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 경남 FC와 승강 PO에서 승리하며 5년 만에 K리그1 승격 확정

-조덕제 감독 “하늘에 계신 조진호 감독께서 승격의 초석 다졌다”

-이정협 “2017년 10월 8일 조진호 감독님과 함께한 마지막 경기, 이젠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호물로 “나를 부산에 안착시켜준 스승, 많이 보고 싶다”

부산 아이파크가 5년 만에 K리그1 복귀에 성공했다. 부산 조덕제 감독과 선수들은 승강 PO에서 승전고를 울리자마자 고(故) 조진호 감독(사진 오른쪽)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 아이파크가 5년 만에 K리그1 복귀에 성공했다. 부산 조덕제 감독과 선수들은 승강 PO에서 승전고를 울리자마자 고(故) 조진호 감독(사진 오른쪽)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창원]

고(故) 조진호 감독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단어가 ‘승격’이었다. 하늘에 계신 감독께서 우릴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 눈물보다 기쁨을 감독님과 나누고 싶다.

5년 만에 K리그1 승격을 확정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의 말이다.

부산이 3차례의 도전 끝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부산은 K리그1 11위 경남 FC와의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1(0-0), 2(2-0)차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부산이 K리그1로 돌아오는 건 5년 만이다.

부산의 승격엔 두 차례의 실패가 있었다. 부산은 지난해까진 승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7년엔 K리그1 11위 상주 상무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 주저앉았다. 지난 시즌엔 K리그1 잔류에 사활을 건 FC 서울에 1, 2차전 합계 2-4로 크게 졌다.

올해는 달랐다. 처음으로 홈에서 열린 승강 PO 1차전에서 패하지 않았다.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원정에서 열린 2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부산 조덕제 감독은 승강 PO 1차전 결과가 유리하게 작용했다‘원정 다득점’ 규정이 경남에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큰 선물을 한 것 같아 행복하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승강 PO 2차전까지 매 순간 온 힘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침내 일군 승격의 꿈, 부산이 떠올린 고 조진호 감독

12월 8일 부산 아이파크를 승격으로 이끈 한 장면. 부산 디에고(사진 왼쪽)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12월 8일 부산 아이파크를 승격으로 이끈 한 장면. 부산 디에고(사진 왼쪽)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산 아이파크는 4시즌을 K리그2에서 보냈다. K리그2 2년 차 시즌인 2017년부터 승강 PO에 도전했지만 승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부산은 올 시즌 K리그2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살 떨리는 승강 PO를 치르지 않고 다이렉트 승격을 노렸다. 하지만, 광주 FC와의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3년 연속 승강 PO를 치러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내야 했다.

조덕제 감독은 한순간도 승격이란 단어를 잊어본 적 없다오랫동안 승격을 손꼽아 기다린 팬들과 축구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싸움이었다.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부산 지휘봉을 잡자마자 승격을 이뤘다. 2015년 수원 FC를 승격시킨 바 있는 조 감독을 선택한 부산의 안목이 빛을 발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다. 조 감독이 수원의 승격을 이룬 당시 승강 PO 상대가 부산이었다. 2015시즌 K리그 11위를 기록한 부산은 수원과의 승강 PO 1, 2차전 합계 0-3으로 패하며 기업구단 최초 강등이란 불명예를 썼다.

조 감독은 부산에 진 빚을 이제야 갚은 것 같다며 웃은 뒤 팀을 K리그1로 끌어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격은 내 힘만으로 이룬 게 아니다. 감독을 믿고 따라준 코치, 선수, 팬과 함께 이룬 결실이다. 그리고 고 조진호 감독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조 전 감독께서 승격의 초석을 다졌다. 이정협, 김문환, 호물로, 이동준 등 조 전 감독의 제자들이 승격에 앞장섰다. 하늘에 계신 감독께 ‘승격’이란 큰 선물을 전할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했다.

올 시즌 부산 승격에 앞장선 한국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정협은 고 조진호 감독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감독님과 함께 한 마지막 경기가 경남 원정이었다. 5년 만에 승격을 확정한 이 장소에서 0-2로 졌다. 그때 난 징계로 뛰지 못했다.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죄송했다. 이젠 그 경기를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감독께서 우리의 승격 도전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기뻐하지 않았을까 싶다.이정협의 말이다.

부산과 고 조진호 감독의 특별한 인연···“감독님과 함께 1부에서도 경쟁력 보일 것”

부산 아이파크 승격에 앞장선 한국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정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산 아이파크 승격에 앞장선 한국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이정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 조진호 감독은 K리그에서 촉망받는 지도자였다. 그가 축구계의 눈을 사로잡은 건 2014시즌이었다. K리그2 대전 시티즌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진해 K리그2 우승을 이끌었다. 대전이 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이때가 처음이다. 한 시즌 20승 이상 기록한 것도 최초였다.

2014년 K리그2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조 감독은 2016시즌 상주 상무 지휘봉을 잡고 새 역사를 썼다. 상주의 첫 파이널 A 진입을 일궜다. 승격팀과 군경팀이 파이널 A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조 감독과 부산이 인연을 맺은 건 2016시즌을 마치고서다. 조 감독은 2016년 11월 25일 K리그2 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부산이 승격에 한발 다가선 건 이때부터다. 조 감독은 2016시즌 K리그2 5위에 머문 부산을 2위로 끌어올렸다. FA컵에선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 등 강력한 우승 후보를 연달아서 이기고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이정협이 떠올린 2017년 10월 8일 경남전에서 0-2로 패하지 않았다면 리그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시즌이었다.

명가 재건을 향해 나아가던 부산이 충격에 빠진 건 2017년 10월 10일이었다. 리그 1위 경남전을 마치고 이틀 뒤 조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부산시 북구 화명동 숙소에서 나오다가 급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부산은 그로부터 얼마 후 상주와 승강 PO를 치렀다. 선수들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조 감독을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2019년 12월 8일 부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조 감독을 떠올린 건 이 때문이다. 더욱이 승강 PO에서 경남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렸다.

부산 승격의 1등 공신 호물로는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눈물이 났다3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고 말했다. 덧붙여 나를 부산에 안착시켜준 조 감독 생각이 많이 났다. 그와 마지막으로 경기했던 장소가 이곳이다. 그날 선물하지 못한 승리를 오늘에서야 전한다. 조 감독께 ‘감사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의 도전은 승격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 감독을 가슴에 품고 함께 뛰며 K리그1에서의 돌풍을 예고했다.

괜히 1부 리그가 아니다.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쉽게 내려갈 순 없다. 힘겹게 올라온 K리그1다. 3년 동안 ‘승격’이란 간절함을 품고 뛴 것 이상으로 준비하겠다. 모든 선수가 K리그1은 육체와 정신 모두 한 단계 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동계훈련에 임해야 한다. 내년엔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켜 조덕제 감독님과 조진호 감독님 모두 웃게 하고 싶다.이정협의 다짐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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