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미아 위기를 벗어난 최준석이 NC 다이노스 캠프에 합류했다. NC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NC 캠프 현장에서 최준석과 만나 새 팀에 합류한 소감과, 그를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대해 솔직한 답을 들어봤다.

NC 선수가 된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NC 선수가 된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투산]

“(최)준석이가 절대 팀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주는 선수가 아니다. 두산 시절부터 계속 봐왔지만 참 괜찮은 친구다. 우리 팀에서도 잘 적응해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새 식구가 된 최준석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다. 올겨울 ‘FA(자유계약선수) 미아’ 위기에 놓였던 최준석은 2월 11일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NC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어렵게 기사회생 기회를 얻은 그는 15일 NC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합류해 NC의 일원이 됐다.

엠스플뉴스가 NC 캠프를 찾은 16일(미국 기준), 최준석은 새 소속팀의 훈련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이날 투산에는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려 예정된 자체 청백전이 취소됐다. 오전 훈련 시간에도 내내 굵은 비가 내렸다.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마친 최준석은 비를 맞으며 보조 구장으로 이동해 수비 훈련을 진행했다. 두산 시절부터 절친한 손시헌, 친한 후배 박석민, 포지션 경쟁자인 모창민과 함께 땅볼을 받아 송구하는 훈련을 소화했다.

박석민은 특유의 넉살로 최준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현곤 코치가 나이를 묻자 ‘팀 내 세 번째’라는 최준석을 향해 “신인의 자세로 하겠다더니!”라고 놀리기도 하고, 통산 도루 개수 얘기가 나오자 “마음만 먹으면 30도루도 했을 것”이라고 은근한 경쟁심을 보이기도 했다(박석민은 통산 21개, 최준석은 통산 10개).

박석민의 유쾌한 장난에 최준석도 농담으로 응수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훈련이 진행됐다. 훈련을 상당 시간 진행한 손시헌과 박석민, 모창민은 ‘최준석은 더 훈련해서 살을 빼야 한다’며 최준석만 두고 먼저 그라운드에서 빠져나오기도 했다.

짓궂은 장난에도 최준석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캠프에 와서 유니폼을 입고 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미계약 상황, 힘들기보다 독기 생겼다”

최준석이 손시헌, 박석민, 모창민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준석이 손시헌, 박석민, 모창민과 함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오전 훈련을 마친 최준석은 “아직 시차적응은 덜 됐다”면서도 “NC 분위기가 낯설지는 않다. 김경문 감독님도 알고, 손시헌 형, 이종욱 형도 있다. 박석민도 아는 사이니까, 크게 어색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가장 반겨준 건 시헌이 형과 종욱이 형이다. 다른 선수들은 아직 그렇게 친해지진 못했지만, 내가 이 팀에 적응해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최준석의 말이다. 조금 뒤 최준석을 향해 박민우가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넸다. 한 미국인 야구팬은 ‘준석!’이라고 부른 뒤 사인을 요청했다.

지난 4년간 거인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뒤흔들었던 최준석이다. 아직 NC 유니폼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최준석은 “새로운 느낌이다. 올해는 유니폼을 입기까지 과정이 힘들었으니까, (유니폼이) 감회가 새롭다”며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봤다.

‘지역 라이벌’ 롯데 더그아웃에서 바라본 NC는 어떤 이미지였을까. 최준석은 “강팀의 면모를 거의 갖춰가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NC와 경기할 때마다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이틀째라 팀 분위기를 말하긴 이르지만, 예전에 (김경문) 감독님과 운동할 때 그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해마다 당연히 참여했던 스프링캠프지만, 이번 스프링캠프는 최준석에게 그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최준석은 “거의 15년 동안 캠프를 갔었는데, 올해는 계약이 안 되고 개인 운동을 하는 상황이 낯설었다”며 “하지만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독기가 생겼다”고 밝혔다.

“겨우내 개인 운동은 계속했지만, 어쩌면 다시 야구를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남들 스프링캠프 떠나는 소식을 기사로 접하다 보니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우게 되더라. 가능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개인 운동하며 기다리려고 했는데 다행히 기회가 찾아왔다.” 최준석의 말이다.

최준석은 “남들보다 보름 정도 캠프에 늦게 온 만큼, 운동량 면에서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앞으로 계속 운동량을 늘려가면서 빠르게 몸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도형 타격코치도 “개인 훈련을 해왔다고 하지만 팀 훈련은 좀 더 체력 소모가 클 것이다.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못한 훈련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서일까. 이날 최준석은 오후 훈련시간 내내 티 배팅을 하며 잠든 타격감을 깨우는 데 힘을 쏟았다. 다른 타자들이 2개 조로 나눠 돌아가며 타격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잠시도 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준석의 ‘나 홀로 특타’는 오후 2시경 공식 훈련이 모두 끝나서야 비로소 멈췄다.

“‘팀 분위기 악영향' 소문? 나 자신에게 떳떳하다"

최준석과 박석민(우측)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훈련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준석과 박석민(우측)은 많은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훈련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준석은 올겨울 미계약 상태로 보내는 동안 기묘한 루머의 주인공이 됐다. 야구계엔 최준석이 새 팀을 못 구하는 이유가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란 소문이 돌았다. ‘후배들을 못살게 군다’ ‘개인플레이를 한다’는 미확인 루머가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 오갔다.

이런 소문이 최준석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 최준석은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후배들 군기를 잡는다, 혼자 튀려고 한다는데 절대 그런 적이 없다. 뭔가 오해가 있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그런 말을 들을 행동을 했다면 수긍했을 거다. 하지만 혼자 튀는 행동을 한 적도 없고, 후배들을 잡으려고 액션을 취한 적도 없는데 그런 소리가 들리니까 처음에는 화가 나더라.” 최준석이 짧은 한숨을 쉰 뒤 말을 이어갔다.

“롯데에서 보낸 4년 동안 아파도 참고 야구했고, 팀을 위해서 나름대로 희생도 했다. 후배들에게 못되게 행동하지 않았다. 나도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 사람인데, 그런 행동을 하면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걸 모르겠나. 나중엔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하게 되더라. 나 자신만큼은 떳떳하니까.” 최준석의 말이다.

김경문 감독도 “최준석은 팀에 나쁜 영향을 주는 선수가 아니다. 두산 시절부터 봤지만 괜찮은 친구”라고 강조했다.

NC 주장 손시헌은 “준석이와 오래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서 어떤 스타일인지 잘 안다. 두산 시절부터 팀의 질서를 잡는 악역을 맡다 보니, 그런 얘기가 여러 가지로 와전되어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감쌌다.

“야구할 날 얼마 안 남은 것 실감, 그 전까지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 되고파”

타격 훈련하는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타격 훈련하는 최준석(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최준석은 자신을 향한 오해와 편견을 일일이 해명하고 반박하기보단, 결과를 통해 대답할 생각이다. 최준석은 “그런 일을 겪다 보니 나중엔 오기와 독기가 생기더라”며 NC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올 시즌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최준석은 “약속이란 게 참 무서운 것 같다”며 개인이 아닌 NC 팀에 관한 목표를 얘기했다. 상처받은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은 뒤로 미뤘다.

“NC는 이제 대권에 도전할 경험을 갖춘 팀이다. 어린 선수들도 큰 경기 경험을 쌓았고 고참들도 가을야구 경험이 많다. 어떻게든 이 팀이 대권에 도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플러스 요인이 되어 기여하고 싶다.” 최준석이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최준석은 “작년까지만 해도 야구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단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올겨울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게 실감이 난다. 올해 끝나고 또 어떤 일이 생겨서 계약을 못 하게 될지 모른다. 그 전까지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고 싶다.”

최준석은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다 같이 화이팅 하면서 즐거운 야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러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신만고 끝에 기사회생 기회를 잡은 최준석의 진심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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