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즌 만에 ‘파이널 A’ 진입한 강원 FC, 최종전까지 공격 축구 이어간다

-김병수 감독 “볼을 빼앗기고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우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현식 “선수들끼리 ACL에 관한 얘긴 하지 않아. 더 재밌고 완성도 있는 축구를 선보이는 데만 집중”

-강원의 엔진 한국영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질 팀 아니란 것 증명하고 싶어”

10월 20일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강원 FC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10월 20일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역전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강원 FC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볼을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상대 골문을 향해 나아가는 아주 공격적인 축구다.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많이 뛰어야 하는 까닭에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더 공부하고 반복 훈련을 통해 익혀야 한다. ‘병수볼’이 그라운드 위에서 100% 구현될 날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강원 FC 미드필더 한국영의 말이다.

강원은 올 시즌 K리그1 상위 6개 팀이 우열을 가리는 ‘파이널 A’ 진입에 성공했다. 강원이 ‘파이널 A’에 든 건 2시즌 만이다. 10월 20일 FC 서울과의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선 3-2 역전승을 거두며 5위로 올라섰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3위 서울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좁혔다.

강원은 2019시즌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운다. 34경기에서 51골을 터뜨리며 최다득점팀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대에 내준 실점은 49점으로 득실차가 2점에 불과하다. “3골을 내주면 4골을 넣고 이기면 된다”던 한국 축구 대표팀 조 본프레레 전 감독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 축구다.

“뛸 사람이 없다”는 김병수 감독, 선수가 바뀌어도 스타일엔 변함이 없다

강원 FC 김병수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강원 FC 김병수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강원 FC는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전력 공백이 불가피했다. 주축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당한 까닭이다.

공격에선 김지현(10골 1도움), 조재완(8골 2도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둘은 강원 공격 축구의 선봉장 역할을 하며 올 시즌 공격 포인트 21개를 합작했다.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은 풀타임을 소화할 몸 상태가 아니다.

강원은 파이널 A 첫 경기 FC 서울전에서 네마냐 빌비야를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빌비야가 공식전에 나선 건 3월 17일 전북 현대전 이후 7개월 만이다.

수비에선 나카자토 타카히로, 오범석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신광훈은 10월 19일 팀 훈련에 복귀했다. 강원이 서울전 이전까지 치른 4경기에서 1무 3패로 주춤했다. 10월 6일 정규라운드 최종전에선 상주 상무에 1-2로 패하며 6위로 내려앉았다. 파이널 A엔 들었지만, 3위를 바라보던 여름과 차이가 있었다.

김병수 감독은 재활 중인 선수 가운데 올 시즌 돌아올 수 있는 건 나카자토뿐이라며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 빠지면서 버거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가 빠졌다고 해서 강원의 축구 스타일이 바뀌는 건 아니다.

누가 그라운드에 나서건 도전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 볼을 빼앗기고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한편으론 ‘이젠 조심스럽게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용기를 내야 팬들이 만족할만한 축구를 보일 수 있다. 선수들에게 내년의 시작점이 오늘이란 점을 강조했다. 누가 뛰든 공격적인 색채를 유지하고 싶다.김 감독의 말이다.

강원은 서울과의 파이널 A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37분 서울 스트라이커 박주영에게 역전골(1-2)을 내줬지만, 후반 41분과 추가 시간 잇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승점 3점을 획득했다. 어떤 팀을 만나든 공격적인 색채를 강조한 김 감독의 철학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이날 멀티골을 터뜨린 이현식은 감독, 코치, 선수단 사이에 확고한 믿음이 있다우리가 준비해온 걸 내보이는 데 집중하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끼리 ACL에 관한 얘긴 하지 않는다. 감독께서 말한 대로 파이널 라운드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재밌고 완성도 높은 축구를 보이고 싶다고 했다.

강원의 ‘엔진’ 한국영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는 팀 원치 않아”

강원 FC 한국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강원 FC 한국영(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주축 선수가 대거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강원 FC가 자신들만의 축구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올 시즌 중원 사령관으로 맹활약 중인 한국영의 존재다.

한국영은 올 시즌 강원이 소화한 34경기에 모두 출전해 1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2017년 여름 강원으로 이적한 한국영은 지난 시즌엔 1경기도 뛰지 못했다. 2017년 9월 왼쪽 후방십자인대와 후외측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다른 사람의 인대를 이식해 연결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1년간 재활에만 몰두했다.

한국영은 지난해엔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다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 시즌 건강한 상태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 행복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잘 이겨내고 있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안정감이 더해지고 발전하는 팀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고 했다.

강원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 중인 한국영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책임진다. 공격 시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기회를 만들고, 과감한 침투와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노린다.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왕성한 활동량과 절묘한 태클을 선보이며 수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김병수 감독은 (한)국영이는 강원의 엔진이라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덧붙여 국영이는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남들보다 한 발 더 뛴다. 기량 발전 욕심이 큰 까닭에 훈련량이 어마어마하다. 너무 많이 뛰는 게 걱정일 정도라고 했다.

김 감독은 파이널 라운드 시작 전 선수들에게 ‘강원의 축구’를 강조했다. 눈앞의 ACL 플레이오프 출전권에 매달리기보단 차기 시즌 좀 더 완성도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데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우린 강원이 한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는 팀이 아니란 걸 증명하고 싶다. 감독께서 10골을 내줘도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강원의 색깔을 강조한다.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감독님이 바라는 축구를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솔직히 부상자가 많고 컨디션이 떨어지는 시즌 막바지라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보단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팬들이 환호하는 우리의 축구를 이어가고 싶다.강원의 엔진 한국영의 말이다.

강원 선수들은 김 감독의 축구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분명한 건 그 어려운 축구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강원은 점차 강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시즌 만에 파이널 A에 올라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강원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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