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U-23 야구대표팀 감독’ 공개채용 두고 논란

-협회 “공정하게 선발했다”, 일선 감독들 “불공정의 끝판왕”

-‘최근 2년 성적’ 기준 두고 논란, 2016~2017년 성적 기준으론 순위 뒤바뀌어

-U-18 대표팀 감독 선임도 논란, 협회 행정 미숙으로 대표팀 출발부터 삐걱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U-23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U-23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을 두고 말이 많다. 대표팀 선수 선발이 ‘실력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이유 때문이다.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이 선수 선발 때문에 논란이 됐다면, 이번엔 감독 선임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8월 14일 제2회 23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사령탑으로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을 선임한 게 발단이다.

야구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불공정 선임’ 논란의 진상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U-23 대표팀 감독 논란,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나

제1회 U-23 대회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팀(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1회 U-23 대회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팀(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4월 23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야구 국가대표 지도자 공개 채용’ 공고를 냈다. 9월에 열리는 제12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이하 U-18)와 10월로 예정된 제2회 23세 이하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이하 U-23)에 파견할 대표팀 감독, 코치를 공개 채용을 통해 뽑겠다는 게 KBSA의 계획이었다.

KBSA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에 따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공개 채용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도자 공개 채용 원서접수는 4월 23일부터 5월 4일까지 약 2주간 진행됐다. 하지만, 결과는 석 달이 지난 8월 14일에서야 발표됐다. KBSA 관계자는 “애초 개최지였던 니카라과의 정세 불안으로 한동안 대회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최근 콜롬비아로 개최지가 확정되면서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불거진 건 KBSA가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을 사령탑으로 발표하면서다. 이 감독 선임을 두고 여러 야구계 인사가 “납득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들은 "대표팀 감독 평가 기준 가운데 하나인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점수’을 따져봤을 때 결코 이 감독이 1위가 될 수 없다"며 발끈했다.

하지만, KBSA는 국가대표 야구 지도자 공개 모집에 응시한 지도자를 대상으로 경기력 향상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과 지도 통솔력, 경기 운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가대표 감독을 최종 선발했다며 이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전혀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참고로 KBSA 감독 평가 배점은 100점 만점으로,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점수 50점, 면접점수 50점으로 이뤄졌다.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은 ‘최근 2년 성적’을 기준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최근 2년’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삼을지다. 협회 규정엔 ‘최근 2년’의 의미가 뚜렷하게 나와있지 않다. 2016, 2017년을 기준으로 삼을지, 2017, 2018년을 기준으로 삼을지에 따라 후보자들의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 점수가 크게 달라지기에 '최근 2년의 범위'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연수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는 2016년 준우승 한 번과 3위 한 번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우승 두 번과 준우승 두 번으로 성적이 좋았다. 올해 초 열린 주말리그 전반기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 때문인지 KBSA는 몇몇 대학야구 관계자가 ‘최근 2년'의 범위를 문의했을 때 “2017, 2018년이 최근 2년에 해당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답변엔 커다란 맹점이 숨어있다. 국가대표 감독 공개채용 원서접수 마감일은 5월 4일이었다. 이때는 2018년 대학야구 첫 대회인 주말리그 전반기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원서접수가 마감된 뒤에 차지한 우승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었다.

그래서일까. 최근 KBSA는 이번 경우 최근 2년은 2016, 2017년을 의미한다고 은근슬쩍 설명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력 향상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한 야구인은 “하도 논란이 돼 KBSA에 ‘최근 2년의 범위를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묻자 ‘2016년과 2017년이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2016~2017년 기준으로도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이 1위? 실제론 홍익대 장채근 감독이 1위

장채근 홍익대 감독.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표팀 감독 공개채용에서 떨어진 장 감독은 “내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떨어지고, 다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하더라도 동료 야구인의 명예와 관계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말문을 닫았다(사진=엠스플뉴스)
장채근 홍익대 감독.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표팀 감독 공개채용에서 떨어진 장 감독은 “내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내가 떨어지고, 다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하더라도 동료 야구인의 명예와 관계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말문을 닫았다(사진=엠스플뉴스)

KBSA 관계자는 '최근 2년'의 범위를 묻는 엠스플뉴스 기자에게 “'2017, 2018년'을 기준으로 삼건 '2016, 2017년'을 기준으로 삼건 성적점수 자체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엠스플뉴스는 최근 3년간 대학야구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감독 3인의 2016, 2017년 성적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가장 성적이 좋았던 사령탑은 홍익대 장채근 감독(2016년 우승 2회, 준우승 1회, 3위 1회, 2017년 우승 2회, 3위 2회)이었다. 2위는 경성대 윤영환 감독(2016년 우승 3회, 2017년 준우승 2회, 3위 1회). 이연수 감독은 2016년 준우승 1회에 3위 1회, 2017년 우승 2회에 준우승 2회로 해당 기간 3위에 그쳤다.

감독 3인의 2016, 2017년 팀 성적 비교. 홍익대 장채근 감독의 우승 실적이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감독 3인의 2016, 2017년 팀 성적 비교. 홍익대 장채근 감독의 우승 실적이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KBSA는 "구체적인 성적점수 배점 기준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국내대회 우승 시 30점, 준우승 시 20점, 3위 시 10점이 주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준으로 합산하면 장채근 감독의 총점은 170점, 윤영환 감독은 140점, 이연수 감독은 130점이 된다. 어떤 연도를 기준으로 해도 '이연수 감독이 1위'란 KBSA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먼 셈이다.

게다가 여기엔 국제대회 사령탑으로 거둔 성적은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장채근 감독은 2016년 멕시코에서 열린 U-23 대회 사령탑을 맡아 3위를 차지했고, 2017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사령탑으로도 출전해 3위의 성적을 올렸다. 이 성적을 포함하면 장채근 감독과 이연수 감독의 총점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국내 및 국제대회 성적점수 3위는 면접 점수에서 1위를 해도 총점 1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다. 성적점수 1위가 면접점수에서 2위만 해도 가장 높은 총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또 성적점수 1위가 면접에서 3위를 해도 총점에선 동률이 된다.

코치 선임, 프로선수 차출... 할 일 산적한 데 시작부터 ‘감독 논란' 빚어진 U-23 대표팀

U-23 대회 성공을 위해선 프로선수 차출부터 코치 선임까지 할 일이 많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U-23 대회 성공을 위해선 프로선수 차출부터 코치 선임까지 할 일이 많다(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 가지 눈여겨볼 건 U-23 대회와 함께 공개 채용한 U-18 대회 사령탑을 놓고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단 점이다. KBSA는 야탑고 김성용 감독을 U-18 대회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선임 당시 일각에선 “성적 점수를 비교하면 서울고 유정민 감독, 마산용마고 김성훈 감독이 더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대학야구 감독은 “야탑고 김성용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고 충분히 대표팀을 이끌 역량이 된다”면서도 “U-18 감독 선임 때 KBSA가 처음부터 김 감독을 염두에 두고 채용을 진행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야구인도 “점수만 놓고 보면 다른 감독이 돼야 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자 현장 감독들은 물론 감독 면접을 진행한 경기력 향상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력 향상위원회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선수 출신 1명, 지도자 1명, 등록팀 관계자 1명, 시․도종목단체 임원 1명, 비경기인 1명, 여성 1명’을 포함해 5명 이상 13명 이하로 구성하게 돼 있다. U-23 대표팀 감독 면접 당시엔 총 10명의 위원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면접관으로 나선 한 야구인은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면접 과정에서 특정인을 밀어주자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며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다 보니 위원들 사이에선 ‘우리가 이런 오해를 받을 이유가 없다. 아예 후보자들 면접 점수를 공개해 비교해 보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위원 역시 “다들 바쁜 가운데서도 아마야구 발전을 위해 시간을 쪼개어 위원회에 참석했는데, 자꾸 잡음이 생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며 몇몇 위원의 건의로 KBSA에 전체 면접 점수 공개를 요청한 상태니까, 공개된 점수를 비교해 보면 명확하게 모든 것이 밝혀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학야구 감독은 “KBSA의 행정 미숙으로 U-23 대회 사령탑 선임 논란이 벌어지는 게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U-23 대회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대학 선수 선발도 선발이지만, 프로 선수 차출을 위해 프로팀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감독의 ‘정통성’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과연 대표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란 비판이다.

다른 대학야구 감독도 “과거 주먹구구식 대표팀 감독 선발방식에서 벗어나 공개채용을 시도한 것 자체는 좋다”면서도 성적 점수처럼 누구나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는 건 여전히 KBSA의 행정을 향한 불신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듭된 가운데, KBSA는 23일 다시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어 대표팀 운영 방향과 코치 선임, 대표팀 선수 선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감독 후보자들의 전체 면접 점수가 공개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U-23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속 시원하게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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