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리는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 앞두고 지역 축구계 시끌

-자진사퇴한 정정복 전 회장, 체육회 회장선거 떨어지자 보궐선거 출마…“상식 밖 행태” 비판

-부산시 축구협회, ‘60일내 보궐선거’ 규정 안 지켜...명예회장’ 임원 자격도 논란

-부산시 축구인들의 분노 “축구를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식의 출마를”

부산시 축구협회장을 맡다가 돌연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축구협회장을 자진사퇴했던 정정복 전 회장. 그는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하자 자신의 자진사퇴로 치러지는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곧바로 출사표를 던졌다(사진=부산시 축구협회)
부산시 축구협회장을 맡다가 돌연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축구협회장을 자진사퇴했던 정정복 전 회장. 그는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하자 자신의 자진사퇴로 치러지는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곧바로 출사표를 던졌다(사진=부산시 축구협회)

[엠스플뉴스]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축구계가 시끄럽다.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사퇴해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현 명예회장)이 자신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 입후보하는 상상 밖의 일이 벌어진 탓이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보궐선거 출마? 정치권에선 상상도 못할 일…축구계가 우습나”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명단(사진=부산시 축구협회)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명단(사진=부산시 축구협회)

제22대 부산시 축구협회장 보궐선거는 1월 17일 부산광역시 체육회 대강당에서 열린다. 후보자는 2명. 최철수 전 부산시 축구협회 수석부회장과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이다.

최 전 부회장은 9일 후보등록을 마쳤다. 정 전 회장은 후보등록 마감일은 10일에야 후보로 등록했다. 흥미로운 건 부산시 축구협회 선거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등록한 최 전 부회장에게 기호 1번 대신 2번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기호 1번의 주인공은 나중에 등록한 정 전 회장 차지로 확인됐다.

축구계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건 이번 선거가 정 전 회장의 임기 중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라는 점이다. 정 전 회장은 2018년 1월 15일 부산시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약 1년 10개월간 재직하다 지난해 10월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축구협회장직을 자진사퇴했다.

한 지역 체육계 인사는 “정 전 회장의 출마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혀를 찼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가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건 정치권 같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 전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으로 총선 출마까지 노렸던 정치인 출신이다. 그러다 부산시 체육회장이 되겠다고 제 발로 축구협회장을 그만둔 사람이다. 축구계와 체육계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이런 행동을 할까 싶다. 이 인사의 말이다.

다른 체육계 관계자도 “보궐선거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태”라며 “보궐선거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가 재직 중에 사퇴나 사망으로 결원이 생기면 충원하기 위해 실시하는 선거다. 그런데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 때문에 생긴 선거에 입후보할 수가 있나”라고 목소릴 높였다.

불과 한달 전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사진=부산시 축구협회)
불과 한달 전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사진=부산시 축구협회)

불필요한 보궐선거는 협회에 선거비용 부담 등 과다한 재정 부담을 안기는 문제도 있다. ‘부산광역시 축구협회 정관’엔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 선임된 회장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기간으로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정 전 회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면 자신의 4년 임기를 위해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는 셈이 된다.

보궐선거 일정을 놓고도 논란이 많다. 부산시 축구협회 정관엔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28일 회장직에서 사퇴했다. 정관대로라면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일(12월 27일) 전에 이미 축구협회장 선거와 인수인계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부산시 축구협회는 정관을 무시한 채 보궐선거를 차일피일 미뤘다. 부산시 체육회 관계자는 이상하게 선거를 안 하고 미루기에 문제를 제기했더니, ‘2019 부산 동아시안컵 대회 준비로 일손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댔다. 이에 ‘체육회에서 인력을 지원할 테니 예정대로 선거를 하라’고 권유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정 전 회장은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운동에 바빴다. 동아시안컵이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에도 여러 차례 모습을 보였다. ‘부산에서 14년 만에 A매치 개최를 이뤄냈다’며 동아시안컵 개최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했다. 대회는 ‘무관중 경기’가 연상될 정도로 관중석이 텅텅 빈 가운데 흥행 참패로 끝났다.

정 전 회장은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정 전 회장은 총 391표 가운데 84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선자는 307표를 얻었다. 체육회장 선거가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부산시 축구협회는 회장 보궐선거 일정을 발표했고 정 전 회장이 후보로 등록했다.

이와 관련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회장 직무대행(부회장)과 이사회가 보궐선거 일정을 늦춘 데 직무유기 소지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제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정복 전 회장, “부산시 체육회장 되겠다”며 축구협회장 자진사퇴→축구협회 명예회장 추대→축구협회장 보궐선거 출마. 부산 축구계 “얼마나 체육계를 우습게 알았으면”

부산시 축구협회 정관(사진=부산시 축구협회)
부산시 축구협회 정관(사진=부산시 축구협회)

정 전 회장의 보궐선거 후보 자격도 논란거리다. 부산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회장선거규정 제11조엔 임원이 보궐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하는 경우엔 그 실시 사유가 확정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돼 있다.

정 전 회장은 부산시축구협회 명예회장이다. 지난해 11월 회장에서 사퇴하자마자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명예회장직을 유지한 상태로 보궐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 부산시축구협회 정관 제4장 제19조 ‘임원의 구분과 인원수 등’ 조항에 따르면 명예회장은 ‘위촉임원’에 해당한다.

엠스플뉴스는 이와 관련해 부산시축구협회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선관위원장은 협회 직원을 통해 선거가 며칠 안 남아 언론과 이야기하기 어렵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신경 쓸 게 많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정 전 회장의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부산지역 축구계 인사는 정 전 회장이 지난해까지 여당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정치권의 비호와 지원이 없다면 이런 비상식적인 출마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라며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 후 보궐선거를 철저하게 조사해 불법과 탈법이 개입된 게 있는지 소상하게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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