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 “야구계와 팬을 위해” 넥센타이어, 스폰서비 지급 재개 결정

- 넥센타이어의 세 차례 메시지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히어로즈 구단

- 야구계 인사들 "여전히 히어로즈는 '이장석 옥중 경영 중'"

- 메인스폰서는 팬들에게 사과, 구단은 여전히 ‘정상화 방안’ 모르쇠

[엠스플뉴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가 스폰서비 지급 재개를 결정했다.

5월 2일 넥센타이어는 보도자료를 통해 “히어로즈 구단이 운영자금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10구단 체제가 흔들리는 KBO리그의 파행을 막기 위해 고심 끝에 2018년 KBO리그가 종료될 때까지 후원비 지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넥센타이어는 “그간 선수단과 야구팬들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메인스폰서가 단지 비용의 후원만이 아니라 팬, 구단, 리그와 함께 공존하고 발전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넥센타이어의 세 차례의 신호에도 ‘구단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않은 히어로즈 구단

'Nexen'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Nexen'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3월 29일 엠스플뉴스의 ‘넥센타이어, 히어로즈 스폰서비 지급 유보’ 기사를 통해 넥센타이어가 3월 선지급분인 12억 원을 히어로즈에 미지급 중인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의 ‘구단 정상화’ 노력이 부족하단 판단 아래 3월 스폰서비 지급을 유보했다”며 “선수단과 팬들을 위해서라도 히어로즈가 하루빨리 구단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구단 정상화를 바라며 ‘스폰서비 지급 유보’란 결단을 내린 넥센타이어의 절박함과 달리 히어로즈 구단은 별다른 구단 정상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되레 순간의 난처함을 모면하려 거짓 답변만을 내놨다.

넥센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는 같은 날 엠스플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넥센타이어가 스폰서비를 계속 지급 중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현재까지는 그렇고요"라며 "(넥센타이어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히어로즈 측은 “넥센타이어가 3월분 스폰서비를 아직 입금하지 않은 게 맞다”며 박 대표의 말이 거짓임을 인정했다. “넥센타이어와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박 대표의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엠스플뉴스의 추가 취재 결과 넥센타이어는 2월부터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에게 ‘구단 정상화를 바란다’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 관계를 잘 아는 한 야구계 인사는 “넥센타이어가 항상 10일 전후, 주말이나 연휴가 끼면 10일 이전에 스폰서비를 입금했다. 2월 10일이 토요일이었음을 고려하면 8, 9일에 입금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가 입금한 날은 그보다 이틀이 지난 2월 12일이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언론에 ‘넥센 히어로즈 대표 구속’이란 기사가 뜨자, 구속된 이가 넥센타이어 사장인 줄 알고 넥센타이어 본사로 전활 걸어와 사실 여부를 묻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가 법정 구속되면서 야구단뿐만 아니라 넥센타이어도 적지 않은 이미지 손상에 시달려야 했다”며 “예정된 10일이 아닌 12일에 스폰서비를 보낸 건 ‘구단 정상화를 제대로 해달라’는 넥센타이어의 진정이 담긴 소극적 압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넥센타이어의 메시지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문제 해결’과 ‘구단 정상화를 이끌 경영진 구성’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히어로즈 구단의 묵묵부답이 이어지면서 넥센타이어는 결국 3월 10일 입금해야할 스폰서비 12억 원을 ‘지급 유보’하는 두 번째 신호를 보내게 됐다.

메인스폰서는 야구계와 팬을 위해 스폰서비 지급 재개 결정, 구단은 여전히 '정상화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넥센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넥센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세 번째 신호는 4월분 스폰서비 미지급이었다. 하지만, 히어로즈 구단은 역시나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이 심화했다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박준상 현 대표와 구단 변호사가 수감된 이장석 전 대표를 주기적으로 찾아가 구단 경영과 운영에 대한 코치를 받는다는 소리가 있다”며 “몸만 감옥에 있지, 히어로즈의 총감독과 실질적 대표는 여전히 이장석 전 대표”라고 일갈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박 대표와 구단 변호사가 주기적으로 이 전 대표를 찾는 건 사실이었다. 박 대표도 “(이 전 대표를) 주기적으로 면회가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옥중 경영’에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았다.

넥센타이어는 '스폰서비 지급 재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넥센타이어와 히어로즈 구단은 몇 차례 대화의 기회를 가졌다. 메인스폰서 입장에서 보기에 히어로즈 구단이 제시한 경영 개선 방안은, 프로야구 존재의 목적인 팬들을 위한 개선안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란 말로 히어로즈 구단의 정상화 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시사했다.

그럼에도 넥센타이어는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과 아낌없는 애정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을 생각하면, 구단과 메인스폰서의 입장만을 고려해 선수단이나 팬들께 누를 끼쳐선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후원비 지급 재개를 발표했다.

그리고 구단은 입도 뻥긋하지 않는 선수단과 팬에 대해 "그간 선수단과 야구팬들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까지 했다.

메인스폰서는 야구계와 팬을 위해 스폰서비 지급 재개를 결정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정작 구단은 ‘비정상의 정상’보다 ‘비정상의 고착화’을 더 바라는 현실. 이것이 2018년의 한국 프로야구의 불온한 현실일지 모른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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