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축구전문기자, 2018년 12월 유럽 축구 취재 현장 ‘사기 행위 의혹’ 폭로

-영국 한인교회 목사 K 씨, 경기장 가지 않고 ‘현장 인터뷰’…수시로 지인, 사업관계자 취재전용구역에 불러들였다는 의혹 제기

-믹스트존에서 지인 대신 손흥민 사인도 받아줬다는 의혹도 제기…“사실이면 언론인으론 상식 밖 행태”

-한국 소송은 검찰 ‘무혐의’ 일단락, 영국 소송은 진행 중…억대 변호사비에 폭로 기자 고통 가중

'EPL 사기 취재 의혹'을 제기했다가 거액 소송전에 휘말린 이성모 축구전문기자(사진 왼쪽)(사진=엠스플뉴스)
'EPL 사기 취재 의혹'을 제기했다가 거액 소송전에 휘말린 이성모 축구전문기자(사진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 유명 축구전문기자가 ‘사기 취재 의혹’을 제기했다가 거액의 소송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사기 취재 의혹을 받는 이는 한국과 영국 2개국에서 축구전문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국 검찰은 접수된 사건을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고 공적 관심의 대상이란 점을 들어 의혹을 폭로한 기자에게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제보받은 엠스플뉴스는 한국과 영국에 접수된 고소장을 입수해 축구계와 법조계를 상대로 취재를 진행했다.

유명 축구기자의 작심 폭로 “현장에 안 오고서 ‘현장 인터뷰’, 축구팬 속이는 기만행위”

이성모 기자의 폭로에 계기를 제공한 손흥민 인터뷰. 해당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K 씨는 영국에 있지 않았다.
이성모 기자의 폭로에 계기를 제공한 손흥민 인터뷰. 해당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K 씨는 영국에 있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 축구 매체 소속 이성모 기자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취재 현장에서 3년째 발생하고 있는 사기행위 및 축구 팬을 속이는 행위를 고발하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기자는 글에서 스포츠 매체의 유럽축구 통신원이 “경기장에 오지도 않고 ‘현장 인터뷰’라는 제목을 달아 기사를 작성했다”며 “현장에도 오지 않은 매체와 그 소속인이 현장에 왔다고 버젓이 거짓으로 꾸며진 기사를 내는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사기행위’ 의혹을 받는 이는 2014년부터 한 스포츠 매체를 통해 축구 통신원 활동을 시작한 K 씨다. K 씨의 본업은 한인교회 목사로, 같은 종교를 믿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인맥을 쌓고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K 씨는 한때 유소년 축구 유학 업체를 운영하고, 한인 축구팀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K 씨의 개인 SNS는 국내·외 유명 축구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사인으로 가득하다. 선수에게 사인 등을 받는 행위가 금지된 믹스트존에서 유니폼을 선물 받았다고 자랑하는 대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자가 지적한 문제의 기사는 K 씨가 2018년 12월 6일 한 스포츠 매체에 게재한 ‘[현장 인터뷰] ‘100호 골’에도 만족 못 한 손흥민, “더 많은 골 넣어 기쁘게 해드리겠다”’다.

이 기자는 이 기사와 관련해 현장에 오지도 않은 사람이 버젓이 현장에 왔다며 기사를 쓰는 행위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는 다른 인원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그 기사를 보는 축구팬 모두를 속이고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릴 높였다.

이 기자는 지난 3년 동안 직접 확인한 K 씨의 ‘사기행위’는 결코 이 한 건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건들이 있었다며 본인이 가지 않은 현장에 직접 갔다고 ‘거짓말’로 기사를 처리하는 행위, 본인이 하지 않은 인터뷰를 본인이 했다고 제목과 바이라인에 본인 이름을 명시하여 칼럼을 처리하는 행위, 인터뷰이가 전혀 하지 않은 말을 그렇게 말했다며 적당히 꾸며 칼럼에 소개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K 씨는 언론인의 자격으로 특정 브랜드의 행사에 초청받아 전혀 초대받지 않은 본인의 지인을 무단으로 출입시켰고, EPL 취재현장에 축구 언론인이 아닌 본인의 각종 지인을 기자라고 속여 기자출입구역에 출입하게 했다. 여기다 취재경험도 전혀 없는 대학생을 본인이 운영하는 ‘특정 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시즌째 ‘취재석’에 출입시키는 행위를 했다.

이 기자는 기자 신분을 개인적인 용도로 악용하는 행태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K 씨가 방금 경기를 마치고 나온 손흥민 선수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밖에서 기다리던 본인의 지인들에게 데려가 인사시키거나, 사인받는 행위가 금지된 믹스트존에서 손흥민 유니폼에 사인을 받아 지인에게 나눠주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영국 축구 관계자에게 ‘대한민국 대표팀 모 선수가 자신의 조카’라는 거짓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제 부덕의 소치” 사과…사흘 뒤 “영국법은 소송 비용 어마어마해” 고소

폭로 직후 K씨가 개인 SNS에 올린 사과글. 모든 의혹에 대해 인정하는 대신 한 가지 의혹에 대해서만 해명하고 있다.
폭로 직후 K씨가 개인 SNS에 올린 사과글. 모든 의혹에 대해 인정하는 대신 한 가지 의혹에 대해서만 해명하고 있다.

이성모 기자는 유럽축구 팬 커뮤니티에서 신뢰받는 축구전문기자로 통한다. 축구계 관계자는 “토트넘 구단이 잉글랜드 현지 기자도 하기 쉽지 않은 포체티노 단독 인터뷰 기회를 두 차례나 제공할 정도로 이 기자는 유럽에서 저널리스트로 권위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위르겐 클롭, 요한 크루이프 자서전과 아르센 벵거 평전 등 다수의 유럽축구 관련서를 번역한 유럽축구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런 이 기자가 작심하고 터뜨린 폭로에 축구팬은 물론 스포츠 언론계에서도 파장이 컸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K 씨는 처음엔 사과의 뜻을 밝혔다. K 씨는 개인 SNS를 통해 제 부덕의 소치다. 꼭 (현장에) 가려고 했는데 갈 수가 없었다…사려 깊지 못하게 행동했고 고의적은 아니지만 기만한 행동을 하게 됐다며 손흥민 100호 골 현장에 가지 않고 ‘현장 인터뷰’처럼 기사를 처리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K 씨는 이 기자가 제기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나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초에 K 씨는 “그 경기 외에 다른 부분은 일단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내려놓고 제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그 부분을 수정해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라고 고쳐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자에 따르면 폭로 이후 K 씨는 이 기자에게 연락해 “어떤 변명도 없이 모든 걸 그만두겠다. 가족을 위해 부탁한다”라며 이 문제를 추가로 공론화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오해는 나중에 풀기로 하고요”, “달라진 날 기대하세요”란 말로 이 기자를 달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자신의 SNS에 “(K 씨) 가족을 생각해서, 그 약속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부탁을 들어드렸다. 자신도 고백하고 싶다고 연락해온 제보자도 만류했다”고 썼다.

사과글 게재 사흘 뒤 K 씨는 이성모 기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사과글 게재 사흘 뒤 K 씨는 이성모 기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사흘 뒤, K 씨는 돌연 자신의 SNS에 ‘법적 조치’를 예고하는 글을 게재했다. K 씨는 영국 변호사 명함을 찍은 사진과 함께 “세 분의 영국 변호사와 한국 변호사들을 만나서 자문했다. 모든 분들이 동일한 대답을 하셨다. 이제 수요일에 시작한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예고했다.

K 씨는 이 글에서 영국법은 한국법과 달라서 체류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소송비용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한국처럼 가벼운 벌금형이 아니라고 한다”며 “변호사님께서 검토 후에 하신 말씀이 ‘NO Win No Fee(승소하지 못하면 변호 비용을 받지 않겠다)’로 진행해 주신다고 한다. 최종 판결 후에 충분히 보상받겠다고 한다. 이런 재판에 가장 유명하신 변호사님께서 왜 그렇게 해주신다고 하실까? 자신이 있어서일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SNS에서 “제가 지적한 건들에 대해선 팬들 앞에서 제대로 해명도 하지 못하고 ‘법적 대응’을 논했다. 영국 교민사회에서 오래 살아 인맥이 두꺼운 분 다운 대응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자신의 가족을 생각해서 추가적인 공론화는 참아달라고 했던 사람이 저의(또 제 가족의) 영국 거주문제까지 운운한다. 저에겐 이것이 ‘협박’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는다. 추가 제보자들의 입막음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고 반발했다.

이 기자와 축구 팬들의 문제 제기에 K 씨는 SNS 게시물에서 ‘겁박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문구를 삭제했다. 소송을 예고한 글과 사과 게시물엔 댓글을 달 수 없게 설정했다. 유럽축구 현장에서 찍어 올린 유튜브 영상 일부와 SNS 사진 게시물도 삭제했다. K 씨가 고소를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삭제한 유튜브 영상 가운덴 믹스트존에서 손흥민에게 사인 받는 영상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자는 이를 두고 “본인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인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K 씨는 예고한 대로 한국과 영국, 2개 나라에서 이 기자를 고소했다. 한국에선 ‘명예훼손 및 협박’을 적용해 형사 고소했고, 영국에선 ‘명예훼손’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기나긴 소송전의 시작이었다.

K 씨 “폭로내용, 대부분 허위거나 문제 안 되는 일” 주장…실제로는 달랐다는 반박 제기

선수에게 사인받는 행위가 금지된 믹스트존에서 손흥민 사인을 받는 K 씨
선수에게 사인받는 행위가 금지된 믹스트존에서 손흥민 사인을 받는 K 씨

K 씨는 한국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이성모 기자가 지적한 사실들은 대부분 허위거나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과연 K 씨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엠스플뉴스 취재에 응한 축구계, 법조계 인사들은 “K 씨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이 기자의 폭로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거나 사실로 볼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K 씨는 자신이 SNS를 통해 사과한 바 있는 ‘손흥민 100호 골 현장 인터뷰’ 건에 대해 고소인이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H 통신원에게 부탁을 하였던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고소인이 다른 기자들에게 피해가 될 만한 일을 한 것은 전혀 없다고 항변했다.

K 씨는 경찰 조사에서 “녹음 파일을 언론사에 전달했을 뿐, 기사를 직접 쓰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기자의 주장은 허위”라는 논리를 편 것으로 전해진다.

고소장에서도 K 씨는 “H 통신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녹취록을 (계약관계에 있는 매체)에 전송하였던 것이고, 이후 (매체)에서 제목, 내용 등을 일괄 기재하여 보도한 것”이라며 문제의 기사는 자신이 작성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K 씨는 이 사건을 현장 상황에 따라 같은 언론사 기자들 간, 혹은 현장에서 마주치는 기자들 간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주장하며 ‘풀(pool) 기자’ 관행을 예로 들었다.

풀 기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경호 및 행사진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여러 언론사가 대표로 취재·촬영할 기자를 선발해 취재 결과를 공유하는 취재 방식을 뜻한다.

K 씨는 ‘손흥민 100호 골’ 경기보다 3일 앞서 열린 2018년 12월 2일 경기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현장에 온 “한국 기자들 중 단 한 명만 구단 허가를 받아 믹스트존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4명의 한국 기자가 질문지를 모아 K씨가 대표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 공유했고, 나머지 기자들이 해당 녹취록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손흥민 선수를 면전에서 인터뷰한 것과 같이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였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손흥민 100호골 인터뷰가 문제라면, 이런 기자들 간의 ‘협업’도 스포츠팬들에 대한 기만이란 논리다.

이성모 기자 “K 씨가 하지 않은 인터뷰를 본인이 했다고 제목과 바이라인에 본인 이름을 명시하여 칼럼을 처리하는 행위 더 있었다”

K 씨가 쓴 기명 칼럼. 실제로는 유학생인 ㄱ 씨가 대신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 씨는 감기몸살을 이유로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K 씨가 쓴 기명 칼럼. 실제로는 유학생인 ㄱ 씨가 대신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 씨는 감기몸살을 이유로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성모 기자는 서로 전혀 다른 경우를 일부러 혼동시키며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K 씨가 예로 든 풀 기자 취재는 구단 측에서 사전에 ‘한 국가에서 한 명만 믹스트존에 갈 수 있다’는 지침이 있었고, 그날 현장에 온 모든 언론사 간에 합의한 사안이었다는 게 이유다. 실제 취재 현장에서 부득이한 경우 종종 사용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실제로 문제의 ‘손흥민 100호 골’ 경기는 K 씨가 현장에 아예 오지 않았고, 구단 측의 ‘풀 기자’ 지침이나 다른 현장 기자들의 동의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단 점에서 완전히 다른 경우다.

엠스플뉴스는 한국 소송의 증거로 채택된 이 기자와 K 씨의 당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해 살펴봤다. K 씨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이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해명을 시도했다.

이 기자의 첫 번째 글이 공개되기 전, K 씨는 징계가 결정되면 달게 받겠다고 했다. 자신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K 씨의 행위에 대해 이 기자 외에도 같은 날 현장에 있던 다른 스포츠 매체 기자가 자신의 SNS에 ‘K 씨의 행위에 대해 자신의 회사를 통해 공식 항의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K 씨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게 이 기자뿐이 아니었단 얘기다.

한편 ‘손흥민 100호 골’ 기사 외에도 ‘본인이 하지 않은 인터뷰를 본인이 했다고 제목과 바이라인에 본인 이름을 명시하여 칼럼을 처리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이 기자의 주장에 대해 K 씨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K 씨는 고소장에서 “이 사건 발생 이전까지 D 포털에 칼럼을 기고해 왔는데, 그 칼럼에 등장하는 인터뷰의 경우 모두 고소인이 직접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단 한 번도 고소인이 하지 않은 인터뷰를 고소인이 한 것처럼 처리한 적이 없다”며 “피고소인(이성모 기자)이 지적한 제2 사실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추가 취재 결과 K씨가 D 포털 칼럼이 아닌, 다른 스포츠매체에 연재한 기명 칼럼에서 자신이 직접 하지 않은 인터뷰를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게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기사는 2016년 5월 23일 게재된 ‘나스리가 말하는 맨시티, 그리고 유로’라는 제목의 기사다. 당시 K 씨는 한 스포츠 브랜드 행사에 초청 대상이 아닌 비언론인 ㄱ 씨를 대신 보내 인터뷰하게 한 뒤, 인터뷰 제목과 바이라인에는 자신의 이름을 달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에는 K 씨와 편집기자의 이름만 언급됐을 뿐, 실제 인터뷰를 진행한 ㄱ 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K 씨는 고소장의 다른 대목에서 이 인터뷰에 대해 언급했다. 당일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도저히 선수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이에 주최 측의 동의를 구한 후 ㄱ 씨에게 질문지를 전달해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했다는 게 K 씨의 설명이다. 이는 “단 한 번도 고소인이 하지 않은 인터뷰를 고소인이 한 것처럼 처리한 적이 없다”는 K 씨 자신의 주장과 상충하는 대목이다.

유럽축구 현장에서 일하는 A 기자도 이 기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A 기자는 “(K 씨의 인터뷰 조작을) 직접 봤다. 다른 기자들이랑 현장에 있는데 그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기사를 봤고, 이성모 기자는 참다 참다 폭로 글을 작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인터뷰이가 전혀 하지 않은 말을 그렇게 말했다며 적당히 꾸며 칼럼에 소개하는 행위’도 K 씨는 “단 한 번도 없다…명백한 허위사실”이라 주장했지만, 실제론 한 포털에 게재한 칼럼(‘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캡틴의 자존심’ - 2017년 3월 22일)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활자화한 사례가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 상황이다.

이는 해당 유학생이 먼저 이 기자에게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유학생은 기사가 나간 이후 K 씨에게 ‘대화 내용이 틀렸다’고 지적했지만, K 씨는 ‘그런 뉘앙스로 함축해서 썼다’며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기자의 주장에 따르면 K 씨는 폭로 이후 해당 유학생에게 연락을 취해 “회유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 신분 사적으로 악용했나…지인, 사업관계자 수시로 기자 전용구역 출입시켰다는 의혹 추가 제기

감기 몸살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는 K 씨. 그러나 다음날 아침엔 축구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사진 맨 왼쪽이 K 씨
감기 몸살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는 K 씨. 그러나 다음날 아침엔 축구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사진 맨 왼쪽이 K 씨

기자 지위를 사적인 용도로 악용했다는 의혹도 K 씨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성모 기자는 앞서 나온 ‘모 스포츠 브랜드 행사’에 K씨가 언론인 자격으로 초청받아 전혀 초대받지 않은 본인의 지인을 무단으로 출입시키고, 그 인원으로 하여금 누구나 다 아는 EPL 스타 플레이어와 인터뷰를 하게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K 씨는 “지인을 ‘무단으로’ 출입시켰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행사 2일 차에 고소인에게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ㄱ 씨에게 질문지를 전달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했다…주최 측의 동의가 없었다면 ㄱ 씨가 유명 선수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는커녕, 출입제한이 엄격한 공식 기자회견장에 입장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기자는 K 씨가 해명을 위해 “새로운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행사는 스포츠 브랜드의 신제품 론칭 행사로 “기사를 쓸 수 있는 ‘언론인’들 만이 초청받은 행사였고, 초대된 언론인은 자신과 K 씨, 그리고 해설위원 등 3명뿐이었다.

ㄱ 씨는 K 씨가 구단주로 있는 한인 축구팀 선수이자 유학생으로 “어떠한 경로로도 언론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게 이 기자의 주장이다. “ㄱ 씨는 인터뷰 하루 전날부터 주최 측이 준비한 숙소를 K 씨와 함께 이용했다. 이는 무단으로 행사장에 입장한 것이다.” 이 기자의 얘기다.

K 씨는 고소장에서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도저히 선수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일 이 기자와 ㄱ 씨의 SNS 메신저 대화를 보면 K 씨는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숙소 밖에 있었다. 중요한 인터뷰를 직접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픈 사람이 자정 너머까지 외부에 있었다는 얘기다.

또 K 씨는 다음 날 아침에 리버풀 훈련장에서 진행된 30분간의 축구 트레이닝도 별 문제 없이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당시 사진 속 K 씨는 축구복을 입고 환한 표정으로 그라운드 위에서 뛰고 있다.

K씨는 자신이 목사로 있는 교회, 자신이 운영하는 축구팀 사람들을 수시로 취재진 구역에 출입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씨는 자신이 목사로 있는 교회, 자신이 운영하는 축구팀 사람들을 수시로 취재진 구역에 출입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성모 기자는 K 씨가 “EPL 취재현장에 취재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대학생을 본인이 운영하는 ‘특정 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2시즌째 ‘취재석’에 출입시켰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반면 K 씨는 “피고소인이 지적한 대학생은 축구선수 출신 유학생으로 EPL 사무국에 정식 등록한 뒤 함께 현장 취재를 다녔으며, 선수의 시각에서 경기 내용 분석에 지대한 도움을 줬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K 씨가 논점을 흐리는 동시에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며 해당 대학생이 K 씨가 목사로 있는 교회 신자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문제 제기는 “자기 교회 신자라는 이유 하나로 취재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EPL 현장에 출입시키는 것이 정당한가”였단 얘기다.

이 기자는 문제의 대학생이 K 씨와 함께 경기장에 다닌 적은 있지만 “고소인이 없는 현장에 혼자 다니며 그 어떤 언론인 활동(기사 작성 등)을 한 바 없다”며 “한 교회의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재진이 출입해야 할 축구 현장을 마치 놀이터 다니듯 자유롭게 드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에 따르면 이 대학생 때문에 중요한 빅매치 때 정작 현장에서 기사를 처리할 수 있는 한국 취재진이 출입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기자는 아스널 홈경기 취재신청이 거절당한 뒤 구단에 전화를 걸어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구단에선 “이미 한국 취재진이 충분히 있어 더는 협조가 어렵다”며 K 씨가 일했던 매체의 취재진이 이미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기자는 “취재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대학생이 현장에 들어가고, 현장에서 바로 기사 처리가 가능한 기자가 출입하지 못했다”며 “명백히 공익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K 씨가 연재한 칼럼의 필자 소개 문구.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달리 K 씨는 스스로 축구 관련 개인 사업체를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K 씨가 연재한 칼럼의 필자 소개 문구.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달리 K 씨는 스스로 축구 관련 개인 사업체를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축구 언론인이 아닌 사업관계자, 지인을 기자라고 속여 기자출입구역에 출입시켰다”는 폭로는 K 씨 본인도 일정 부분 인정한 사실이다. K 씨는 현지 유학생 내지 한인축구단 소속의 선수, 스태프 또는 관련자들을 구장에 출입시킨 적이 있었다면서도 고소인은 사업을 하지 않으며 이들을 구장에 출입시킴으로써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취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취재 결과 K 씨는 과거 런던 기반 유소년 축구사업을 진행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로 교육, 축구 유학, 축구캠프, 에이전트 업무를 맡는 축구 관련 사업이었다. 언론사 연재 칼럼의 필자 소개란에도 “한국인 축구단 대표를 맡고 있고 E사 이사를 겸임 중”이라고 돼 있다.

실제 K 씨가 기자출입구역에 들여보낸 이들 가운덴 축구 에이전트 및 스포츠 산업 관련자도 여럿 있었다. 한인축구단 유니폼 스폰서 회사 대표를 취재진만 출입할 수 있는 믹스트존에 들여보내거나, 한인축구단 선수 중에 중요 선수들에게 EPL 취재석에서 앉고, EPL 클럽들이 제공하는 뷔페식을 먹을 수 있도록 대접한 사례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K 씨는 다른 기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에도, 친아들을 위해 취재진용 목걸이를 발급받아 취재구역으로 데려와 국가대표 J 선수와 사진을 찍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K 씨는 소송의 발단이 된 토트넘 대 사우스햄튼의 EPL 경기가 열기기 바로 하루 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이강인의 코파델레이 현장(발렌시아 vs CD 에브로)에 취재를 간 것으로 확인됐는데, K 씨는 이 경기에서도 취재인원이 아닌 지인을 자신과 함께 믹스트존에 출입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취재 결과 당시 K 씨 지인은 K 씨가 운영했던 한인축구단의 영상매니저 담당으로 일한 사람으로 밝혀졌다. “재발방지를 약속한 후, 그러한 행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K 씨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정황들이다.

취재진의 문제 제기에 K 씨는 지인을 경기장에 들여보내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발방지를 약속한 뒤에도 친아들을 경기장에 데려와 기자 출입 구역에서 사진을 찍는 등 문제 행위는 계속됐다는 주장이다. K 씨 아들이 목에 건 목걸이는 구단에서 취재 관련인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축구를 취재하는 기자 A는 “런던으로 축구를 보러 오는 분들이나 이쪽 거주자 사이에서 ‘K 씨 축구 투어’가 유명하다. K 씨 도움이 있으면 미디어 출입증 받고 들어가는 건 아무 일도 아니다. 지인들이 영국에 오면 K씨에게 부탁해 취재증을 받고 축구를 보여준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K 씨와 온라인상에서 알게 됐다는 축구팬 C는 2015년 말 첼시 경기를 보러 영국에 갔다가 바가지를 썼다. 그때 K씨와 만났는데 인터넷상에서만 알던 사람이 ‘다음에 올 때 연락해라. 프레스 석에서 축구 보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사건 당시인 2018년 12월 기준 연맹에 등록된 한국 축구 매체는 46개 내외였다. 그 가운데 EPL 출입권한을 가진 순수 한국 매체는 4매체 뿐이었다. 그 외 매체는 EPL 취재를 하고 싶어도, 취재진이 런던까지 와도, 현장에 들어오는 것이 힘들었다. EPL의 높은 장벽 때문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극소수인 4개 매체 가운데 한 매체의 취재권이 이런 식으로 수년간 남용되는 게 공익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2편에서 계속]

+ 엠스플뉴스는 여러 의혹과 관련해 K 씨 본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취했다. K 씨는 “지금은 할 말이 정말 많지만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조심스럽다”며 “변호사와 얘기하라”고 전화를 넘겼다.

K 씨의 영국 소송을 맡은 김인수 변호사는 “영국 소송진행법에 의하면 소송이 진행되는 순간부터는 소송에 영향을 줄 만한 어떤 인터뷰나 게시물이나 대외적인 말을 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하면 그 자체가 법정 모독에 해당한다. 배상금이 늘고 감옥에 집어넣기도 한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도 못 하는 상황이다. 재판 마지막 날까지 판사님께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만약 기사가 나온다면 번역을 해서 판사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자료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기자님은 한국에 계시니까 한국에서 그걸 실었다고 처벌할 방법은 없다. 다만 나중에 유럽에 들어오시거나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기사 하나 때문에 한국 언론사나 기자님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지헌, 이근승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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