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리그 우승 꿈꿨던 울산 현대, 리그 최종전 1-4로 패하며 2019시즌 준우승으로 마무리

-김도훈 감독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

-김보경 “결과를 냉정히 받아들이고 개인과 팀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승은 놓쳤지만 실패한 시즌 아니야. 울산이 없었다면 K리그 흥행 어려웠다”

2019년 12월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활짝 웃은 건 포항 스틸러스였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2019년 12월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활짝 웃은 건 포항 스틸러스였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울산]

울산 현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4년 만의 정상 도전에 나섰지만 리그 최종전에서 미끄러졌다.

울산은 12월 1일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 1-4로 대패했다. 같은 시간 2위 전북 현대는 6위 강원 FC를 1-0으로 이겼다. K리그1 최종 라운드(38) 결과에 따라 울산과 전북이 승점(79) 동률을 이뤘다. K리그는 승점이 동률일 때 다득점을 따진다. 희비가 엇갈렸다. 전북은 38경기에서 72골을 넣었고, 울산은 71골을 터뜨렸다. 1골을 더 넣은 전북이 3연패에 성공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선수들은 올 시즌 온 힘을 다했다1년 동안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경기를 준비했다. 하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 응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2018년부터 리그 우승을 바라본 울산,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울산 현대 미드필더 김보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울산 현대가 리그 정상 도전을 준비한 건 지난해부터다. K리그 명가 구단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스위스, 독일 등에서 프로 생활을 한 한국 축구 대표팀 풀백 박주호, 미국 축구 대표팀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소속 믹스 디스커루드(임대), 결정력에 탁월한 강점이 있는 주니오, 잔뼈가 굵은 베테랑 이근호를 영입했다.

울산은 2019시즌을 앞두고 우승 도전 의사를 명확히 했다. EPL(카디프 시티)을 경험한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김보경,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 주역 윤영선, 2011년 K리그에 데뷔해 통산 150경기를 소화한 신진호, 네덜란드 출신 수비수 불투이스 등을 새 식구로 받아들였다.

투자 효과는 확실했다. 울산은 3월 1일 수원 삼성과의 리그 개막전 승리(2-1)를 시작으로 승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4월 20일 성남 FC와의 홈경기에서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했고, 8월 11일 대구 FC전에선 김도훈 감독이 퇴장당한 뒤 5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는 등 위기가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울산은 올 시즌 리그에서 연패에 빠진 적이 없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뛴 김용대는 울산은 직전 시즌까지 2% 부족한 감이 있었다공격이 좋으면 수비가 약한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은 다르다. 시즌 전 적극적인 투자로 포지션마다 K리그1 최정상급 선수를 영입했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정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축구계가 울산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점친 건 이 때문이다. 울산이 11월 23일 K리그1 37라운드 전북 현대전 무승부(1-1)를 기록하면서 축구계의 예측대로 들어맞는 듯했다. 이날 울산은 김진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승점을 가져왔다. 패할 경기에서 승점 1점을 가져오고, 무승부로 끝날 경기는 승리로 마친다는 김용대의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울산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상대 전적(1승 3패)에서 유일하게 열세였던 라이벌 포항에 시즌 세 번째 패배를 당했다. 주니오가 동점골을 터뜨리며 따라붙는 힘을 보여줬지만, 후반에만 3골을 내줬다.

김보경은 실점이 이어지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동점골을 위해 라인을 올리고 연거푸 실점을 내주는 악순환이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전을 마치고 1주일간 준비한 걸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냉정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팀과 선수 개인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39실점을 내줬다.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세 번째로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포항전 이전까진 최소실점 팀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김보경의 말처럼 포항전에선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강점인 수비가 무너졌다.

전북은 K리그1 최고의 팀, 울산이 기억해야 할 지난 시즌 승점 차

2019시즌 K리그1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9시즌 K리그1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9시즌 K리그1은 전북 현대의 통산 7번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북은 최근 6년 동안 다섯 차례나 리그 정상에 올랐다. 이 가운데 전북이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도훈 감독은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울산의 준우승이 값지다고 보는 건 이 때문이다.

2009년 K리그1 첫 우승을 달성한 전북은 한국 축구 대표팀에 버금가는 선수층을 앞세워 트레블(리그·FA컵·ACL)에 도전하는 K리그 절대강자다.

지난 시즌 리그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전북은 38경기에서 26승 8무 4패(승점 86점)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에 올랐다. 2위 경남 FC와의 승점 차는 21점이었다. 3위 울산 현대와는 23점 차이가 났다. 2017시즌(9점), 2016시즌(6점), 2014시즌(14점) 등 K리그1 챔피언 전북과 2위와의 격차는 매번 컸다.

울산은 이 차이를 1년 만에 확 좁혔다. 과감한 투자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면 전북과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러면서 K리그1 흥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

FC 안양 고정운 전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K리그1은 ‘전북의 우승’이란 뻔한 결말이었다파이널 라운드의 흥미가 떨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은 달랐다. 울산이 전북 못지않은 선수단을 꾸리고 시즌 내내 선두경쟁을 이어갔다. 축구계가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팀을 알지 못할 만큼 흥미로웠다. 울산이 아니었다면 올 시즌만큼의 흥행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올 시즌 K리그는 큰 흥행 성과를 냈다. 2013년 승강제를 도입한 이후 최초 230만 관중을 돌파했다. K리그가 230만 관중을 넘어선 건 승강제 도입 이전인 2012년이 마지막이다.

K리그1은 228경기에서 182만 7천61명의 관중을 모았다. 승강제 도입 후 최초 경기당 평균 관중 8천 명(8,013명)을 넘었다.

울산은 홈 19경기에서 18만 4천148명의 관중을 불러들였다. FC 서울(평균 1만 7천61명), 전북(1만 3천936명), 대구 FC(1만 733명)에 이어 경기당 평균 관중 4위(9천692명)에 이름을 올렸다. 비가 내린 포항과의 최종전에선 1만 5천401명의 관중이 찾았다.

김보경은 리그 우승을 놓친 게 매우 아쉽다면서 챔피언 등극이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얻은 것도 많은 시즌이다. 이기는 법과 우승의 길을 아는 전북을 상대로 끝까지 경쟁했다. 올 시즌 준우승은 개인과 팀 모두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9시즌 K리그의 엔딩은 같았지만 내용은 확실히 달랐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의 축구가 끝난 건 아니”라며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이 올 시즌 준우승의 경험을 2020년 우승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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