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첫 실전 등판에서 당찬 투구를 펼친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첫 실전 등판에서 당찬 투구를 펼친 임찬규(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애리조나 파파고]

“1회 선두타자 홈런 친 임병욱 상대로 유강남이 초구 변화구 사인을 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빠른 볼 던지겠다고 했죠.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LG 트윈스 임찬규가 2018시즌 첫 실전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임찬규는 2월 17일(이하 미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파파고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연습경기에 선발등판, 3이닝을 2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를 펼쳤다.

이날 넥센은 정규시즌과 다를 바 없는 호화 라인업을 선보였다. 2번타자 우익수 마이클 초이스를 시작으로 3번 2루수 서건창, 4번 1루수 박병호, 5번 유격수 김하성 등 주전 타자가 대거 선발 라인업에 포진했다. 연습경기라고는 하지만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 있는 타선이다.

하지만 임찬규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빠른 볼로, 스트라이크로 넥센 타선을 정면 돌파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초구에 얻어맞은 홈런이 임찬규에겐 약이 됐다. 1회초 넥센 공격, 선두타자 임병욱에 초구에 던진 빠른 볼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임찬규는 “딩동댕 홈런을 하나 맞았다”며 “왠지 타자가 노리고 들어올 것 같았다. 연습경기고, 초구에 변화구 던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빠른 볼을 던졌는데 담장을 넘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찬규는 3회초 2사 후 다시 만난 임병욱을 상대로 멋지게 설욕했다. 애초 포수 유강남은 초구에 체인지업 사인을 냈다. 하지만 임찬규가 빠른 볼 정면승부를 원했고, 결국 2구 만에 1루수쪽 땅볼로 임병욱을 잡고 이닝을 마쳤다.

임찬규는 “또 빠른 볼로 승부했다. 강남이는 변화구 사인을 냈지만, 내가 빠른 볼을 원했다”며 씨익 웃었다. “연습경기고, 남자가 자존심이 있지 않나. 스피드를 떠나서 어디 한번 쳐보라고 다시 던졌다. 또 빠른 볼 던진다고 홈런을 또 치진 못할 거라 봤다.”

“박병호-초이스에 몸쪽 승부, 결과가 좋았다”

1회 홈런을 친 임병욱 상대로 3회 변화구를 요구한 유강남과 빠른 볼을 원한 임찬규의 토론 현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회 홈런을 친 임병욱 상대로 3회 변화구를 요구한 유강남과 빠른 볼을 원한 임찬규의 토론 현장(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임찬규는 1회 맞은 홈런을 제외하면 이날 투구 내용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원래 예정했던 라이브 피칭이 날씨 때문에 취소됐다. 오늘이 실질적인 올해 첫 마운드 등판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놀았고,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과 변화구 컨트롤도 좋았다.” 임찬규의 말이다.

특히 임찬규는 초이스, 박병호 등 넥센 강타자들을 땅볼 아웃으로 제압한 데 만족감을 표현했다. 그는 “홈런과 안타 하나 빼면 대부분을 땅볼 아웃으로 잡았다. 외야로 멀리 뻗어가는 타구도 나오지 않았다”며 “아웃카운트 9개 중에 뜬공아웃은 2개였고, 나머지는 다 땅볼로 잡은 아웃이었다는 게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임찬규는 이날 패스트볼 구속보다는 투구 밸런스와 볼 끝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또 바깥쪽 공보다는 몸쪽 빠른 볼 위주로 공격적 투구를 펼쳤다. 지난 시즌 타자 몸에 맞는 공만 24개를 기록할 정도로 몸쪽 승부에 어려움을 겪은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사실 지난 시즌 타자 몸쪽 공을 던지는 데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래서 오늘 일부러 몸쪽 공을 많이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 박병호 형도 몸쪽으로 유격수 쪽 먹힌 땅볼로 잡았고, 초이스를 잡은 공도 몸쪽이었다. 내 공에 힘이 붙었다는 느낌이 든다.” 임찬규의 말이다.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정규시즌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1회 홈런 한 방을 맞긴 했지만, 임찬규는 이날 넥센 강타선을 상대로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졌고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임찬규는 “오랜만의 실전 등판인데도 긴장감이 없었다. 마운드에서 떨리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늘 투구, 만족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엠스플뉴스는 1월 3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미야자키, 타이완 가오슝 등으로 취재진을 보내 10개 구단의 생생한 캠프 현장 소식을 '엠스플 in 캠프'란 이름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야구팬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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