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일수, K리그1 정상 도전하는 울산 떠나 K리그2 경남으로 향했다

-“3년의 계약 기간과 설기현 감독 그리고 오랜 시간 뛰고 싶다는 욕심이 경남을 선택하게 했다”

-“포메이션부터 색다른 경남 축구, 2020시즌 기대해도 좋다”

-“동국이 형처럼 정상급 기량 유지하며 오래도록 그라운드 누비고 싶다”

-“팬들의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등 볼 잡으면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경남 FC 황일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경남 FC 황일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남해]

K리그의 우사인 볼트

2020시즌 경남 FC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황일수의 별명이다. 황일수는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무기로 10년 동안 K리그1 정상급 윙어로 활약했다. 황일수가 볼을 뻥 차고 달리는 이른바 ‘치달(치고 달리기)’을 선보이면 그 어떤 선수도 막을 수 없다.

황일수는 프로 데뷔 시즌(2010년)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대구 FC에서 프로에 데뷔한 황일수는 프로 첫해 30경기(4골 5도움)를 뛰었다. 프로 3년 차 시즌엔 무려 40경기(6골 8도움)를 소화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273경기 출전 42골 38도움.

그런 황일수가 K리그1 정상에 도전하는 울산 현대를 떠나 K리그2로 강등된 경남으로 향했다. 황일수가 K리그2에서 뛴 건 군 복무 시절인 2015시즌(19경기 출전 2골 4도움)이 유일하다. 황일수는 왜 K리그2 경남으로 향한 것일까. 엠스플뉴스가 2020시즌을 준비 중인 황일수를 만났다.

황일수 “3년의 계약 기간과 설기현 감독 그리고 오랜 시간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욕심이 경남을 선택하게 했다”

경남 FC 적응을 마친 황일수(사진 맨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경남 FC 적응을 마친 황일수(사진 맨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20시즌을 앞두고 경남 FC 이적을 선택했습니다. 축구계는 여전히 K리그1 정상급 윙어로 평가받는 황일수가 K리그2를 선택한 것에 놀랐습니다.

경남 이적을 확정했을 때 주변 분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 K리그1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데 K리그2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죠. 제 나이가 올해로 서른넷입니다. 뛴 날이 뛸 날보다 많은 게 사실이죠. 2019시즌을 마치고 고민이 많았어요. 경남을 포함한 몇몇 구단에서 영입 의사를 표명한 까닭이죠.

K리그1 4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도 황일수 영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울산 현대에 잔류해서 K리그1 우승을 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2019시즌 K리그2로 강등된 경남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른넷인 내게 3년 계약을 제시했습니다. 경남은 이 외에도 내 가치를 많이 인정해줬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자 벨기에, 잉글랜드 등에서 선진 축구를 경험한 설기현 감독께 배우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웃음).

3년의 계약 기간과 설 감독이 경남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군요.

전 아내와 아이를 챙겨야 하는 가장입니다. 결혼 후부턴 도전보다 안정적인 걸 택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또 은퇴 후엔 지도자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감독님 옆에서 배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프로 데뷔 시즌부터 K리그1 정상급 윙어로 활약 중입니다. 하지만, K리그1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은 없어요. 울산에서 우승에 도전해야겠다는 욕심은 없었습니까.

제주 유나이티드(2017년)와 울산(2019년)에서 K리그1 2위만 두 번 경험했습니다. 지난해가 정말 아쉽죠. 상주 상무에서 뛸 때 K리그2(2015년) 정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에요. K리그1에서 9시즌을 뛰었는데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계약 기간과 설 감독에게 배우고 싶은 욕심입니까.

또 있습니다. 울산 김도훈 감독께선 저를 조커로 활용했어요. 선수기용은 감독 권한이기 때문에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 뛰고 싶었어요. 조금씩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나이입니다(웃음). 뛸 수 있을 때 최대한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서고 싶어요. 이 부분도 경남 이적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경남에 와보니 어떻습니까.

처음엔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죠(웃음). 1차 전지훈련(태국)에서 코칭스태프, 선수들과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감독님의 축구 철학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고요.

백성동, 이광선, 김승준 등 많은 선수가 ‘설 감독의 축구는 색다르고 재밌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다른 겁니까.

비밀입니다(웃음). 2020시즌 경남 경기를 보시면 알 거예요. 포메이션부터 다릅니다. 공격 숫자를 많이 두기 때문에 재밌을 거예요. 지난해 ‘병수볼’로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킨 강원 FC가 볼 점유율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린 공격에 힘을 싣죠. 기대해도 좋습니다.

경남은 K리그1 승격 첫 시즌(2018년)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엔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강등을 피하지 못했죠. 축구계는 경남이 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습니다.

경남에 왔을 때 ‘강등된 팀이 맞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팀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팀에 한번 해보자는 의지가 넘쳤어요. 감독님을 포함한 새로운 코칭스태프, 저를 포함한 이적 선수가 새바람을 불어넣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좋은 분위기로 2020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태국(1차)과 남해(2차)에선 어떤 훈련을 진행했습니까.

경남은 2020시즌 준비가 빨랐어요. 1월 3일 경상남도 함안 클럽하우스에서 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죠. 태국에선 체력 운동과 전술 훈련을 병행했어요. 남해에선 연습경기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세부 전술을 더했죠. 개막전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동국이형처럼 오랫동안 정상급 기량 유지하며 그라운드 누비고 싶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황일수(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폭발적인 스피드가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황일수(사진 왼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경남엔 우로스 제리치, 네게바, 김승준 등 K리그1에서 기량을 검증한 선수가 많습니다.

2020시즌 승격을 자신하는 이유죠(웃음). 저와 함께 경남에 합류한 (백)성동이, (장)혁진이도 기량이 아주 뛰어납니다. 당장 K리그1에서 뛰어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죠. 외국인 선수들도 아주 좋습니다. 하나같이 팀에 대한 애정이 크고 자신보단 팀을 우선해요. 새 시즌 기대가 큽니다.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뛸 때 못지않게 주전 경쟁이 치열할 것 같습니다.

공격수가 많죠. 성동이, (김)승준이, 네게바 등 누가 선발로 뛰든 이상하지 않습니다. 주전 경쟁 없이 강팀이 될 순 없어요.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거죠.

뛰어난 기량을 갖춘 경쟁자가 많습니다. 황일수가 그들보다 이것만큼은 확실히 앞선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축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제 강점은 뚜렷합니다. 빠른 발이죠. 스피드를 활용한 시원시원한 플레이 보여드리겠습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스피드는 죽지 않았어요(웃음).

올 시즌이 프로 11년 차입니다.

벌써요(웃음)?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황일수의 활약엔 변함이 없습니다. 데뷔 시즌부터 쭉 꾸준한 활약을 보이죠. 비결이 뭡니까.

전 운이 좋은 선수예요. 프로 데뷔 시즌부터 30경기(4골 5도움)를 뛰었습니다. 3년 차 시즌(2012)엔 40경기(6골 8도움)나 뛰었죠. 부상으로 3개월을 쉰 지난 시즌에도 24경기(3골 2도움)에 나섰습니다. 꾸준한 경기 출전이 좋은 활약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어요. 선수에게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투입되면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게 어려운 겁니까.

경기 감각은 말 그대로 뛰어야 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량이 엇비슷한 선수가 있어요. A 선수는 매 경기 70분을 뜁니다. B 선수는 경기에 출전하면 풀타임을 소화하지만 출전이 불규칙해요. 시즌 말미 두 선수의 몸 상태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A 선수가 훨씬 더 좋은 몸 상태로 축구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거예요. 선수는 뛰어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울산에선 조커로 투입되는 날이 많았습니다. 선발로 나서는 것과 조커로 뛰는 것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모든 선수는 선발로 뛰길 원합니다. 당연한 거죠. 조커는 경기 중간 투입되는 까닭에 템포를 따라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 100%를 쏟아내야 하고 팀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죠. 나이가 있어서 매 경기 풀타임을 뛸 순 없을 겁니다. 감독께서 요구하시는 걸 100% 수행할 수 있게 준비해야죠.

아직 한창 아닙니까. 전북 현대 이동국은 40살이지만 K리그1 정상급 스트라이커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나이를 얘기했네요(웃음). (이)동국이 형은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40살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동국이 형은 제 나이 때 선수들의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이요?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땐 프로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이후엔 태극마크 달 날을 바라보며 땀을 아끼지 않았죠. 지금은 1년이라도 더 뛰는 게 목표입니다. 욕심일 순 있지만 38~40살까진 현역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어요.

프로 데뷔 시즌부터 쭉 꾸준한 활약을 보였습니다. 실현 가능한 꿈 아닙니까.

자신은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힘들어하는 친구가 많아요. 나이 때문에 출전 시간이 줄고, 팀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인 선수들이 있죠. 뛸 팀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K리그 정상급 선수도 베테랑이 되면서 따르는 스트레스가 큽니까.

스트레스는 없어요. 서러울 때가 있죠(웃음). 20대 땐 크게 다친 게 아니면 별문제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어요. 90분을 뛴 다음 날 또 뛸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죠. 지금은 아닙니다. 살짝 삐끗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풀타임을 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회복 속도에서 젊은 선수와 차이가 크다는 걸 느끼죠. 몸 관리에 신경을 엄청나게 씁니다.

몸 관리에 신경을 쓴다?

일단 몸에 좋은 걸 많이 먹습니다. 숙면에도 신경을 쓰죠. 젊을 땐 잠을 잘 못 자도 경기 뛰는 데 지장이 없었어요. 베테랑이 되면 다릅니다. 피로하다는 게 바로 느껴지고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커져요.

베테랑이 된 후 달라진 게 또 있습니까.

팀 닥터들을 예전보다 많이 괴롭히죠(웃음). 특별히 아픈 곳이 없어도 마사지를 받아요. 운동 후엔 무조건 근육을 풀어줍니다. 몸 관리에 더 철저해야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요.

“팬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등 볼 잡으면 기대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2020시즌 경남 FC의 K리그1 승격을 자신한 황일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2020시즌 경남 FC의 K리그1 승격을 자신한 황일수(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많은 선수가 국가대표와 함께 유럽 진출을 꿈꿉니다. K리그 데뷔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냈어요. 유럽 진출을 고민하거나 시도해 본 적은 없습니까.

프로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유럽 진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 기회가 없었습니다(웃음). 태극마크를 조금 일찍 달았다면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전 31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2017년 6월 8일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 경기는 축구 인생에서 어떤 의미입니까.

잠깐 꿈을 꾼 것 같아요. 기성용, 손흥민 등과 훈련하고 경기를 뛴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라크전도 생생히 기억해요. 경기 종료 14분을 남기고 기성용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들어가서 경기를 소화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정신없이 뛰었습니다.

당시 황일수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빛을 발하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아주 좋았죠(웃음). 오랜 시간을 뛴 게 아닌데 좋게 봐주시니까 감사했습니다. 그날 활약을 발판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 경기(2-3)에서도 출전 기회를 잡았어요. 이날은 공격 포인트(도움)까지 기록했죠. 내가 좀 더 열심히 뛰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2010년대 황일수는 K리그 최고의 윙어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오랜 꿈인 태극마크도 달았어요. 2010년대 황일수를 평가해줄 수 있습니까.

목표는 항상 높게 잡았어요. 만점을 줄 순 없습니다(웃음). 그래도 ‘고생 많았다’는 격려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많은 시간을 뛰었으니까.

또 한번의 경쟁을 시작합니다. 2020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경남은 2월 29일 대전하나시티즌과 첫 경기를 치릅니다.

지난 시즌엔 내가 원했던 만큼 뛰질 못했어요. 그 아쉬움을 첫 경기부터 털어내고 싶습니다. 원 없이 뛰고 싶어요(웃음). 공격 포인트 욕심은 없습니다. ‘몇 골을 넣어야겠다’고 목표를 설정하면 더 안 되더라고요. 경기에 꾸준히 나서다 보면 공격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팀이 승격으로 나아가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3년 혹은 그 이상을 함께할 경남 팬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습니까.

프로축구 선수의 시작을 함께한 대구 FC, 제주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울산 현대 그리고 경남까지 똑같아요. 팀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큰 바람일지 모르지만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 선수로 기억됐으면 해요. 답답한 속을 뻥 뚫어주는 등 볼 잡으면 기대되는 선수. 욕심이 너무 큰가요(웃음)? 올 시즌 경남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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