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유럽으로 떠났던 이청용,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다

-“유럽 리그에서 경쟁력 남아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다”

-“볼턴 원더러스에서의 첫 시즌 잊지 못해. 지금도 당시 함께 뛴 선수들과 연락 주고받는다”

-“울산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힘든 시간 보낼 때부터 관심을 보인 고마운 구단”

-“축구계가 기억하는 경기력 보일 수 있게 책임감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설 것”

울산 현대 이청용(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울산 현대 이청용(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FC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 일찌감치 가치를 인정받아 최연소(만 21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의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즐비한 유럽 리그에서 무려 11년 동안 경력을 이어갔다. 3월 5일 울산 현대 입단식을 진행한 이청용(31)의 얘기다.

이청용이 K리그로 돌아왔다. 유럽 리그에서 10년 이상 뛴 한국 선수가 K리그 팀으로 이적한 건 차두리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은퇴를 앞두고 돌아온 게 아니다. 이청용은 유럽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나이지만 K리그 복귀를 선택했다.

유럽 리그에서 경쟁력이 남아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다. 10년 전 볼턴 원더러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기억하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유럽에선 많은 경험을 쌓았다. 미련은 없다. K리그에서 다시 뛸 기회를 준 울산에서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이청용의 말이다.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16강 주역 이청용, 11년 유럽 생활을 마치다

볼턴 원더러스 시절 이청용(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볼턴 원더러스 시절 이청용(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청용은 2004년 FC 서울에 입단해 프로축구 선수 생활의 시작을 알렸다. 2년 동안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이청용은 2007시즌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7년 서울 지휘봉을 잡은 세놀 귀네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리그 23경기에 출전해 3골 6도움을 올렸다.

같은 해 캐나다에서 열린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선 기성용, 박주호, 최철순 등과 짧고 빠른 패스를 기반으로 한 재밌는 축구를 선보이며 축구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듬해부턴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2008시즌 리그에선 6골 6도움(25경기)을 기록하며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한국 U-23 축구 대표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청용이 만 21세의 나이에 EPL로 건너갈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이청용은 2009년 8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유럽 리그에서 뛰었다. 이청용이 꼽는 최고의 시즌은 입단 첫해다. 이청용은 2009-2010시즌 EPL 35경기(선발 27)에 출전해 4골 3도움을 올렸다. FA컵에선 8경기(선발 3)에서 뛰며 3골 1도움을 더했다.

이 시즌 이청용은 볼턴 원더러스 올해의 선수를 포함해 올해의 신입 선수, 선수단이 뽑은 올해의 선수, 북서부 지역 최고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한국 최고의 유망주가 EPL 소속 볼턴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팀 내 최다인 2골을 터뜨리며 원정 첫 16강 진출에 앞장섰다.

이청용은 유럽에서의 첫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지금도 당시 함께 뛴 선수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청용의 유럽 생활이 찬란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EPL 2년 차 시즌까진 거침이 없었다. 이청용은 리그 31경기(선발 25)에서 3골 6도움을 올리며 첫 시즌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란 걸 증명했다.

문제는 3년 차 시즌이었다. 새 시즌을 준비 중이던 2011년 7월 30일 잉글랜드 5부 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정강이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9개월 재활 끝 2011-2012시즌 말미 복귀해 2경기(교체)를 뛰었지만 긴 시간 에이스의 공백을 체감한 팀 강등을 막지 못했다.

이후 이청용은 챔피언십에서 2시즌 반을 뛰었다. 2015년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EPL로 복귀했지만 볼턴에서 보인 경기력은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청용은 크리스털 팰리스 유니폼을 입은 3시즌 반 동안 리그 38경기(선발 10)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청용은 2018년 9월 6일 독일 2. 분데스리가 Vfl 보훔으로 이적해 1시즌 반을 뛰었다. 2018-2019시즌 23경기(선발 19)에 출전해 1골 6도움을 올리며 아직 건재하다는 걸 증명했다. 올 시즌엔 2라운드 함부르크 SV전에서 무릎을 다쳐 두 달 넘게 재활에 몰두했지만 12경기(선발 8)나 뛰었다. 보훔에서 이청용이 어떤 선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에서 뛴 11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유럽 생활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부딪치며 프로축구 선수가 가져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알았다. 누군가에게 조언해줄 만큼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이청용의 말이다.

이청용, K리그 복귀 패러다임을 바꾸다

한국 축구 대표팀 이청용(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 이청용(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청용은 K리그1 울산 현대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2009년 여름 K리그를 떠날 때부터 복귀 시엔 무조건 친정팀 FC 서울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서울과의 협상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청용은 선수가 원한다고 이적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각자의 입장과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서울을 존중한다. 서울 역시 나를 존중하고 응원해줄 것으로 믿는다. 울산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울산이 지난 시즌 아쉽게 놓친 리그 우승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K리그 복귀 패러다임을 바꿨다. 지금까진 은퇴를 앞둔 유럽파 선수가 K리그 팀으로 이적하는 사례가 많았다. 차두리가 대표적이다. 2002년 6월 독일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차두리는 2012년 12월까지 유럽에서만 뛰었다. 선수 말년인 2013년 3월 서울로 이적한 차두리는 2시즌을 뛴 뒤 유니폼을 벗었다.

이청용은 울산과 3년 계약을 맺었다. 2018-2019시즌 독일에서 보인 경기력은 은퇴는 먼 미래의 얘기라는 걸 증명한다. 이청용 역시 유럽에서 경쟁력이 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럽 리그에서 오랜 시간 뛴 선수들이 K리그 이적 혹은 복귀를 꺼리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 축구인은 부담이다. 축구계는 유럽파에 대한 기대가 상당하다. 팬들은 그 선수가 보인 최고의 경기력만 기억한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감이 커지고 관심도 크게 떨어진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 뛴 선수들이 K리그로 쉽게 복귀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전했다.

이청용도 부담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축구계는 볼턴 원더러스 에이스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앞장선 이청용을 기억한다.

11년 전과 현재는 많은 게 다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똑같다. 유럽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도 있다. 특히나 예전보다 경기 출전에 대한 소중함이 커졌다. 다시 만나는 K리그 팬들에 대한 기대도 있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부담보단 책임감을 가지고 울산의 정상 도전에 앞장서겠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