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019.12.14

LIVE SCORES

이전으로 다음으로

[이현우의 MLB+]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예고된 참사'

  • 기사입력 2019.11.15 21:00:03   |   최종수정 2019.11.20 21:05:59
  •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엠스플뉴스]

 

2017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그해 전자 장비를 사용해 사인을 훔쳤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메이저리그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유료 스포츠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의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켄 로젠탈은 13일(한국시간) "현역 투수인 마이크 파이어스(34·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포함해 2017년 휴스턴 소속으로 뛰었던 선수 4명이 해당 시즌 휴스턴이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외야석에 위치한 카메라를 통해 사인을 훔쳤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휴스턴이 사인을 훔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단순했다. 그들은 홈 구장 외야석에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해당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클럽하우스와 더그아웃 사이 통로에 설치된 모니터로 보내 사인을 분석했다. 이후 상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때마다 '소리'를 통해 타석에 선 타자에게 알려줬다.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은 통로에 있는 쓰레기통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해당 보도에서 휴스턴이 외야석 카메라를 통해 사인을 훔친 시기를 2017년으로 특정지었으나, 메이저리그 현지 팬들의 제보에 의해 '2019시즌에도 휴스턴이 사인을 훔친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사인 훔치기'는 메이저리그를 포함한 모든 프로 야구 경기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KBO리그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는 '육안으로' 사인을 훔치는 행위를 제재하는 마땅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바로 전자기기와 그라운드 밖 직원을 통한 사인 훔치기다. 

 

투수와 포수의 사인교환으로부터 시작하는 종목의 특성상 이를 용인할 경우, 야구는 '정정당당하게 선수 대 선수의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라 '도청 및 도촬이 판을 치는 산업 스파이들의 첩보물'이 되어버린다. 

 

투수가 어떤 구종을 던질지 알고 치는 것이 타자에게 얼마나 유리한 지는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게 경험을 통한 추측에서 나왔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타자(또는, 팀)의 승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전자 장비를 통해 사인을 훔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 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맵 핵'을 키고 하는 것이다.

 

만약 프로게이머가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경기에 승리했다면 그는 영구제명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물며 그 행위를 구단(또는, 선수단) 차원에서 지원했다면 해당 사건은 구단 해체를 넘어 리그의 존폐를 논할만한 상황으로 번졌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대응은 지나치게 물렀다.

 

즉,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휴스턴발 '사인 훔치기' 논란은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8시즌부터 더그아웃 통화 내용을 녹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뉴욕 양키스가 불펜 전화를 사인을 훔치는 용도로 활용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징계를 받았던 사건의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안 알려져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8시즌부터 더그아웃 통화 내용을 녹음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뉴욕 양키스가 불펜 전화를 사인을 훔치는 용도로 활용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징계를 받았던 사건의 때문이라는 점은 잘 안 알려져있다(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2017년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스마트 워치'를 활용해 사인을 훔친 것이 드러난 해이기도 하다. 당시 보스턴은 그라운드 외부에 있는 영상 분석관이 스마트 워치를 통해 더그아웃 내부에 있는 트레이너와 일부 코치에게 포수 사인 등의 정보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징계를 받았다.

 

한편, 같은 해 뉴욕 양키스 역시 보스턴으로부터 구단 중계 카메라를 활용해 사인을 훔쳤다는 문제 제기를 받았다. 사무국은 이런 보스턴의 의혹 제기를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2017년 이전에 더그아웃 전화를 '부적절(improper)한 용도'로 활용한 것이 발견되면서 양키스는 공개되지 않은 액수의 벌금을 냈다.

 

문제는 보스턴과 양키스의 해당 행위에 대한 징계가 '알려지지 않은 액수의 벌금'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휴스턴의 행위에 대한 중징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이에 대해 필자는 지난 2017년 [이현우의 MLB+] NYY-BOS 사인 훔치기 논란은 '예고된 참사'란 칼럼을 통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19시즌을 앞두고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면서 '전자 장비를 사용해 사인 훔치기'에 대한 징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전자 장비를 사용해 사인을 훔친 구단은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 및 국제 유망주 계약금 슬롯의 일부가 박탈된다.

 

휴스턴 단장 제프 러나우는 이번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해“원래 있던 이야기 아닌가.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고 일축하며, 논란에 대한 어떤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이 책임을 피했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휴스턴 단장 제프 러나우는 이번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해“원래 있던 이야기 아닌가.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다“고 일축하며, 논란에 대한 어떤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이 책임을 피했다(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이 역시 저지른 잘못에 비해선 가벼운 징계이지만, (단순히 벌금 수준에 머물렀던 이전에 비해선) 구단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역할은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 조사에 있어 핵심은 2019시즌에도 휴스턴이 전자 장비를 사용해 사인을 훔쳤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지 커뮤니티에서 수집된 자료들만 살펴보더라도 휴스턴은 새로운 규정에 의거한 징계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메이저리그 팬덤 내에서 '전자 장비를 사용해 사인 훔치기'에 대한 비난이 휴스턴 한 팀에게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휴스턴이 사인 훔치기 이전에도 과도한 탱킹을 비롯해 에이큰 사태·스프링어 콜업 논란·오수나 영입 및 타우브먼 사건 등 수많은 논란으로 미운털이 박힌 구단인 탓이 크다.

 

그러나 이미 2년 전에 보스턴과 양키스가 비슷한 사건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자 장비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는 단지 휴스턴 한 구단의 문제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 유행처럼 퍼져있을 확률이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무국의 적극적인 수사망 확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17년 당시 휴스턴의 사령탑이었던 A.J. 힌치 감독뿐만 아니라, 벤치 코치였던 알렉스 코라(現 보스턴 감독)과 최고참 가운데 1명이었던 카를로스 벨트란(現 뉴욕 메츠 감독)으로 수사망을 확대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과연 사무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2년 전과는 달리, 적극적인 수사망 확대와 강력한 징계로 메이저리그를 좀먹고 있는 '전자 장비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를 근절해낼 수 있을까? 

 

직업을 떠나 한 명의 팬으로서 메이저리그가 정정당당하게 선수 대 선수의 기량을 겨루는 무대로 돌아오길 바라본다.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엠스플레이
  • 잘봤어요 1
  • 화나네요 1
  • 팬이에요 0
  • 후속기사 원해요 0
    • 새로고침
    • 도움말
      Best 댓글
      공감 투표 비율이 높은 댓글입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감수가 증가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 예고없이 제외 될 수 있습니다. 레이어 닫기

    news

    더보기

    video

    더보기

    hot 포토

    더보기
    [M+포토] 우주소녀 보나, '커피 CF의 한 장면처럼'
    [M+포토] 구구단 세정, '전매특허 눈웃음'
    배종옥, 독보적인 매력 담긴 화보 비하인드 컷 공개
    '8등신 모델 포스' AOA 혜정, 군살 1도 없는 '날 보러 와요'
    뉴발란스, 레드벨벳 예리와 함께 신학기 ‘투빅백팩’ 화보 공개
    [M+포토] '쇼챔' AOA 혜정·유나, '퇴근길 추억으로 남겨요'
    새해에는 나도 몸짱!...맥스큐 2020 몸짱 달력!
    [M+포토] 'MMA 2019' 김소현, '성숙미까지 겸비한 배우'
    [M+포토] 'MMA 2019' ITZY(있지) 예지, '카메라 향해 눈웃음'
    [M+포토] '주간아이돌' 네이처 새봄, '섹시 담당'
    top
    •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 방침
    • 청소년 보호정책
    • 오시는 길

    명칭 : MBC PLUS / 등록번호 : 경기 아51369 / 등록일자 : 2016년 3월 11일 / 제호 : 엠스플뉴스 / 발행인 : 정호식 / 편집인 : 윤미진

    발행소 : 경기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596(장항동, MBC드림센터), 031-995-0467 / 발행일자 : 2016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미진

    © MBC PLUS. All Rights Reserve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