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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1루 도루·로봇 심판...변화는 시작됐다

  • 기사입력 2019.07.17 21:00:05   |   최종수정 2019.07.17 1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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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야수 빌리 해밀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야수 빌리 해밀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미국 독립리그에서 프로야구 역사상 첫 1루 도루가 나왔다.

 

14일(한국시간) 애틀랜틱리그 서던메릴랜드 블루크랩스와 랭커스터 반스토머스와의 경기에서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블루크랩스의 토니 토머스는 볼카운트 0-1 상황에서 백스톱까지 굴러가는 폭투가 나오자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1루를 향해 달려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현행 야구 규칙 상 타자는 세 번째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바로 잡지 못하고 떨어뜨리거나 뒤로 빠뜨렸을 경우에만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간주해 1루를 향해 뛰어나갈 수 있다. 단, 0아웃이나 1아웃 상황에선 1루 주자가 없어야 하며, 2아웃인 상황에선 주자 여부와 무관하게 낫아웃이 성립된다. 이때 수비팀은 1루로 공을 던져서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1루 도루 순간(자료=서던메릴랜드 블루크랩스 SNS) 프로야구 역사상 첫 1루 도루 순간(자료=서던메릴랜드 블루크랩스 SNS)

 

토마스의 1루 도루가 가능했던 이유는 애틀랜틱리그가 지난 2월 메이저리그와 3년간 협약을 맺고 다양한 규칙과 제도를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와의 협약에 따라 애틀랜틱리그는 올해 후반기부터 볼 카운트·아웃·주자 상황에 관계없이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놓칠 경우 타자가 곧바로 1루로 뛸 수 있는 '1루 도루(stealing first base)' 규칙을 도입했다.

 

메이저리그가 애틀랜틱리그를 통해 하고 있는 실험은 1루 도루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9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애틀랜틱리그에 적용할 새로운 규정 7가지를 발표한 바 있다.

 

1.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 때 레이더 기반 투구 및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의 도움을 받는다. 

2. 투수가 공을 던질 때 2루수와 유격수가 반드시 2루 양옆 규정된 위치에 있어야 한다. 

3. 공수 교대 시간과 투수 교체 시간을 2분 5초에서 1분 45초로 20초 단축한다. 

4. 투수 교체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야수나 포수,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갈 수 없다.

5. 투수는 다치지 않는 한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하거나 1이닝을 마쳐야 한다.

6.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를 기존 18.44m에서 19.05m로 약 61cm 늘인다.

7. 15제곱인치인 1·2·3루 베이스 크기를 18제곱인치로 크게 만든다.

 

1루 도루를 포함해 메이저리그가 애틀랜틱리그에서 실험하는 이 8가지 새로운 규칙들은 각각 나름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규칙은 역시 첫 번째 규정인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 때 레이더 기반 투구 및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의 도움을 받는다"일 것이다. 이는 최근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에 대한 불만이 불거져 나오는 것에 대한 대안이다. 심판이 사람에게서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지만, 첨단 장비를 통해 스트라이크/볼 판정 정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ESPN에 따르면 지난해 MLB의 볼 판정 정확도는 91.1%였다).

 

필라델피아의 포수 JT 리얼무토와 주심 더그 에딩스. 전자기기를 활용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판정 정확도 뿐만 아니라, 포수의 프레이밍(미트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필라델피아의 포수 JT 리얼무토와 주심 더그 에딩스. 전자기기를 활용한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판정 정확도 뿐만 아니라, 포수의 프레이밍(미트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실제로 지난 11일 애틀랜틱리그 올스타전에서 주심 브라이언 디브루웨어는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3D 도플러 레이더의 판정을 전달받았다. 전달에는 평균 1~2초의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첫 시도에선 약간의 사소한 결함이 있었다. 먼저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되지 않은 3개의 공이 있었고, 이후 1분 동안은 수신이 끊어진 채 경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선수별로 다른 상하 스트라이크존(가슴과 무릎 높이)을 미리 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높이로 던져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거나, 무릎 위쪽으로 들어온 공이 볼 판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이 로봇 심판의 도움을 받는 첫 번째 날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현장 평가가 많았다. 관건은 경기 중에 발생하는 오류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다.

 

두 번째 규정인 "투수가 공을 던질 때 2루수와 유격수가 반드시 2루 양옆 규정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타자의 타격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를 이동하는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이는 수비 시프트 과정에서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력이 저하되면서 야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실험이다. 이 규정이 도입될 경우에는 당겨치기에 능한 좌타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 규정은 스피드업(경기 시간 촉진)에 관련된 규정으로,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다섯 번째 규정인 "투수는 다치지 않는 한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하거나 1이닝을 마쳐야 한다"는 당장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없지만 투구 시간제한 규정은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MLB를 대표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랜디 초트. 한 투수가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되면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MLB를 대표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랜디 초트. 한 투수가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규정이 도입되면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멸종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필자의 생각에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여섯 번째 규정인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를 기존 18.44m에서 19.05m로 약 61cm 늘인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1893년 이후 126년 동안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의 거리를 18.44m로 고수해왔다. 이를 늘리는 실험을 하는 이유는 매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타자들의 삼진 비율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거리를 61cm 늘이면 지나치게 타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한편, 일곱 번째 규정인"15제곱인치(38.1㎠)인 1·2·3루 베이스 크기를 18제곱인치(45.72㎠)로 크게 만든다"는 규정은 주루 시 세이프 가능성을 높이고, 주자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고안됐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규정들의 대부분은 '공격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지막으로 1루 도루는 발 빠른 타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1루 도루를 허용하면 발 빠른 주자가 타석에 서면 폭투 부담 때문에 변화구 계열 구종을 마음대로 던질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빌리 해밀턴처럼 발이 빠른 타자는 투수를 공략할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타격에서도 이득을 보게 될 것이며, '1루는 훔칠 수 없다'는 격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과연 메이저리그에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를 통해 진행하는 이런 다양한 시도들은 궁극적으로 야구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갈수록 야구 시청 층이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MLB 사무국의 시도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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