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아산프로축구단, 2019시즌 끝으로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며 새 출발 알렸다

-박동혁 감독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팀”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게 감독의 축구 철학보다 훨씬 중요하다”

-“경기를 치를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는 팀을 만들고 싶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남해]

당장 K리그2 우승을 장담할 순 없습니다. 대신 ‘가능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매 경기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되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2019년 12월 2일 2020시즌 K리그2 참가를 확정한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의 각오다. 2018년부터 구단의 존폐기로에 섰던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2019시즌을 끝으로 시민구단으로 재창단에 성공했다. 마음 편히 선수들과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던 박 감독의 바람이 이뤄졌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창단 첫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부산 기장과 경상남도 남해에서 2020시즌 개막 준비에 열을 올렸다. 이명주, 주세종, 안현범, 고무열 등 K리그1에서 기량을 검증한 의무경찰 신분 선수는 없지만 젊고 성장 가능성이 많은 이가 구슬땀을 아끼지 않았다.

K리그 막내 구단의 시작은 어떤 모습일까. 엠스플뉴스가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을 만났다.

박동혁 감독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팀”

박동혁 감독은 지도자 첫해인 2018시즌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박동혁 감독은 지도자 첫해인 2018시즌 K리그2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상남도 남해에서 진행한 2차 전지훈련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새 시즌 개막 준비는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부산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에선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어요. 몸이 올라온 상태가 아닌 까닭에 부상 방지에도 신경 썼죠. 강도 높은 훈련보단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한 운동을 자주 했습니다. 남해에선 팀 전술을 가다듬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몰두했죠. 선수들과 함께 2020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웃음).

지난해 동계훈련엔 이명주, 주세종, 안현범, 고무열 등 K리그1 정상급 선수가 중심이었습니다. 올 시즌부턴 젊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중심입니다. 선수단 변화 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의 능력이 확실히 좋죠(웃음). 하지만,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만의 장점도 있습니다. 팀에 활력이 넘치고 한 번 도전해보자는 의지도 대단해요. 선수들이 코칭스태프를 잘 따라와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9일 2019시즌 최종전에서 ‘우리 선수들과 마음 편히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후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 재창단하면서 구단이 존폐기로에 놓일 일은 없어졌습니다. 마음 편히 축구에만 집중하고 있습니까.

매 시즌 동계훈련에선 마음 편히 준비했어요(웃음). 구단의 미래가 불투명한 시즌 말미가 문제였죠. 많은 분이 힘써주신 덕분에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 새롭게 출발합니다. 당장 K리그2 우승을 장담할 순 없어요. 대신 ‘가능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되는 팀을 만들겠습니다.

2018년 감독 첫해부터 구단이 존폐기로에 놓였습니다. 2년 연속 팀의 미래가 불확실했죠. 어떨 때 가장 힘들었습니까.

답답했죠(웃음). 저보단 선수들이 훨씬 더 힘들었을 거예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힘 써주시는 구단 직원들도 스트레스가 컸을 겁니다. 모든 분이 열과 성을 다해 일했어요. 그런데 팀이 해체되면 얼마나 허무합니까. 저 또한 팀을 위해 매 순간 온 힘을 다했습니다. 2018년엔 K리그2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죠. 팀이 해체됐다면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거 같아요.

2019년 12월 2일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의 2020시즌 K리그2 참가가 확정됐습니다. 시민구단으로 새 출발을 알린 겁니다.

2017년 수석코치로 충남아산프로축구단과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2018시즌부턴 지휘봉을 잡았죠. 팀이 존폐기로에 놓였을 때 몇 군데서 감독 제의를 받았어요. 팀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이 팀이 저를 선택해준 덕분에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박동혁을 만들어준 구단이에요.

지금의 박동혁을 만들어준 구단이다?

나를 성장시켜준 구단인데 어려울 때 떠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 선택이 옳았습니다. 이래 봬도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초대 감독이에요(웃음). 자부심이 있습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 쭉쭉 성장해 나아갈 것이란 확신도 있고요. 팀에 어린 친구가 정말 많습니다. 25세 미만 선수만 20명이 넘어요.

향후 이명주, 주세종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뛸 선수가 보입니까.

있죠. 하지만,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올 시즌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의 경기를 유심히 보시면 아실 거예요(웃음).

감독께선 연령별 대표(U-20·23)를 거쳐 A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엘리트 선수였습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등 K리그1 명문구단은 물론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에서도 경험을 쌓았죠. 은퇴 후엔 울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감독께서 K리그1이 아닌 K리그2 충남아산프로축구단과 인연을 맺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2014시즌을 끝나고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곧바로 울산 스카우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죠. K리그와 아마추어 축구 등 정말 많은 경기를 봤습니다. 그때 인연을 맺은 분들이 충남아산프로축구단에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팀이 수석코치를 구할 때였죠. 사실 고민이 아주 많았습니다.

어떤 고민을 했습니까.

2016년 울산 2군 코치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팀에선 제가 2군 코치로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어요. 울산에서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구단은 지도자로 출발할 기회까지 마련해줬어요. 고민이 컸던 이유죠. 특히나 아산에 연고가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을 선택한다는 건 큰 모험이었죠.

모험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J리그에서 뛰면서 ‘은퇴 후엔 무조건 지도자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충남아산프로축구단으로 가면 지도자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앞만 보고 결정한 거죠(웃음).

J리그에서 선수로 뛸 때 지도자의 꿈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웃음). ‘은퇴하면 지도자의 길로 간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국외에서 지휘봉을 잡아보고 싶은 욕심도 있죠.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를 경험했습니다. 국외에서 뛰며 이런 건 K리그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느낀 게 있습니까.

J리그는 스태프 숫자가 많습니다. 피지컬 코치, 비디오 분석관, 의무 트레이너 등 일찍부터 전문성을 갖춘 스태프와 함께했죠. 전북이나 울산, FC 서울 등 기업구단도 예전보단 스텝 숫자가 많아졌을 겁니다. 하지만, K리그엔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구단이 많아요. 스태프가 부족하죠. 감독이나 코치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크고 꼭 봐야 하는 걸 못 볼 때가 있어요. 그런 게 조금 아쉽죠.

“2020시즌 개막전부터 우리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겠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충남아산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8년 감독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해 K리그2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죠. 선수 때부터 지도자를 꿈꾸며 준비한 게 빛을 봤다고 평가하면 될까요.

태극마크를 달아본 선수들이 즐비했습니다. 선수들이 잘했죠(웃음).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어요. 구단 직원들도 자신들이 맡은 일 이상을 했죠. 팬들의 성원도 큰 힘이 됐고요. 누구 하나가 잘해서 우승할 순 없습니다.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낸 거죠. 이때 확실히 느낀 게 있어요.

어떤 거죠?

지도자의 축구 철학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가 한마음 한뜻이 돼야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이가 돼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어요. 서로 신뢰가 쌓이면 자신감이 더해집니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건 이 때문이에요.

자신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축구 선수에게 자신감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에 들어선 선수는 실력의 배 이상을 보여줄 수 있어요. 제가 선수들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감이 떨어지면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는 일이 생겨요. 선수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어떤 걸 강조합니까.

어떤 팀을 만나든 자신감 있게 부딪치라고 강조해요. 상위 팀을 만났다는 이유로 뒤로 물러서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후회 없이 보인다면 결과는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어요.

감독께선 소통과 신뢰, 자신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축구 철학도 팀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박동혁 감독의 축구 철학은 무엇입니까.

점유율 높은 축구를 하고 싶어요(웃음).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죠. 하지만, 감독의 축구 철학만 고집할 순 없습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재정이 넉넉한 팀이 아니에요. 선수 구성에 맞게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축구를 해야죠.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주장 박세직은 ‘박동혁 감독께선 선수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지도자’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선수들이 감독에게 맞추기보단 개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녹여내는 게 좋다고 봅니다. 선수들이 박동혁 감독과 함께 했을 때 한 단계 성장을 이뤘다고 느낄 수 있게끔 온 힘을 다해야죠(웃음).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2020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와 함께 뜁니다.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아민 무야키치는 벌써 팀 적응을 마친 것 같아요(웃음). 왼발 킥과 기술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로 막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필립 헬퀴스트는 머리가 좋고 위치 선정이 뛰어나요. 무야키치와 다른 강점을 지닌 선수죠. 득점이 안 터질 때나 대체 공격수가 없을 때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올 시즌 기대가 커요.

K리그2가 어느 해보다 큰 관심을 받습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남 FC의 ‘2강’이죠(웃음).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뛴 선수들이 남고 전력보강이 이뤄졌어요. 선수단 구성면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나 싶습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우수하므로 다크호스 역할을 해줄 것 같고요.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후회 없이 부딪쳐 봐야죠.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의 첫 시즌입니다.

선수들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이야기했습니다. 언론엔 얘기하지 않으려고 해요. 전지훈련 장소까진 기사화가 됐는데 이후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 한번 두고 보자’는 다짐을 했어요(웃음). 2020시즌 개막과 동시에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기대가 커지는 팀을 선수들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아산 팬들의 기대가 큽니다.

팬들이 있어 우리가 새 출발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기회를 얻은 만큼 잘하겠습니다. 매 경기 나아지는 경기력을 보일게요. 많은 분이 경기장을 찾아주신다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누굴 만나든 뒤로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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