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 전원 ‘K리거’로 2020년 첫 A대표팀 소집한다

-“국외파 빠진 A대표팀, K리거에겐 절호의 기회다”

-“벤투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지도자란 걸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이전 월드컵보다 새 얼굴 발굴 기회 적을 수 있다”

김민재(사진 왼쪽부터), 손흥민 등 국외에서 뛰는 A대표팀 선수들이 빠졌다. 10월 U-23 축구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은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KFA)
김민재(사진 왼쪽부터), 손흥민 등 국외에서 뛰는 A대표팀 선수들이 빠졌다. 10월 U-23 축구 대표팀과 두 차례 평가전은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이번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KFA)

[엠스플뉴스]

“수비에선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과감하게 압박을 시도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공격에선 우리가 항상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 위험은 최대한 줄이면서 공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90분간 쉼 없이 뛰면서 상대에 강한 팀이란 인식을 전해야 한다.”

2018년 8월 23일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한 말이다. 벤투 감독은 축구 철학이 확고하다.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벤투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라도 뽑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9월 28일 성인 대표팀(A대표팀) 소집명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고 빌드업에 능한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주세종, 이동경, 이주용 등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은 아니지만 팀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수도 발탁했다.

- 첫 ‘전원 K리거’ A대표팀, 월드컵 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

한국 축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해 12월 18일 일본전이다(사진=KFA)
한국 축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해 12월 18일 일본전이다(사진=KFA)

A대표팀은 10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1년 일본 도쿄 올림픽에 도전하는 U-23 축구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다.

A대표팀은 지난해 12월 18일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3차전 일본전(1-0) 이후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소집훈련조차 할 수 없었다. U-23 대표팀과 두 차례 친선경기는 2020년 첫 소집훈련이자 실전이다.

벤투 감독은 올해 K리그 경기장 이곳저곳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소집훈련은 못하지만 K리그의 숨은 진주를 찾아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9월 28일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처음 전원 K리거로 구성된 팀을 발표했다.

A대표팀엔 국외에서 뛰는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 김승규는 조현우와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골키퍼다. 김민재, 김진수는 벤투호 포백 수비의 핵심이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불리는 미드필더고, 정우영(알 사드)은 그의 파트너로 그라운드에 나선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권창훈, 이강인, 이재성 등도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A대표팀 명단에 승선했을 선수다. 축구계가 10월 U-23 대표팀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K리거에게 큰 기회로 보는 건 이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적이 있는 국외파 명단(표=엠스플뉴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적이 있는 국외파 명단(표=엠스플뉴스)

MBC 스포츠플러스 이상윤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은 큰 틀을 깨지 않는 지도자”라며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구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최고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건 아주 큰 기회다. 특히나 A대표팀은 국민이 지켜본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큰 자신감을 얻는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유럽에서 뛰는 주축 선수가 빠진 A대표팀이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번에 깊은 인상을 남겨야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모두 합류한 후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 이 위원의 얘기다.

- 10월 소집명단, 첫 발탁 선수들이 축구계 눈을 사로잡는다 -

울산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넘나들고 있는 원두재(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넘나들고 있는 원두재(사진 왼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계는 10월 A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한 선수를 주목했다. 올 시즌 K리그1에 데뷔한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진영으로 나아가는 빌드업을 중시한다. 기성용이 2019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벤투 감독의 총애를 받은 건 이유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은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킥력이 아주 뛰어나다. 3차례 월드컵(2010·2014·2018) 포함 A매치 110경기 출전을 자랑하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 기성용은 벤투 감독의 축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기성용은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벤투 감독은 황인범, 정우영, 백승호 등 다양한 선수를 기성용의 대체자로 활용했다. 그러나 기성용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확실한 선수가 나온 건 아니다.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원두재를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원두재는 1월 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기성용과 같은 포지션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증명했다. K리그1 단독 선두 울산에선 큰 문제 없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10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 명단(표=엠스플뉴스)
10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 명단(표=엠스플뉴스)

원두재는 “많은 분이 ‘벤투 감독님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처음 A대표팀 명단에 포함되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덧붙여 “A대표팀 합류는 새로운 시작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해야 한다. A대표팀 합류 후 ‘한 단계 성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강원 스트라이커 김지현, 중앙 수비수 김영빈도 처음 발탁했다. 두 선수는 A매치 경험이 없다. 프로 3년 차 김지현은 지난 시즌 처음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K리그1 27경기에서 뛰며 10골을 넣었다. 올 시즌엔 20경기에 출전해 7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지현은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고 압박에 능하다. 짧고 간결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해 득점 기회를 만든다.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김영빈은 중앙 수비수와 왼쪽 풀백을 오갈 수 있는 수비 자원이다. 강한 체력과 빌드업 능력을 갖췄다. 벤투 감독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연결할 능력은 필수다. 김영빈이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이유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이 A대표팀에 복귀했다. 이청용은 두 차례 월드컵 포함 A매치 89경기(9골)에 출전했다. 이청용이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선 건 지난해 3월 26일 콜롬비아와 친선경기가 마지막이다.

한국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를 모두 소집한 건 2019년 11월이다. 조현우, 구성윤, 나상호, 주세종, 권경원, 김문환, 정승현 등 7명은 당시에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벤투 감독은 A대표팀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최정예가 소집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선 A대표팀 합류가 매우 힘들다. 공식 A매치는 아니지만 U-23 대표팀과 경기에서 이 팀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많은 선수에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공통된 전망을 내놨다.

- 새 얼굴 발굴이 어려울 수 있는 이유? 월드컵 예선 일정이 촉박하다 -

한국 축구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사진 가운데)(사진=엠스플뉴스)

FIFA(국제축구연맹)는 AFC와 협의해 10월과 11월 예정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일정의 절반을 소화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북한, 레바논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2승 2무로 조 1위에 올라있다. 남은 4경기 가운데 3경기는 홈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각 조 1위에 오른 8개 팀은 마지막 라운드로 향한다. 각 조 2위 중에선 성적이 좋은 4개팀이 월드컵 본선에 도전할 기회를 잡는다. 한국은 12개팀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 티켓(4.5장)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3차 예선(최종) 진출이 유력하다.

변수는 일정이다. 코로나19로 올해 예정된 예선 일정을 1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일정이 아주 촉박해졌다. 내년에도 코로나19로 정상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면 예선 방식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일정 기간 한 장소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으로 나갈 주인을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두 차례 월드컵(1998·2002)을 경험한 김병지는 “애초 9월부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될 예정이었다”“일정이 계속해서 미뤄지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월드컵 본선 티켓의 주인을 가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이어 “2019-2020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가 8월 13일부터 24일까지 포르투갈에서 잔여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도 일정 기간 한 장소에서 치러지고 있다. 모든 팀에 동등한 조건이면 어떤 방식이든 문제가 없다. 내년 초에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못한다면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어떤 방식이든 일정이 촉박해진 게 사실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3차 예선이 진행 중일 시기지만 아직 2차 예선의 절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2022년 11월 21일 개막 예정이다. 예선이 뒤로 미뤄질수록 새 얼굴을 발굴할 기회는 줄어든다. 10월 U-23 대표팀과의 두 차례 친선경기가 A매치 못지않게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한편 10월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평가전은 MBC(1차전)와 MBC 스포츠플러스(2차전)가 중계할 예정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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