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후 새판 짠 한국 U-23 축구 대표팀, AFC U-23 아시안컵 예선 나선다

-“K리그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할 때 선수 소집에 협조해준 관계자, 감독님들에게 감사하다”

-“빠른 공·수 전환 속도에 중점 두고 훈련할 계획”

-“황선홍은 태극마크의 가치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2022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 확보에 나선다(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2022 AFC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 확보에 나선다(사진=대한축구협회)

[엠스플뉴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새 출발을 알린다.

U-23 축구 대표팀은 10월 20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 조별리그가 펼쳐지는 싱가포르로 떠났다.

U-23 대표팀은 아시안컵 예선 H조에서 필리핀(25일), 동티모르(28일), 싱가포르(31일)와의 대결을 벌인다.

U-23 아시안컵 예선은 11개 조로 나뉘어 치러진다. 각 조 1위가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확보한다. 각 조 2위 가운데선 성적이 좋은 상위 4팀이 본선으로 향한다.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다.

U-23 대표팀 황선홍 감독은 “K리그 순위 다툼이 가장 치열한 시기”라며 “선수 소집에 응해주신 관계자분들과 감독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첫 국제대회다.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공격 비중이 높을 거다. 특히나 빠른 공·수 전환 속도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계획이다. 과감하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23세 이하 선수들은 자기 생각을 숨김 없이 이야기할 줄 안다. 아주 긍정적이다. 소통하면서 더 좋은 팀을 만들어가겠다.” 황 감독의 얘기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 황선홍 감독과 새 출발을 알렸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K리그, FA컵 우승 경험이 있는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사진=포항 스틸러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K리그, FA컵 우승 경험이 있는 황선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사진=포항 스틸러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새판을 짰다.

U-23 대표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과 2020 도쿄 올림픽 8강 진출을 이끈 김학범 감독과의 계약이 끝났다.

황선홍 감독이 U-23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황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황 감독은 1988년부터 2002년까지 A매치 103경기에 출전해 50골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황 감독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건 차범근(136경기 58골)이 유일하다.

황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 스타였다. 지도자로 좀 더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진 전남 1군 코치로 경험을 쌓았다.

감독 생활을 시작한 건 2008년이다. 황 감독은 2007시즌(승강제 이전) K리그 14개 구단 가운데 13위를 기록한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았다. 황 감독은 2010시즌 부산의 FA컵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자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황 감독은 2011년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은 뒤 정상급 지도자로 거듭났다. 황 감독은 2012시즌 포항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엔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더블(리그+FA컵 우승)을 일궜다. 1996년 FA컵을 시작한 이후 최초 더블이었다.

황 감독이 더블을 일군 2013시즌은 데얀, 몰리나(당시 FC 서울), 레오나르도(전북 현대) 등 외국인 선수가 K리그를 주름잡던 시절이다. 당시 포항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공격수가 한 명도 없었다. 황 감독은 고무열, 김승대, 이명주 등 어리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를 앞세워 큰 성과를 냈다.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을 일군 지도자는 황 감독이 유일하다.

황 감독은 2016시즌 서울의 K리그1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2016년 여름 서울 지휘봉을 잡고 K리그1 최종전에서 일군 역전 우승이었다.

그해 서울의 최종전 상대는 전북이었다. 2016시즌 K리그1 최종전 이전까지 서울은 전북과의 리그 3차례 대결에서 모두 졌다. 201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에선 1승 1패를 기록했다. 서울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준결승 1차전에서 전북에 1-4로 크게 졌다. 2차전(2-1)에서 이겼지만 1차전 패배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랬던 서울이 전북과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승리하며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서울과 전북의 승점 차는 3점이었다.

황 감독이 쭉쭉 나아갔던 것만은 아니다. 시련도 있었다. 서울은 2017시즌 K리그1 5위를 기록했다. ACL 출전권을 놓쳤다. 2017시즌 ACL에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황 감독은 2018년 4월 30일 서울 지휘봉을 내려놨다. 서울은 2018시즌 K리그1 10라운드까지 2승 4무 4패(승점 10점)를 기록했다. 9위에 머문 성적이 원인이었다.

황 감독은 2020년 K리그 최초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대전하나시티즌 지휘봉을 잡았다. 대전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황 감독은 2020년 9월 8일 대전과 이별했다. 당시 대전은 K리그2 3위였다. 1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는 5점이었다. 특히나 9월 13일엔 제주와의 세 번째 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황 감독의 대전은 제주와의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었다.

황 감독이 서울, 대전에서 잇달아 물러나자 여러 말이 나돌았다. 종합하면 이랬다. 황 감독은 자기 고집이 세고 소통 능력에 문제가 있으며 자기주장이 강한 국가대표 출신 선수, 외국인 선수를 하나로 묶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황 감독은 9월 16일 U-23 축구 대표팀 취임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누구든지 실패를 경험한다. 중요한 건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른 미래를 만드느냐다. 많은 분이 소통 능력 부재에 관해 이야기했다. U-23 대표팀에선 어린 선수와 소통해야 한다. 단점을 수용하고 개선하겠다. A대표팀은 아니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20여 년 걸렸다. 많은 경험을 했다. 그 안엔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 이 경험이 U-23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황 감독은 실패를 외면하지 않는다. 축구계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2020시즌 대전에서 황 감독의 지도를 받은 한 선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 감독님이 대전 지휘봉을 잡았을 땐 무서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말한 감독님과 경험한 감독님은 확실히 달랐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려고 했다. 무언가 바꾸려고 하는 게 보였다. 속으로 ‘그래도 황선홍인데’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감독님에겐 죄송한 마음뿐이다. 우리가 감독님이 배려해준 만큼 더 땀 흘렸어야 했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향해 나아간다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황선홍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2003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황 감독의 임기가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보장된 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친 뒤 중간평가를 거쳐 황 감독과의 계약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황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게 계약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대표팀은 늘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K리그(1·2)에 기량이 우수하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가 많다. 코치진, 선수들과 힘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2024 파리 올림픽은 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친 뒤 생각하겠다.” 황 감독의 말이다.

황 감독은 2020년 9월 8일 대전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축구를 멀리하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단점을 개선하고자 힘썼다. 국내·외 축구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2021년 1월엔 제주도에서 U-23 축구 대표팀과 K리그 구단들을 관찰했다. 대학 축구를 살펴보며 숨겨진 재능을 찾기도 했다.

김포 FC 고정운 감독은 “(황)선홍이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공부했다”“2016년 FC 서울 감독 제안도 유럽 연수 중 받아 급히 귀국했었다”고 말했다.

“선홍이는 축구밖에 모른다. 더 좋은 지도자로 성장하고자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은 지도자다. 특히나 태극마크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K리그에선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데 특출 난 능력을 보여줬다. 선홍이가 한국 축구 발전에 또 한 번 이바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황 감독과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고 감독의 얘기다.

황 감독은 어린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능하다. 2020 K리그2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이동률, 수원 삼성과 한국의 미래로 불리는 스트라이커 오현규, 울산 현대 유소년팀 출신으로 부산 아이파크에서 기량을 꽃 피우고 있는 박정인,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최 준, 이광연 등이 2022 AFC U-23 아시안컵 예선 출전을 준비한다. 이들은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는 물론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도전할 수 있는 연령대다.

‘황새’ 황선홍이 U-23 대표팀과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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