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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승의 킥앤러시] 황선홍 감독 “편견을 깰 수 있는 건 그라운드 위 증명뿐이다”

  • 기사입력 2020.02.15 12:55:02   |   최종수정 2020.02.18 19: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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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 2020시즌 새 출발 알린 대전하나시티즌과 ‘동반성장’ 꿈꾼다 

-“대전하나시티즌 제안 전 국외 리그 도전이 최우선이었다”

-“구단이 가진 생각과 계획이 대전하나시티즌을 선택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1988년 A매치 데뷔전,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태클 10번을 목표로 했다”

-“대전시를 대표하고 사랑받는 구단으로 나아갈 것”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남해]

 

황선홍 감독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2020시즌 기업구단으로 새 출발을 알린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고 ‘축구특별시’ 부활에 앞장선다. 

 

황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건국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8년 12월 6일 A매치에 데뷔해 2002년까지 103경기(50골)를 뛰었다. 역대 A매치 득점 2위에 올라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4강 진출에 앞장서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지도자 경력도 화려하다.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만 4개(리그와 FA컵 각각 2개)다. 2013년엔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K리그 최초 더블(리그+FA컵)을 달성했다. 

 

부산 아이파크 시절 정성훈, 박희도를 시작으로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 등 선수 발굴 및 조련에도 빼어난 능력을 보였다.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여름 FC 서울 지휘봉을 잡자마자 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이후엔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2018년 4월 30일 서울 지휘봉을 내려놨다. 2019시즌을 앞두고 옌볜 푸더(중국) 지휘봉을 잡았지만, 구단이 급작스럽게 해체하며 명예회복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2020년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K리그1 승격보다 큰 꿈을 꾸는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엠스플뉴스가 대전하나시티즌의 초대 사령탑을 책임질 황 감독을 만났다. 

 

황선홍 감독 “대전하나시티즌 제안 전 국외 무대 도전이 최우선이었다”

 

2020시즌 대전하나시티즌을 이끌고 K리그2 정상 도전에 나서는 황선홍 감독(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20시즌 대전하나시티즌을 이끌고 K리그2 정상 도전에 나서는 황선홍 감독(사진 오른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월 10일(월요일)부터 경상남도 남해에서 2020시즌 대비 2차 전지훈련 중입니다.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예정된 인터뷰가 가장 많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하죠(웃음). 2018년 4월 30일 FC 서울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돌아왔습니다. 인터뷰가 오랜만인 까닭에 조금 낯선 건 있지만 잘해야죠. 우리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을 수 있게 도울 기회입니다. 감독은 팀 홍보를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죠. 

 

감독께선 2003년 은퇴 후 곧바로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선수 시절엔 소속팀과 한국 축구 대표팀을 오가며 쉴 틈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2015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습니다. 휴식을 취하지 않고 달리기만 한 게 사실이거든요. 푹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독일, 영국 등에서 축구 공부도 할 계획이었죠. 하지만, 포항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휴식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2018년 4월 30일 FC 서울 지휘봉을 내려놨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1년 6개월을 쉬었습니다. 축구 인생에서 가장 긴 휴식기였어요. 이땐 어떻게 지냈습니까. 

 

2019시즌을 앞두고 옌볜 푸더 지휘봉을 잡았지만 구단이 해체되면서 휴식기가 길어졌습니다(웃음). 휴식을 취하면서 축구 인생을 돌아봤어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점을 살려야 하고 개선해야 할지 생각했죠. 

 

휴식이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긴 휴식기에도 축구 생각뿐인 걸 보면 알 수 있죠. 감독께선 취미는 없습니까. 

 

운동이죠. 땀 흘릴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웃음). 가족들과 산책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쉬는 것도 좋아해요. 푸르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곤 하죠. 예전엔 산도 많이 다녔습니다. 지금은 무릎이 좋지 않아서 등산이나 뛰는 건 못하지만.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제안을 받기 전 계획은 무엇이었습니까. 

 

국외 리그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2019시즌을 앞두고 옌볜 푸더를 선택한 건 이 때문입니다. 2003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시작으로 포항과 서울을 거쳤죠. 감독 경험만 10년이 넘습니다. 낯선 환경과 무대로 나아가 한 단계 성장하길 원했죠.     

 

성장이요?

 

선수 땐 K리그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리그를 경험했습니다. K리그와 다른 문화를 접하면서 한 층 성장할 수 있었죠.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리그 운영 방식, 선수, 코칭스태프, 문화 등 지도자 생활을 하며 경험하지 못한 걸 배우고 싶었어요. 새로운 곳을 바라보고 고민하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죠. 지도자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국외 리그를 원했던 감독께서 선택한 팀은 대전하나시티즌입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솔직히 고민이 많았어요. ‘K리그1이 아닌 K리그2에 도전해도 되는 걸까’란 생각도 했죠. 하지만, 대전하나시티즌이 그린 미래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떤 미래를 보여줬습니까. 

 

선수와 코치, 감독을 거치면서 배운 게 있어요. 구단이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K리그1 승격에 만족하지 않아요.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까닭이죠. 대전하나시티즌이 ‘축구특별시’로 불린 과거도 제 마음을 끌어당겼습니다. 

 

‘축구특별시’로 불린 과거요?

 

대전하나시티즌은 현재 전북 현대나 울산 현대처럼 재정이 넉넉한 팀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2001년 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저력’이 있는 팀이었어요. 팬들의 관심도 뜨거울 때가 있었죠. 대전하나시티즌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고 싶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황금기를 만드는 거죠.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잘못해온 게 있다면 반성하고 고쳐야죠. 대전하나시티즌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팀이라는 걸 보여줄 겁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상식과 기본에 충실하면 됩니다. 감독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 명단을 짜는 거예요. 선수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겁니다. 팬 서비스도 확실하게 하고요. 

 

“감독과 선수 사이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감독께선 포항 스틸러스와 FC 서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앞선 팀들과 다른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들과 현재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K리그1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엔 개성 강한 선수가 많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뛰는 K리그1 정상급 선수가 즐비하죠. 대전하나시티즌은 다시 출발점에 선 팀입니다. 당장 승격해 K리그1 우승에 도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 이 기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거예요. 

 

자신감이요?

 

대전하나시티즌엔 아픔을 가진 선수들이 있습니다. 부상으로 찬란했던 과거의 기량을 잃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자신감을 잃은 선수가 대표적이죠. 조금만 가다듬으면 큰 선수가 될 어린 선수도 많습니다. 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감독께선 ‘스타 발굴’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입니다. 포항 시절엔 고무열, 이명주, 김승대 등을 K리그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았을 땐 정성훈을 한국 축구 대표팀으로 보냈습니다.  

 

선수들이 잘한 거죠(웃음). 전 그 선수들을 믿고 기회를 준 것뿐입니다. K리그1 정상급 선수로 올라서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뻔한 얘길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감독이나 코치가 시키지 않아도 몸 관리를 아주 철저하게 하죠. 지금보다 발전한 내일을 보고 운동하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겁니다.  

 

선수의 발전을 위해선 감독이 ‘어떤 동기부여를 심어주느냐’도 아주 중요합니다. 

 

젊고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선수들에겐 칭찬을 많이 합니다. 지금처럼 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팀엔 22세 이하 선수가 10명 정도 있습니다. 2020시즌 22세 이하 선수 2명(선발과 후보 각 1명씩)을 경기 명단에 포함해야 해요. 눈여겨보고 있습니다(웃음). 

 

이명주, 김승대 등을 처음 봤을 때 ‘이 선수는 크게 되겠다’는 걸 느꼈습니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도 100% 성공을 확신할 순 없어요. 축구엔 변수가 많습니다.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향후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요.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초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죠. 

 

감독께선 선수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103경기에서 뛰며 50골을 기록했습니다. 선수 황선홍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 건 언제입니까.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입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20살 때죠. 당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끈 이회택 감독께서 일본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출전 기회를 줬습니다. 처음 태극마크를 단 대학교 2학년 선수가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대신해 출전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죠.  

 

바로 그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여기에 있습니다. 이회택 전 감독께선 제 능력을 믿어주셨어요. 감독의 눈으로 볼 땐 한 없이 부족한 선수지만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황선홍의 A매치 데뷔전을 좀 더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회택 전 감독께서 일본전 당일(1988년 12월 6일) 정오(正午) ‘오늘은 네가 전방을 책임진다’고 했습니다.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낮잠을 자요. 심장이 얼마나 뛰던지 한숨도 못 잤습니다(웃음). 대신 ‘내가 그라운드에서 잘할 수 있는 게 뭘까’란 걸 고민했습니다. 

 

뭐였습니까.

 

가장 먼저 ‘태클 10번 이상 시도하기’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내 실력을 잘 알았어요. 선배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20살이었습니다. 부족한 게 너무 많았죠. 하지만, 감독께서 주신 신뢰와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태클을 생각한 거죠(웃음). 

 

또 있습니까. 

 

그다음이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10번 이상 침투하기’였습니다. 직접 골을 넣진 못하더라도 선배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서니까 전반 13분 만에 골이 터졌습니다(웃음). 김주성 선배의 추가골도 도왔죠. 꿈같은 데뷔전을 치른 겁니다. 

 

모든 축구 선수가 선수 황선홍처럼 꿈같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붙박이 주전으로 발돋움할 순 없습니다. 남몰래 굵은 땀방울을 아끼지 않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도 많아요. 감독께선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 선수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뻔한 얘기지만 노력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많은 사람이 저를 ‘타고난 골잡이’라고 칭한다지만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저는 시간의 차이라고 봐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면 반드시 빛을 볼 날이 옵니다. 감독이 용기를 잃지 않고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죠.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축구를 대하는 자세예요. 

 

축구를 대하는 자세요?

 

우리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죠(웃음). 우린 축구가 좋아서 시작해 프로가 됐습니다. 프로선수는 아마추어와 달리 연봉을 받고 그라운드를 누빕니다. 축구를 등한시해선 절대 안 되는 거죠.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 훈련장에서부터 온 힘을 다하는 건 기본이죠. 

 

대중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처럼 선수 황선홍의 화려한 시절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감독께선 대중의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선수 시절을 떠올리면 제자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선수 시절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확신한 게 있습니다. 편견을 깨는 방법은 더 많이 땀 흘리는 것밖에 없어요.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하지 못하면 편견은 깰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황선홍은 결정력이 없는 선수’란 편견이 있습니다. 이걸 바꾸려면 실전에서 골을 넣어야 해요. 골을 넣기 위해선 더 많이 연습하는 방법뿐이죠. 이 이야길 하니 1994년 미국 월드컵 전이 떠오르네요. 

 

궁금합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앞뒀을 때입니다. 축구계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매일 새벽 남산을 뛰어 올라갔죠. 팀 훈련이 끝나면 슈팅 연습과 보강 운동을 했고요. 이렇게 죽을힘을 다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했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에서 축구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큰 비판을 받았죠. 서운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지만, 나 자신에게 실망감이 컸어요.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나’ 싶었죠. 

 

‘편견을 깨는 방법은 더 많이 땀 흘리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수라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내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예요. 누구나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대중은 믿지 않아요. 다음 시즌이나 월드컵에서 결과로 증명해야 믿습니다. 1994년 월드컵 이후 더 악착같이 축구에만 매진했던 것 같아요. 그때 좌절했다면, 2002년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하는 건 어려웠을 겁니다.  

 

감독께선 불운한 부상으로도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친선경기에서 무릎을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 때문에 본선에선 1초도 뛰지 못했죠.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마음이 더 아파요. 얼마만큼 괴롭고 힘든지 아니까. 그런 선수들에게 주변 도움을 받으라고 얘기해요. 

 

주변의 도움이요?

 

재활은 인내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혼자서 부상을 이겨내는 것보단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아요. 큰 부상일수록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심리상담사의 도움을 받는 게 재활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전 큰 부상을 당한 선수들에게 ‘팀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마음이 편해야 몸이 빨리 회복되는 걸 경험했거든요. 

 

“대전하나시티즌을 사랑받는 구단으로 만들고 싶어”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대전하나시티즌 황선홍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축구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감독께선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축구를 온전히 사랑하고 즐기는 게 힘들지 않습니까. 

 

1년 6개월 쉬면서 1998년 부상당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축구를 좋아해서 시작해 선수로 뛰는 건데 왜 즐기지 못하는 걸까.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훈련하고 그라운드에 나서야 하는 걸까’란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결심한 게 있었습니다.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나 다름없는 축구다. 은퇴 전 짧은 시간만이라도 마음 편히 축구를 즐기자’고 다짐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죠. 

 

어떤?

 

1998년 내 나이 31살이었습니다. 은퇴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었죠. 그런데 머릿속을 비우고 그라운드에 나서니까 축구가 재밌는 거예요. 1999년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유니폼을 입고 득점왕(24골 8도움)에 올랐습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해보고 싶어요. 

 

그때처럼?

 

2003년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축구를 할까’란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성적에 대한 부담도 점점 커진 게 사실이죠. 2018년 4월까지 쉼 없이 내달리면서 시야가 좁아진 건 아니었나 싶어요.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넓은 포용력을 보여줬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되진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한 거죠.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모두 이겨냈습니다. 매번 그라운드로 돌아와 ‘편견’을 깼습니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다시 일어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축구장이죠. 푸른 잔디를 보고 있으면 그냥 좋아요. 지도자는 이런 매력도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게 그라운드 위에서 나타날 때 전해지는 쾌감이 있어요. 팬들에게 ‘재밌는 축구를 한다’는 칭찬을 받을 땐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선수와 함께 성장하는 기분은 지도자만 느낄 수 있고요.

 

감독께선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로도 많은 걸 이뤘습니다. 리그,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두 차례씩 들어 올렸습니다. 더 이루고 싶은 게 있습니까.  

 

대전하나시티즌의 제안을 받기 전 국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전하나시티즌이 그린 미래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경남 FC 설기현, 성남 FC 김남일 등 K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지도자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싶기도 하고요. 축구는 늘 새롭습니다. 이전에 없던 과제를 던져주죠. 대전하나시티즌과 이뤄나가야 할 게 아주 많아요(웃음). 

 

대전하나시티즌은 1월 14일부터 2월 6일까지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2020시즌 대비 1차 전지훈련을 했습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줍니다. 만족해요. 스페인에선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합류한 선수가 많은 까닭에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죠. 남해에선 전술 훈련과 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연습경기를 통해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2020시즌 K리그2가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남 FC 전력이 K리그1 팀들 못지않습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오른 FC 안양,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서울 이랜드 등 약팀이 보이지 않는 시즌이에요. 대전하나시티즌이 도전자라는 걸 잊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리그2에서 지휘봉을 잡은 건 처음입니다. 밖에서 지켜본 K리그2는 어떤 리그였습니까. 

 

K리그1이 기술적인 면에선 조금 앞설 순 있지만, 피지컬이나 축구에 대한 열정은 K리그2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기 전 K리그2 감독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어요. 하나같이 ‘강하고 치열하다’는 얘길 했죠. 나부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팬들의 박수를 받기 어려울 겁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2020시즌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선수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선수들이 홈에서만큼은 도전 정신을 갖고 뛰었으면 합니다. 어떤 팀을 만나든 당당하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해요.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이 박수 보낼 수 있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축구계는 선수 황선홍을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부릅니다. 감독께선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우린 팬이 있어 존재해요. 팬들에게 더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경쟁에서 승리해 팬들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도록 나부터 한 발 더 뛰겠습니다. 선수 때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든 온 힘을 다할 뿐입니다.

 

대전하나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새 출발을 알린 것도 있지만, 감독께서 지휘봉을 잡은 이후 축구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에 큰 관심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0시즌 잘 준비해서 대전시를 대표하는 팀이자 사랑받는 구단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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