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윤호솔에 60일 자격정지 처분. 한화도 사회봉사 120시간 자체 징계

-KBO “윤호솔이 지인에게 다른 생각없이 통장과 체크카드 빌려준 것. 위법을 인지하지 못한 듯”. 윤호솔의 정반대 소명 “계좌 빌려주면 하루 90만 원씩 준다는 스팸 문자 받고서 체크카드 보냈다”

-법조계 "윤호솔은 누군가의 꼬임에 빠졌거나 속임을 당해 억울한 피해를 본 금융 피해자가 아니라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양도한 범죄 연루자"

-KBO와 구단은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선수가 보이스 피싱 범죄에 연루됐는데도 사건의 내막은 숨기고, '솜방망이 징계 결과'만 발표

한화 이글스 투수 윤호솔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사진=한화)
한화 이글스 투수 윤호솔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한화 이글스 투수 윤호솔에게 KBO(한국야구위원회)가 60일 자격정지 및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재를 내렸다. 소속 구단 한화도 윤호솔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의 자체 징계를 결정했다.

KBO는 앞서 8월 11일 전자금융거래법(개인 통장 및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대여)을 위반한 윤호솔에게 규약 제152조 제5항을 적용해 ‘참가활동 정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KBO 관계자는 한화 입단 뒤 벌어진 사건이다. (윤호솔이) 지인에게 다른 생각 없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줬는데 이게 위법성이 있는 일에 사용되면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선수 자신은 통장과 체크카드 대여가 위법한 일이라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애초 KBO 설명과 다른 윤호솔의 소명 “하루 90만 원씩 준다는 스팸 문자 본 뒤 체크카드 보냈다.”.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와 비밀번호를 넘긴 윤호솔이 '순진한 청년'으로 둔갑한 내막

NC에서 윤형배로 활동하던 때의 윤호솔(사진=NC)
NC에서 윤형배로 활동하던 때의 윤호솔(사진=NC)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게 있다. KBO의 설명대로 윤호솔이 지인에게 '다른 생각 없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준 게 사실이냐는 것이다. 그리고 선수 자신이 통장과 체크카드 대여가 '위법한 일'이라는 걸 몰랐을 만큼 '순진무구했느냐'는 것이다.

엠스플뉴스는 검찰과 법원 취재를 통해 KBO의 설명이 사실과 180도 달랐음을 알게 됐다. 윤호솔은 '금전적 대가를 바랄 생각'으로 자신의 체크카드를 적극적으로 빌려줬으며 이것이 '위법한 일'이 된다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벌위원도 이미 금전적 이득을 예상한 상태에서 체크카드를 빌려줬다는 사실을 윤호솔이 자기 입으로 털어놨다고 알렸다. 다음은 이 상벌위원이 들려준 내용과 엠스플뉴스가 법조계를 취재하며 확인한 내용을 합친 내막이다.

윤호솔이 지인에게 생각없이 통장과 체크카드를 빌려준 게 아니었다. 윤호솔의 소명에 따르면 자신의 지인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하루 인출한도가 600만 원 이상인 개인 계좌를 빌려주면 하루에 90만 원씩 주겠다'는 스팸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그 지인은 신용이 좋지 않아 '하루 인출 한도가 600만 원 이상인 체크카드'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윤호솔이 스팸 문자를 보낸 쪽에 연락해 체크카드를 보냈다.

본인 말로는 ‘당시 경제적으로 곤궁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문제가 생긴 건 바로 다음 날 은행에서 ‘보이스 피싱에 사용됐다’며 윤호설의 카드를 정지시키면서다. 겁이 나 구단에 이 사실을 실토했다는 게 윤호솔의 소명이다.

대가(하루에 90만 원씩)를 약속받고서 접근 매체(체크카드)를 대여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위반이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윤호솔은 금전적 이득을 약속받고서 자신의 계좌를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나 윤호설은 '은행에서 연락을 받고서 겁이 나 구단에 이 사실을 바로 실토'한 사실도 없었다. 검찰로부터 징역 7개월을 구형받은 뒤 구단에 실토한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보이스 피싱 범죄를 오랫동안 다룬 한 형사가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들려준 말은 다음과 같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보낸 스팸 문자를 본 뒤 아무 의심없이 체크카드를 보내고 비밀번호까지 빌려줬다? 이 말을 누가 수긍하겠는가. 설령 백 번 수긍한다손 쳐도 스팸 문자로 계좌 대여를 제안받았다면, 처음부터 자기 계좌가 비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선수 스스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윤호솔은 '하루 90만 원씩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넘겼다. 이건 누군가의 꼬임에 빠졌거나 속임을 당한 게 아니라 돈을 벌 목적으로 선수 자신이 비상식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뜻이다. 자신의 계좌를 타인이 사용하도록 넘겨줘선 안 된다는 건 웬만한 초교생도 아는 사실이다. 24살이나 된 선수를 '순진무구하고 어리석은 선수'로 표현하는 건 사건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일이다."

승부조작, 온라인 도박, 성폭행에 이어 보이스 피싱으로까지 프로선수의 범죄 연루가 확대됐지만, KBO와 한화는 이 사건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나 KBO는 윤호솔로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타인에게 넘겨줬다'는 소명을 받고서도 27일 보도자료에선 이 내용을 뺐다. 이 때문인지 윤호솔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청년'으로 둔갑해 동정의 시선까지 받고 있다.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선수가 돈을 벌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정체불명의 보이스 피싱 조직'에게 넘긴 사건이 발생한 만큼 KBO와 구단은 이를 다시 철저히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 지금 KBO와 구단이 내린 처벌은 처벌이 아니라 또 다른 유형의 은폐에 불과하다.

김근한, 이동섭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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