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코레일, 2019년 FA컵 준우승

-“우리가 넣은 동점골이 VAR 후 무효가 된 게 가장 아쉬워”

-“K리그1 정상 도전 중인 울산 현대를 잡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었다”

-“올해만 축구하는 것 아니다. 이번 경험이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될 것”

2019년 FA컵 준우승을 차지한 대전 코레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19년 FA컵 준우승을 차지한 대전 코레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우리가 넣은 동점골(후반 9분)이 VAR(비디오판독시스템) 후 무효가 되면서 분위기가 넘어갔습니다. 우린 ‘1골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힘겹게 넣은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으면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거죠.

대전 코레일 미드필더 이관표의 말이다.

코레일은 11월 6일 FA컵 결승 1차전(홈)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코레일이 2차전에서 1골을 넣게 되면, 수원은 무조건 2골 이상을 넣어야 했다. 1-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면 코레일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FA컵엔 1, 2차전 점수 합산 결과가 동률일 때 원정 경기에서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승자가 되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있는 까닭이다.

코레일 선수들이 결승 2차전 후반 9분 상황을 아쉬워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이후 코레일의 집중력은 크게 떨어졌고, 연이은 실점으로 0-4로 졌다. 코레일 김승희 감독은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축구는 몸으로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결과에 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득점을 하면 우승’이란 생각이 선수들의 마음속에 있었다. 득점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취소되면서 실망하고 조급해진 것 같다.

또 다른 승자 코레일, FA컵 결승 진출은 우연이 아니었다

FA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대전 코레일 선수들(사진=대전 코레일)
FA컵 결승 진출을 확정한 대전 코레일 선수들(사진=대전 코레일)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한국 성인 축구 최고의 팀을 가리는 대회다. 첫 대회가 시작된 1996년부터 올해까지 프로(K리그)가 아닌 팀이 결승에 오른 건 두 번이다. 2005년엔 내셔널리그 최고의 팀으로 이름을 날린 울산현대미포조선이 결승에 올랐다. 2019년엔 같은 내셔널리그 소속 대전 코레일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두 팀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다. 각각 전북 현대, 수원 삼성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했다.

하지만, 실망하진 않는다. 이관표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며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FA컵 결승 2차전은 올해 마지막 경기였다. 수원전을 마친 뒤 대전으로 이동해 팀 회식을 했다. 결승전 결과는 잊고 과정에 주목했다. 회식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이유”라고 전했다.

코레일은 올 시즌 내셔널리그 28경기에서 10승 9무 9패를 기록하며 4위(총 8개 팀)에 머물렀다.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FA컵에선 달랐다. K리그1 강호를 잇달아 잡아내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나 32강전 울산 현대와의 대결은 자신감을 갖게 해 준 경기였다. 코레일은 14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노리는 울산을 2-0으로 이겼다.

이관표는 “울산과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객관적인 전력에선 밀렸지만 승전고를 울렸다”고 말했다. 덧붙여 “K리그1 선두를 이기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코레일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파이널 A 진입에 성공한 강원 FC와의 8강전에서도 2-0으로 이겼다. 상주 상무와의 준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코레일은 홈에서 열린 준결승 1차전을 1-1로 비겼다. 상주에서 치러진 준결승 2차전(2-2)에선 페널티킥 접전 끝 최종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김승희 감독은 준우승이란 결과를 낸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선수들은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레일의 축구가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엔 더 강해질 것이다. 코레일이 한국 성인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우승팀 수원이 인정한 코레일, 내년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대전 코레일 미드필더 이관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전 코레일 미드필더 이관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FA컵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한 수원 삼성 역시 대전 코레일의 실력을 인정했다.

수원 주장 염기훈은 코레일전을 치르면서 이 팀이 결승에 올라올 자격이 충분한 팀이란 걸 느꼈다K리그1 팀들을 잡아낸 건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레일은 아주 끈끈한 팀이었다. 선수들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것 같았다. 내년엔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1월 10일 FA컵 결승 2차전을 마친 코레일 선수단은 재빨리 경기장을 떠났다. 이관표는 “시상식을 마친 뒤 곧바로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며 “이후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코레일은 KTX를 타고 몸을 옮긴다. 하지만, 수원은 버스와 시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코레일 선수단은 경기 후부터 회식자리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FA컵 결승 2차전에서 큰 점수 차로 패했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감독께서 하신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FA컵 정상에 서진 못했지만, 큰 성장을 이뤘어요. 올해가 끝이 아닙니다. 우린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성장할 겁니다. 다시 한번 FA컵 정상 도전 기회가 온다면 그땐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올해의 경험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이관표의 말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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