구협회(KBA)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장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KBA가 1월 22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이 마지막으로 국제대회 일정을 소화한 건 2020년 2월 23일이다. 한국은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93-86으로 이겼다. 이후엔 코로나19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경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FIBA는 무기한 연기된 아시아컵 예선을 2020년 11월 27일과 30일 바레인에서 치르기로 했다.

KBA는 오랜 논의 끝 아시아컵 예선에 불참하기로 했다. 동시에 FIBA에 4차례 공문을 보냈다. 대표팀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선 아시아컵 예선을 소화할 수 없으니 일정을 무기한 연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FIBA는 1월 19일 징계를 결정했다. 2020년 11월 아시아컵 예선에 불참한 한국, 중국, 타이완 등에 약 2억 원의 제재금과 승점 2점 삭감의 징계를 내렸다. 대신 2월 아시아컵 예선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면 제재금과 승점 삭감 징계는 절반으로 줄인다고 했다.

KBA가 2020년 11월과 달리 대표팀 명단을 추린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겼다. 한국은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필리핀 클라크에서 필리핀(18일·22일), 인도네시아(19일), 태국(20일)전을 소화한다. 코로나19로 홈앤드어웨이가 아닌 한 장소에서 남은 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

KBL은 2020-2021시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KBL 사정을 잘 아는 김 감독, 추 위원장은 각 팀에서 1명씩만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위원회엔 원주 DB 프로미 이상범 감독, 부산 KT 소닉붐 서동철 감독도 포함돼 있다. DB에선 김종규, KT에선 허 훈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종규, 허 훈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일부 구단에서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진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안영준(서울 SK 나이츠), 전준범(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발탁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앞의 선수들이 타 팀에서 차출한 선수만큼 소속팀에서의 비중이 높냐는 게 일부 구단의 주장이다. 엠스플뉴스가 KBA 문성은 사무처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KBA “이번에도 대표팀을 파견하지 않으면 2023년 농구 월드컵·2024년 파리 올림픽 도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KBA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장, 한국 농구 대표팀 김상식 감독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KBA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장, 한국 농구 대표팀 김상식 감독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 농구 대표팀 김상식 감독, 대한민국농구협회 추일승 경기력향상위원장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1월 23일 김 감독이 먼저 사퇴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24일엔 추 위원장이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했죠. KBA 임원진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이 A매치를 소화한 건 2020년 2월 23일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태국전(93-86)이 마지막입니다. 같은 해 11월 27일과 30일 바레인에서 예정된 아시아컵 예선엔 참여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당시 FIBA에 공문을 네 차례나 보냈어요.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아시아컵 예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했죠. FIBA에서 확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당시 한국엔 바레인 직항편이 없었어요. 카타르 도하를 거쳐서 바레인으로 넘어가야 했죠. FIBA에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어떻게?

‘우린 지금껏 국제대회 참여를 거부한 적이 없다.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아시아컵 예선에 참여할 수 없다. FIBA에서 아시아컵 예선을 다시 한 번 연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죠.

FIBA는 아시아컵 예선에 참여하지 않은 한국에 징계를 내렸습니다.

FIBA는 한국, 중국, 타이완 등 2020년 11월 아시아컵 예선에 불참한 팀에 약 2억 원의 제재금과 승점 2점 삭감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대신 2월 아시아컵 예선 참가 의무를 준수하면 제재금과 승점 삭감 징계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죠. 이번엔 대표팀을 소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대표팀을 소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표팀은 아시아컵 출전만을 앞둔 게 아니에요. 8월 16일부터 28일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컵을 마치면 11월부터 2023년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농구 월드컵 예선을 치릅니다. 이번에도 아시아컵 출전을 거부하면, 향후 국제대회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거죠. KBA는 그게 두려운 겁니다.

아.

2023년 파리 농구 월드컵 예선은 홈앤드어웨이로 치러질 예정이예요. 홈과 원정에서 각각 6경기씩 치르죠. 2023년 농구 월드컵 본선에 올라 아시아 팀 가운데 최고 성적을 내면 2024년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어요.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선 국제대회 참가가 필수죠.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걸 알지만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대표팀을 소집한 건데...

2021년 2월 아시아컵 예선에 나설 한국 농구 대표팀 명단(표=엠스플뉴스)
2021년 2월 아시아컵 예선에 나설 한국 농구 대표팀 명단(표=엠스플뉴스)

이번 대표팀은 KBL 각 팀에서 한 명씩만 뽑았습니다.

김 감독, 추 위원장 모두 KBL 구단 사정을 잘 압니다. 위원회엔 이상범 감독, 서동철 감독이 포함돼 있고요.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표팀을 선발한 겁니다. 물론 일부 구단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예요. KBL 순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아시아컵 예선에 참여하면 한 달 이상 전력 공백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예선 일정을 마친 후 2주간 자가격리를 거쳐야 해요.

그래서 구단 별로 한 명씩 뽑은 것 아닙니까.

김 감독이 다른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각 팀에서 한 명씩 뽑게 되면 밸런스를 유지할 수가 없어요. 가드만으로 12명을 채우거나 가드 6명, 센터 6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아시아컵 예선은 한국을 대표해 치르는 경기예요.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데 대충할 순 없지 않습니까. 농구 인기 부활을 위해선 국제대회 성적이 필수인데... 지금 김 감독이 가장 힘들 겁니다.

김 감독이 가장 힘들다?

김 감독은 늘 KBL 구단과의 협업을 강조했어요. 한국 농구의 근간은 KBL이란 걸 매번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엔 현장을 찾아 구단과 소통을 이어갔어요. 추 위원장도 대표팀 선발로 인한 KBL 구단들의 피해가 없도록 신경 썼습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신뢰가 깨진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KBA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김 감독, 추 위원장 모두 사퇴 의사가 명확해요. 일단 2월 아시아컵 예선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데 집중해야죠. 이번 일을 수습하는 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