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2019시즌 K리그1 준우승으로 마무리···리그 최종전 포항에 1-4 패배

-김승규 골키퍼, 후반 막판 치명적 실수···“죄송합니다”

-김용대 “승규가 왜 그랬는지 이해한다”

-“국가대표 골키퍼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비시즌이 될 것”

울산 현대 김승규 골키퍼(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김승규 골키퍼(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후반 42분 울산 현대 김승규 골키퍼가 빠른 볼 처리를 위해 골문 비우고 나왔다. 페널티박스를 한 참 벗어난 오른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스로인했다. 이것이 상대 공격수 허용준의 발 앞에 떨어졌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점수는 1-3으로 벌어졌다. 울산은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까지 내주면서 1-4로 대패했다.

울산은 12월 1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1 최종전에서 패하며 14년 만의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보다 승점 3점 부족했던 전북 현대가 강원 FC를 1-0으로 이겼다. 울산과 전북이 승점 동률(79점)을 이뤘고 다득점에서 앞선 전북이 2019시즌 K리그1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승규는 포항전을 마친 뒤 죄송합니다란 말만 남긴 채 구단 버스로 올라탔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급한 마음에 발생한 일이라며 축구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김)승규 때문에 패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김용대 “승규의 실수, 충분히 이해하고 가슴이 아프다”

지난 시즌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던 김용대(사진 맨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까지 울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던 김용대(사진 맨 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의 12월 1일 포항 스틸러스전 패배가 김승규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무승부만 거둬도 우승할 수 있는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건 사실이다.

김승규는 7월 J리그(일본) 비셀고베에서 친정팀 울산으로 돌아왔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전 골키퍼답게 연일 선방쇼를 펼치며 울산의 선두 경쟁 중심에 섰다. 그런 김승규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대는 포항전은 무조건 승점을 따내야 하는 경기였다이런 경기에서 조급해지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비까지 왔다. 골키퍼는 스로인에 익숙하지 않다. 볼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실책이 나온 것 같다. 공을 빨리 처리해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하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대는 K리그 통산 460경기(역대 6위)를 뛴 레전드다. 2016년부터 2018시즌까진 울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축구계는 김용대를 이운재, 김병지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골키퍼로 평가한다.

김용대는 2013년 12월 1일의 기억도 승규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승규는 6년 전 포항전에서도 경기를 뛰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당시에도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후반 추가 시간 실점을 내주면서 우승 트로피를 포항에 내줬다. 그때의 아픔을 씻어야 한다는 마음과 국가대표 골키퍼란 책임감이 승규를 더 급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대의 말처럼 2013년 12월 1일은 울산에 악몽으로 기억된다. 당시 단독 선두 울산은 2위 포항에 승점 2점이 앞섰다. 골득실에선 2점을 앞섰다(한국프로축구연맹이 다득점 우선 원칙을 적용한 건 2016년부터다). 울산이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내면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고 90분이 흘렀을 때의 점수는 0-0이었다. 하지만, 울산은 후반 추가 시간 포항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직전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오르고 시즌 내내 리그 선두를 질주했던 울산이었다. 축구계는 이 경기를 역대 최고의 명승부이자 반전 드라마로 꼽는다.

김용대가 김승규의 심적 부담이 다른 선수보다 컸다고 보는 건 이 때문이다. 김용대는 “1-2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항이 주도권을 잡았고 울산은 조급했다. 승규의 실수가 추가 실점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울산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타깝다. 승규가 국가대표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이 실수가 이 정도로 부각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승규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비시즌 될 것”

2019년 12월 1일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운명이 또 한 번 엇갈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2019년 12월 1일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운명이 또 한 번 엇갈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승규는 12월 2일 ‘2019 K리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국 축구 대표팀 측면 수비수 이 용은 “시즌 막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연락이 왔다. 대부분 승규와 친한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승규는 괜찮을지 걱정했다. 나도 우승은 참 기쁘지만 승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용대는 (승규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혼자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물론 병지 형과 운재 형도 선수 시절 실수를 범한 날이 있었다. 골키퍼에게 실수는 실점이다. 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경기의 일부란 생각으로 이겨내야 한다. 실수한 걸 잊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더 크게 소리치고, 팀 분위기를 일부러 띄우곤 했다고 했다.

김승규는 한국 축구의 큰 자산이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해 K리그 통산 134경기를 뛰었다. 2016년부터 올해 여름까진 일본에서 한국인 골키퍼의 힘을 보여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승규는 월드컵(2014·2018)과 아시아경기대회(2010·2014) 등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엔 ‘2018 러시아 월드컵’ 주전 조현우와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김용대는 “이 실수가 승규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면서 아끼는 후배가 이 실수를 잊고 다시 한번 날아오르길 원했다.

한동안 계속 생각날 거다. 나도 실수를 한 뒤엔 공이 두려웠다. 하지만,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누가 해줄 수 없다.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다. 큰 경기 큰 실수를 이겨내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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