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사진=엠스플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사진=엠스플뉴스)

- 문체부,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 포함 관련자 7명 경찰 수사 의뢰

-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차명계좌 동원해 비자금 조성한 의혹

- 2015, 2016년 두 차례 검찰 고발, 무혐의 처분으로 흐지부지 끝나

- 차명계좌-비자금 '윗선' 밝혀낼까

[엠스플뉴스]

양해영 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관계자는 4월 9일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양해영 전 KBO 총장을 포함해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지난 3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임직원은 차명계좌를 동원해 수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체부의 경찰 고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진행한 '체육 정상화 특별전담팀(TF)' 활동의 결실이다. 문체부는 TF를 통해 체육계 각종 비리 제보를 접수한 뒤, 대한야구협회 등 2개 체육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협회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건 조사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TF 조사 결과 3억 원 가까운 협회 자금이 차명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밝혀진 것.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성과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TF의 한계 탓에, 차명계좌로 들어간 돈의 사용처와 최종 책임자를 밝히는 덴 한계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팀장급 인사들은 전부 조사했지만, 사건의 열쇠를 쥔 윤00 운영부장이 잠적한 탓에 그 윗선을 밝히는 덴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TF 내에선 철저한 사실 규명을 위해선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고, 문체부도 이를 받아들여 경찰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2015년과 2016년, 수사기관은 왜 차명계좌 증거를 무시했나

엠스플뉴스가 확보한 차명계좌 거래 내역. 2012년 6월 KBO도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확보한 차명계좌 거래 내역. 2012년 6월 KBO도 차명계좌에 돈을 입금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의혹은 지난 2015년 3월 처음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당시 협회 나진균 사무국장은 협회 임원이던 윤00 이사, 김00 부회장과 전(前) 직원인 이00 전 사무국장, 윤00 전 운영부장 등을 ‘협회 재산을 임의로 소비하거나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6년엔 협회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기관에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두 차례 고발 모두 흐지부지 종결됐다. 윤00 전 운영부장에 대해선 이미 재판을 통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과 ‘포괄일죄’란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윤00 이사 등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대한야구협회 자금이 흘러 들어간 ‘차명계좌’가 발견됐음에도 수사기관은 이를 증거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엠스플뉴스는 지난 4일 '[단독 입수] 야구협회, ‘대포통장’으로 3억 받았다…KBO 입금 사실도 드러나' 기사에서 차명계좌가 협회 전 임직원이 공모해 만들었고, 이 계좌를 통해 100여 차례 넘게 3억 원 가까운 자금이 오간 것을 보도했다. 이 계좌엔 KBO에서 입금한 돈도 기록돼 있었다.

차명계좌는 그 자체로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해당하는 중죄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차명계좌에 명의를 도용당한 전 프로야구단 트레이너 A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데 그쳤다. 정작 차명계좌를 개설한 협회 전 직원과 차명계좌로 돈을 보낸 이들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차명계좌를 증거로 다루지 않은 채,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사건 결정문에서도 차명계좌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1심 판결에서 처벌받은 전 임직원의 개인 계좌만 들여다보는 데 그쳤다. 사건 내막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사건을 처음 고발한 대한야구협회 나진균 전 사무국장은 "증거가 명백하고, 증인이 있는데도 경찰과 검찰은 피고소인들의 이야기만 들었다. '누군가'의 압력 때문인지 이 건만 유독 검사가 7차례나 바뀌는 등 심한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엠스플뉴스는 차명계좌를 수사한 당시 수서경찰서 담당자에게 전활 걸었으나, 담당 수사관은 "자세한 건 수서경찰서에 문의하라.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문체부 수사의뢰, 2015년-2016년과 다른 결과 낼까

경찰 수사를 통해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의혹의 진실이 드러날지 야구계가 주목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경찰 수사를 통해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의혹의 진실이 드러날지 야구계가 주목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수면 아래로 잠겼던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조성과 횡령 의혹건’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감춰졌던 의혹을 제기하며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체부는 TF를 조성해 사건을 재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의 존재가 다시 부각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경찰이 이 사건을 곧장 서울지방경찰청에 배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5년 첫 고발과 2016년 고발 당시엔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범죄팀이 사건을 맡았다.

이번 경찰 수사가 지난 두 차례의 수사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두 차례 수사에서 사건 관련자들은 ‘포괄일죄’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그러나 엠스플뉴스가 당시 사건 기록 검토를 요청한 다수의 법조인은 하나같이 “차명계좌 의혹은 사건 발생 기간이나 수법 면에서 포괄일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임 기간 숱한 의혹에도 수사기관의 칼날을 피해갔던 양해영 전 KBO 사무총장 관련 의혹이 규명될지가 관심사다. 협회가 개설한 대포통장에 주로 돈을 보낸 곳은 대한야구협회(KBA)였다. 협회 주요 인사들이 공모해 협회 돈을 대포통장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생기는 이유다.

특히나 당시 양 총장은 KBO 사무차장과 대한야구협회 특임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특임이사는 KBO가 협회에 내려보내는 수십억 원대의 아마추어 야구 지원금을 관리·감독하는 게 주 임무다.

엠스플뉴스는 차명계좌를 동원한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조성과 횡령 의혹을 계속해서 보도할 예정이다.

[단독 입수] 야구협회, ‘대포통장’으로 3억 받았다…KBO 입금 사실도 드러나

[단독] 문체부, 양해영 전 KBO 총장 검찰 수사의뢰 검토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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