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K리그1로 돌아온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 영광 하나하나 되찾는다

-“2020시즌 선수 구성 변화. 1, 2차 전지훈련에서 체력과 조직력 완성한다”

-“1997년 3관왕 달성 땐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 못지않은 인기 누렸어”

-“K리그1과 K리그2 차이 커. 승격을 준비한 것 이상으로 2020시즌 대비”

지난 시즌 K리그1 승격에 앞장선 부산 아이파크 호물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K리그1 승격에 앞장선 부산 아이파크 호물로(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엠스플뉴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 아이파크의 목표는 ‘승격’이었다. 이번엔 다르다. 3년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 도전 끝 K리그1에 복귀했다. 부산은 ‘부산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의 영광을 하나하나 되찾으려 한다.

부산은 태국 치앙마이에서 2020시즌 대비 1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1월 14일부터 2월 1일까지 진행하는 1차 전지훈련에선 기초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2월 10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2차 전지훈련에서 조직력을 다질 계획이다.

부산 관계자는 2020시즌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다태국에선 기존 선수들과 새로 합류한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데 주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초 체력을 끌어올린 뒤 시작하는 2차 전지훈련부터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 속에서 2020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1997년 3관왕 달성 땐 현재 한국 축구 대표팀 못지않은 인기 누렸어”

1997년 아디다스컵 정상에 오른 부산 대우 로얄즈(사진=엠스플뉴스)
1997년 아디다스컵 정상에 오른 부산 대우 로얄즈(사진=엠스플뉴스)

부산은 1990년대까지 축구 열기로 가득한 도시였다. 부산 대우 로얄즈는 1984년과 1987년, 1991년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조광래, 이태호, 정용환, 김주성, 변병주 등 스타 선수가 즐비했다. 1991년 우승 당시엔 2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등 17승 18무 5패(승점 52점)로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축구계가 부산의 황금기로 기억하는 건 1997년이다. 부산은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한 김주성을 비롯해 하석주, 정재권, 샤샤, 마니치 등을 앞세워 6년 만의 리그(라피도컵) 정상에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한 아디다스컵, 프로스펙스컵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3관왕을 차지했다. 부산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아주대 하석주 감독은 1997년은 프로축구 선수로 가장 행복했던 한해라며 다음과 같이 당시를 회상했다.

라피도컵 개막 전에 아디다스컵을 치렀다. 대우는 1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4위였다. 하지만, 1997년 4월 19일 천안 일화 천마(성남 FC의 전신)를 4-1로 대파하고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기억이 난다(웃음). 우린 자신감이 붙었고, 이후에 치른 두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부산은 축구만 잘한 게 아니다. 부산의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구덕운동장은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1994년 부산에 입단해 6시즌을 뛴 한양대학교 정재권 감독은 당시의 축구 열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가 1997년 3관왕에 오르자 부산은 축구 열기로 가득했다. 선수들이 부산 시내를 돌아다닐 때 지갑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택시를 타면 ‘좋은 경기로 보답해 달라’면서 택시비를 받지 않았다. 식당에선 ‘축구 선수는 많이 먹어야 한다’면서 무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부럽지 않은 인기였다.

1998년 ‘슈퍼스타’ 안정환이 부산에 입단하며 부산의 축구 열기는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부산은 쭉 내리막이었다.

5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 부산, 과거의 영광 되찾을 수 있을까

부산 아이파크 스트라이커 이정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산 아이파크 스트라이커 이정협(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산 아이파크는 1997년 이후 딱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한국 성인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FA컵(2004년)이다. 리그(K리그2 제외)에선 3위 안에 든 적이 없다.

부산의 축구 열기는 빠르게 식었다. 2007년엔 리그 13위로 내려앉았다. 승강제 도입(2013년) 3년 차 시즌엔 K리그2로 강등됐다. 수원 FC와 치른 승강 플레이오프 1(0-1), 2차전(0-2)을 모두 졌다. 축구 명가로 명성을 떨친 부산이 기업구단 최초 강등이란 불명예를 쓴 순간이다.

부산은 4시즌을 K리그2에서 보냈다. 과거의 영광은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강등 첫해엔 리그 5위에 머물렀다. 이듬해부턴 2시즌 연속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승격에 실패했다. K리그1 잔류에 사활을 건 상주 상무와 FC 서울을 넘어서지 못했다.

부산은 세 차례의 도전 끝 승격의 꿈을 이뤘다. 2019시즌 K리그1 11위 경남 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 합계 2-0으로 이겼다.

주전 스트라이커 이정협은 모든 선수가 3년 동안 ‘승격’이란 간절함을 품고 그라운드를 누볐다면서 K리그1 복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는 크다. 육체와 정신 모두 한 단계 위라는 것을 인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힘겹게 올라왔다. ‘승격’을 준비했던 때 이상으로 2020시즌을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은 새로운 도전에 앞서 선수층을 단단히 하고 있다. 골문을 지킬 선수로 베테랑 김호준이 합류했다. K리그(1·2) 305경기를 뛴 김호준은 순발력을 앞세운 선방과 수비 조율 능력이 뛰어난 정상급 골키퍼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윤석영도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바 있는 윤석영은 안정적인 수비력과 빠른 발, 날카로운 킥력 등을 두루 갖춘 풀백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47경기(1골 1도움)를 뛰었다.

이외에도 지난 시즌 K리그2 안산 그리너스에서 9골 3도움(28경기)을 기록한 빈치씽코, 우즈베키스탄 축구 대표팀 중앙 수비수 도스톤벡 투르스노프 등이 부산에 합류했다. 부산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영입을 장담할 순 없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찾는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부산엔 지난 시즌 K리그2 MVP(최우수선수) 이동준,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우측 풀백 김문환, 공격수 이정협, 호물로 등이 건재하다. 축구계는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이들이 조직력을 더한다면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축구계는 뜨거웠던 부산을 기억한다. 5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 부산은 축구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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