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지 한달이 지나서야 언론 앞에 나선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난지 한달이 지나서야 언론 앞에 나선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양재]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 그리고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발전을 위해 더 정진하겠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20 도쿄올림픽까지 감독직을 지키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선 감독은 10월 4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KBO 7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AG) 야구 대표팀 선발 논란에 대해 뒤늦게 해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선 감독은 질의응답에 앞서 낭독한 입장문에서 "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갖게 만든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모두의 질문에 답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떠한 청탁도 불법행위도 전혀 없었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대표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고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통계, 출장기록, 포지션, 체력 등 여러 지표를 살핀 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게 선 감독의 항변이다.

이처럼 대표팀 선발 과정이 공정했다고 자부하기에, 그간 쏟아진 여론의 비판에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선 감독은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과 억측 그리고 명예훼손은 자제되어야 한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명예 또한 존중되기를 정중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론의 표적이 된 오지환에 대한 비난 자제도 당부했다. 선 감독은 "감독인 제 권한과 책임으로 선발하여 금메달을 함께한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국가대표 야구에 대한 최종 책임은 어떠한 경우에도 저 선동열에게 있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발 당시부터 AG 대회가 끝날 때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여론의 비난이 오지환에게 쏟아지도록 방치한 장본인은 다른 이가 아닌 선 감독 자신이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 감독은 "저는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아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국감 출석을 회피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감사대에 서는 것은 제가 처음이라 들었다.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했다.

대표팀 선발 과정이 공정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고, 여론의 과도한 비판이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불만이라는 의사를 표현하면서도 선 감독은 사과의 뜻을 함께 전했다. 선 감독은 "아시안경기에 경기력과 전략쪽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깊이 성찰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력과 전략은 대표팀을 향한 비판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

또 선 감독은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청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통계와 스탯 외의 부분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갤 숙였다. 이 역시 문제의 본질을 단순히 '국민 정서'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이어 선 감독은 '앞으로'를 거론하며 국가대표 감독 임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BO와 야구계 일각에선 이번 논란으로 선 감독의 지도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우려하며, 사태 해결을 위해선 선 감독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선 감독은 "앞으로 있을 국가대표 선발방식과 병역특례 제도에 변경에 대해서는 정부와 야구미래협의회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겠다"며 '앞으로는 여론의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 그리고 KBO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발전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 2020 도쿄올림픽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좋은 성적'을 약속했다. 그 스스로 "너무 성적만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도 국제대회 '성적'으로 만회하겠단 뜻을 밝혔다.

AG 대회 이후 쏟아지는 여론의 비판에 한 달이나 지나서 뒤늦게 기자회견 자리를 가진 선동열 감독. 하지만 '과정은 공정했고, 비판은 부당하다'며 선 감독의 항변이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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