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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보라스의 류현진 판매 전략, 과연 통할까?

  • 기사입력 2019.10.18 22:49:17   |   최종수정 2019.10.18 22: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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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보라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스캇 보라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대표인 스캇 딘 보라스(66)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에이전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카고 컵스 소속 마이너리그 팀을 거치며 4년간 수준급 성적을 거뒀던 보라스는 1976년에 입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학업으로 복귀해 모교의 약학대학원과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시카고의 의료분쟁 전문 로펌에서 근무하던 보라스는 마이너 시절 동료였던 마이크 피쉴린과 빌 카우딜에게 연봉 협상을 부탁받으면서 스포츠 에이전트 업에 뛰어들게 됐다. 선수 생활을 경험한 데다가, 법률 전문가인 그는 교섭을 통해 카우딜에게 750만 달러라는 당시로선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계약을 안겨주었다. 그러자 이 초짜 에이전트에게 연봉 협상을 부탁하는 고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승승장구였다. 2014년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일 에이전트 그룹으로 선정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4년까지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따낸 선수 계약금 총액은 약 6조 2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보라스가 벌어들인 수수료만 해도 3100억 원에 이른다. 이후로도 그는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보라스는 자신의 고객을 포장하는 데 타고난 재주가 있었다. 각종 통계 기록(고객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뽑아낸 자료)을 이용하거나, 구단의 약점을 잡아서 고자세로 일관하는 전략을 능숙 능란하게 활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혀를 거치면 일견 평범해 보이는 선수도 최고급 선수로 둔갑했고, 구단들은 해당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숨겨놨던 돈 보따리를 풀어 제쳤다.

 

보라스의 고객 가운데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있었다. 2001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박찬호는 허리 부상 의혹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라는 당시로써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 배경에는 보라스의 협상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2013시즌을 마치고 FA가 된 추신수 역시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당시 외야수 역대 6위)에 달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보라스는 한국 야구팬 사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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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 카이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댈러스 카이클(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보라스는 FA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보라스의 최대 고객인 브라이스 하퍼는 13년 3억 3000만 달러를 받으면서 메이저리그 역대 FA 최고액 계약을 갱신했다. 류현진 역시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용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러나 류현진과 하퍼를 제외한 나머지 고객들의 계약은 보라스가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6월이 지나서야 애틀랜타와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댈러스 카이클과 다시 한번 밀워키와 1년 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FA 3수'에 나선 마이크 무스타카스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여기에는 카이클과 무스타카스가 대형 계약을 체결하기에는 '애매한 활약'을 펼친 탓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보라스 코퍼레이션에 속한 선수들의 계약 시기가 다른 에이전시 그룹에 비해 지나치게 늦다는 것이다.

 

이것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늦은 계약 시기로 인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시즌에 돌입하게 되면서 해당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이에 대비해 전용 훈련장을 마련했지만, 그다지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보라스는 독보적인 1인자에서 물러나 케이시 클로즈(ESM)와 레빈슨 형제(ACES), 조엘 울프(Wasserman)을 비롯한 에이전트들과 경쟁하는 입장이 됐다.

 

이제 더이상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보라스만 믿으면 되는' 곳이 아니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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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FA 제도 도입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얼어붙어 있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지난 2012년 새로 마련된 CBA(노사협정)을 통해 사무국은 교묘한 방식으로 선수들의 몸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바로 드래프트 보너스 풀 제도와 퀄리파잉 오퍼 제도다. 드래프트 보너스 풀이란, 신인 드래프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계약금 총액을 말한다. 사무국은 2012년 드래프트부터 지정된 계약금 총액을 초과할 경우, 강력한 벌칙(이듬해 1라운드 지명권 상실 등)을 부여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편, 퀄리파잉 오퍼란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원소속 구단이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1년 재계약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거부하고 FA 시장에 나선 선수와 계약을 맺을 경우, 해당 구단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잃는다. 1라운드 지명권을 잃으면 드래프트에 쓸 수 있는 계약금 총액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를 영입한 팀은 유망주 수급에 큰 손실을 본다.

 

이에 따라 구단들은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FA가 된 '애매한 선수'들과 계약을 맺기 망설이고 있는데 그 바람에 제도 도입 초기 보라스의 고객인 외야수 마이클 본과 선발 카일 로시가 미아가 될 뻔한 위기에 빠졌다가, 염가에 간신히 계약을 맺는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내야수 스티브 드류는 실제로 두 차례나 FA 미아가 됐다. 이 시건으로 인해 보라스의 명성엔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둘째, 사치세 규정선을 넘겼을 경우 패널티(드래프트 지명권 손실 및 초과분에 대한 사치세 부여 비율 증가)가 강화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사치세 규정선을 '돈을 쓸 수 있는 한계선'으로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사치세 규정선을 초과할 정도로 선수 영입에 큰 돈을 투자하는 팀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물론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 필라델피아 같은 예외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은 휴스턴의 우승 등으로 NBA(미국프로농구) 식 탱킹(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지는 전략)이 불붙듯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9시즌 메이저리그에는 90패 이상을 기록한 팀이 무려 10팀에 달했는데, 이런 팀들이 늘어날수록 FA 영입에 돈을 쓰려는 구단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이상 세 가지 원인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수뇌부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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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스는 맥스 슈어저가 다른 에이스들보다 이닝을 적게 던지고 FA가 됐기 때문에 롱런에 유리하다는 '투구 주행거리 이론'을 앞세워 워싱턴과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보라스는 맥스 슈어저가 다른 에이스들보다 이닝을 적게 던지고 FA가 됐기 때문에 롱런에 유리하다는 '투구 주행거리 이론'을 앞세워 워싱턴과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러한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전반적인 배경을 이해한 후 지난 15일 보라스가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 매체 'MLB 트레이드루머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들어보자. 이날 보라스는 "류현진의 나이는 만 32세이지만, 이닝 면에서 그는 아마도 26-27세쯤 됐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팔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매우 가치 있다"고 말했다.

 

보라스가 이런 말을 한 이유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빅리그 통산 성적인 54승 33패 740.1이닝 평균자책점 2.98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한 류현진'의 능력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의 대형 계약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단 하나, 부상뿐이다. 류현진은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로 2015-16시즌 단 1경기밖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82.1이닝 투구에 그쳤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부상 이력에 대한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해, 역으로 적은 투구 이닝을 장점으로 둔갑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보라스의 속내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계약에 있어 연봉과 계약 기간 가운데 어느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묻자 "그건 차로 치면 엔진과 스트리어링 휠 가운데 어느 것을 원하냐는 질문과 같다. 나는 둘 다 원한다"고 답했다.

 

문제는 과거와는 달리, 이러한 보라스의 판매 전략이 똑똑해진 메이저리그 구단 수뇌부들을 상대로 먹혀들 리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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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보라스와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스캇 보라스와 류현진(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보라스의 말대로 류현진은 MLB 통산 740.1이닝을 던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만 19세였던 2006년 201.2이닝을 소화한 것을 포함해 7년간 '정규시즌에만' 1269.0이닝을 던졌다. 이를 더할 경우 류현진의 프로통산 이닝은 2009.1이닝이 되는데, 이는 동나이대 특급 투수들의 프로통산 이닝(마이너+메이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이는 류현진에게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구단 수뇌진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이러한 판매 전략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전트가 세운 전략치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이것 말고도 류현진을 긍정적으로 포장할만한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올해 류현진은 정상 복귀 가능성이 채 5%도 되지 않는 관절와순 수술을 극복하고 커리어 하이(14승 5패 182.2이닝 ERA 2.32)를 달성했다.

 

특히 강조할 점이 있다면 지난해에도 부상으로 이닝이 적었을 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비결은 컷패스트볼(커터)와 투심 패스트볼, 스파이크 커브 등 수술로 하락한 구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구종을 장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들어 패스트볼 구위마저 부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류현진은 부상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나은 투수가 됐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상대 타자의 타구 속도'다. 류현진이 허용한 타구 속도는 평균 85.3마일(137.3km/h)로 NL에서 두 번째로 느렸다(1위 카일 헨드릭스 85.2마일). 한편, 9이닝당 볼넷은 1.18로 MLB 전체에서 가장 낮았다. 즉, 류현진은 약한 타구를 유도하고, 볼넷을 내주지 않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빅리그 최고의 투수다.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2.32으로 MLB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보라스는 이런 자료를 제시하는 대신 부상 이력을 숨기는 데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추신수(가운데)의 텍사스 입단식에 참여한 스캇 보라스(오른쪽). 좌측은 당시 텍사스 감독 론 워싱턴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추신수(가운데)의 텍사스 입단식에 참여한 스캇 보라스(오른쪽). 좌측은 당시 텍사스 감독 론 워싱턴이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과거에 보라스는 이렇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01시즌을 마치고 박찬호가 FA가 됐을때 보라스는 5년간 박찬호의 성적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한 자료집을 준비해서 홍보했다. 특히 당시로선 생소한 개념인 퀄리티스타트(QS,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에서 박찬호가 랜디 존슨에 이은 2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추신수가 FA가 됐을 때는 추신수의 최대 장점인 출루 능력을 강조했다.

 

이런 사실을 떠올렸을 때 그의 판매 전략 구상 능력이 예전보다 퇴보하지 않았다면, 현시점에서 보라스는 류현진의 계약에 신경을 쏟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직 보라스에게 완전히 실망하긴 이르다. 아직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이 한창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본격적인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면 보라스가 과거에 그랬듯이 좀 더 치밀한 판매 전략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실패 사례들을 봤을 때, 류현진도 보라스만 믿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최대어들의 계약에 집중해서 좋은 성과를 거둔 반면, 최대어 바로 밑급 선수들의 계약에선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과연 보라스는 과거 박찬호와 추신수에게 그랬듯이, 류현진에게도 기대 이상의 계약을 안길 수 있을까?

 

스토브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류현진과 그의 에이전트 보라스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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