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서동욱은 팀이 필요할 때마다 어떤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없을 때 그 빈자리가 더 커보이는 선수가 바로 서동욱이다. 서동욱이 말한 자신의 역할은 준비하고 기다리기다. 팀을 위한 희생 정신이 그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서동욱의 얘길 들어봤다.

서동욱은 올 시즌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는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서동욱은 올 시즌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는 자신의 역할에 더 충실하고자 한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오키나와]

사람들에겐 조직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앞에서 환하게 빛나는 역할이 먼저 필요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역할도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소금’ 같은 존재가 바로 뒤에서 조직을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노력하는 자다.
KIA 타이거즈에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서동욱이다. 서동욱은 2017시즌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2/ 90안타/ 7홈런/ 48타점/ 출루율 0.352/ 장타율 0.420/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0.54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16시즌에 비해 무언가 아쉬운 지난해 기록이었다.
2016시즌 초반 넥센에서 KIA로 트레이드(무상) 이적한 서동욱은 당시 124경기 출전 타율 0.292/ 120안타/ 16홈런/ 67타점/ 출루율 0.386/ 장타율 0.496/ WAR 3.13으로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기존 주전 2루수였던 안치홍이 제대하면서 서동욱의 지난해 새로운 포지션을 찾아야 했다. 1루수와 우익수 자리를 노릴 수 있었지만, 2017시즌 김주찬의 1루수 전환과 외야수 이명기의 합류가 서동욱의 입지를 좁혔다. 시즌 중반 타격감이 잠시 올랐을 때(6월 타율 0.353) 서동욱이 꾸준한 기회를 받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물론 팀에 꼭 필요한 소금 역할은 톡톡히 한 서동욱이었다. 2017시즌 주로 1루수와 2루수 백업 역할을 맡았던 서동욱은 2015년 이후 2년 만에 선발 3루수로도 출전하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제대로 선보였다. KIA 김민호 수비코치는 “선수들이 아플 때마다 서동욱의 존재가 피해를 최소화해준다. 정말 고마운 선수다. 우리 팀을 잘 어우러지게 하는 선수가 바로 서동욱”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에도 서동욱은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2018시즌을 마친 뒤엔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도 취득하는 서동욱이다. 팀을 위해선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단 서동욱의 헌신에 대한 얘길 ‘엠스플뉴스’가 일본 오키나와 캠프 현지에서 직접 들었다.
서동욱 “LG 시절 함께한 성훈이 형, 너무 반갑다.”

서동욱은 LG 시절 함께 했던 정성훈과 KIA에서 재회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서동욱은 LG 시절 함께 했던 정성훈과 KIA에서 재회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지난해 우승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나.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웃음). 원래 비시즌은 시간이 짧은듯한데 또 잘 안 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3개월이 훅 지나갔다. 그만큼 우승의 기억이 달콤했던 것 같다.
서동욱 개인으로서 봤을 때 2017시즌은 다소 아쉬웠을 것 같다.
사실 준비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잠시 생각 뒤) 야구는 주전 선수들이 하는 건데 또 내가 하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 역할에 충실했으면 된 거다. 물론 아쉬운 점은 몇 가지 있지만.
어떤 아쉬운 점인가.
작전 상황에서 번트 실패가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엔 원체 잘하는 타자들이 많아서 내가 묻어갔다(웃음). 그래도 2017시즌 마무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2018년에도 지난해와 같은 마무리를 원할 텐데 올 시즌 KIA의 스프링 캠프 분위기가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 캠프에서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우승으로 끝맺음이 좋았기에 다들 몸이 가벼운 것 같다. 올 시즌도 예감이 좋다.
이번 캠프에 반가운 얼굴도 있다. LG 트윈스 소속 시절 팀 동료였던 정성훈과 다시 한 팀이 됐다.
(활짝 웃으며) 정말 반갑다. 어렸을 때 (정)성훈이 형을 만나서 많은 걸 배웠다. 그때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 서로 잘 아니까 이번 캠프에서 잘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해 ‘엠스플뉴스’와의 캠프 인터뷰에서 서동욱 선수가 “감독님께 고민을 안겨드리고 싶다”라고 말한 기억이 남아 있다. 이번 캠프에서 마음가짐은 어떤가.
김기태 감독님께서 ‘너 같은 선수가 팀에 꼭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감독님 주문에 맞게 시즌 준비를 하겠다. 특히 부상을 조심하겠다.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수비 등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 (목소릴 높이며) 준비하고 기다리는 게 바로 내 역할이다.
‘예비 FA’ 서동욱 “팀을 다시 우승으로 이끄는 게 먼저”

김기태 감독(왼쪽)과 타격에 대해 얘길 나누고 있는 서동욱(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기태 감독(왼쪽)과 타격에 대해 얘길 나누고 있는 서동욱(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번 캠프에서 타격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게 있나.
간결하게 스윙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래서 방망이를 들 때 손 위치를 살짝 내렸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첫날부터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님과 함께 고민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사실 서동욱 하면 폭넓은 수비 포지션 소화가 떠오른다. 수비 연습도 게을리할 수 없겠다.
수비는 확실히 연습할 때와 경기할 때가 다르게 느껴진다. 실전 경기에서 각각 다른 수비 포지션 움직임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준비해야 하고, 신중하게 고민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지난해 3루수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또다시 선보였다.(2017시즌 서동욱은 1루수·2루수·3루수·우익수·좌익수 수비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다)
솔직히 쉽진 않았다(웃음). 한해 한해가 갈수록 이제 몸 움직임이 둔해지는 느낌도 있다. 그래도 20살 신인 후배나 40살 베테랑 선배님이나 야구하는 건 다 똑같다. 나이에 상관없이 준비를 더 잘하는 선수가 좋은 결과를 얻을 테니까.
올 시즌이 서동욱 선수에게 더 뜻깊은 이유는 바로 생애 첫 FA 취득이다. 나름대로 기대도 많을 법한데.
(고갤 갸우뚱거리며) 나에게 FA는 운이 아닐까. 잘하면 보상을 받겠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웃음).
서동욱에게 2018년 대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꾸준한 출전 기회 같다.
물론 지난해 불규칙한 출전으로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내가 주전으로 자리를 못 잡은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그거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일단 올 시즌에도 최선을 다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게 먼저다. FA는 그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 기다려볼 문제다.
KIA 팬들이 가장 많은 응원하는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서동욱이다. 그만큼 팬들의 사랑이 많이 느껴질 것 같은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016년 KIA로 다시 돌아왔을 때 팬들의 응원이 너무 고마웠다. 솔직히 울컥할 때도 많았다. 특히 원정 경기를 갔을 때 팬들의 뜨거운 열기와 사랑에 자부심을 느꼈다. 타이거즈 로고를 달고 있는 게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더라. 올 시즌엔 특별한 목표는 없다.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활약으로 잘 보답해드리고 싶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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