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브로커가 다른 선수들 승부조작 가담 부인하고, 증거 없어 수사 종결”

-창원지검 “‘다른 선수도 있다’는 브로커의 주장. 거짓말일 가능성 크다”

-검찰 조사 당시 ‘다른 선수 승부조작 가담’과 관련해 구체적 증거 나와

-“A 선수 경기에 베팅해 400~500만 원 벌었다” 실토

-“브로커 조 씨,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에도 관여했다” 진술

-법조계 “증거 부족? ‘자백에 의존한 수사’와 ‘확대보단 축소를 지향하는 검찰 문화’ 때문에 종합적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않은 것”

창원지검은 “브로커가 다른 선수들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수사가 종결됐다“고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창원지검은 “브로커가 다른 선수들은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수사가 종결됐다“고 설명했다(사진=엠스플뉴스)

관련기사 [단독] “승부조작 의심경기, 이태양보다 더 많은 선수 있었다”

[엠스플뉴스]

2016년 7월 21일 창원지방검찰청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었다. 당시 창원지검은 차장검사가 직접 나서 브리핑을 진행하며 프로야구 선수 2명이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의 전모를 설명했다. 그로부터 2년 후.

2018년 12월 10일 창원지검 발표 때 승부조작 사범으로 지목된 이태양, 문우람이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이는 "검찰 수사가 잘못 됐다" "창원지검이 다른 승부조작 선수는 수사하지 않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없는 문우람을 승부조작 사범으로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과연 이태양, 문우람의 주장에 대해 창원지검의 생각은 어떨까. 엠스플뉴스는 창원지검의 입장과 함께 최근 입수한 각종 자료를 통해 창원지검의 입장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한지 살펴봤다. 먼저 12월 12일 창원지검 핵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승부조작한 다른 선수가 더 있다"며 몇몇 선수의 실명을 거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실명 공개한 선수들은, 그 (2016년 검찰수사) 당시에도 승부조작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 (검찰이) 브로커를 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었다. 또 브로커가 하는 얘기가 아니더라도 (승부조작을) 인정할 증거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태양 외 다른 선수 가운데 창원지검이 조사한 선수가 있나. 당시 수도권 팀의 선발투수 A가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다.(+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A를 부른 건 창원지검이 아니라 경기북부경찰청이었다)

(A를 불러서) 조사를 했는지는 시간이 꽤 지났고, 관계자들이 바뀌어서 확인이 잘 안 된다.

A를 조사했는지 여부는 기록으로 남아있어 확인할 수 있지 않나.

불러서 조사를 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수사할 때 사람을 부르려면 부를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냥 풍문에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고 해서 당사자를 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태양은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요지의 주장을 펼쳤다.

브로커가 거론된 인물들에 대해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없었다"고 얘기를 했었고, 그 밖에 여러 증거를 봐도 가담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서 형사입건이 되지 않았다.

브로커 조00 씨가 "다른 선수들은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얘기했다라.

다시 설명하자면, 당시 그 선수들에 대해 승부조작 가담 의혹이 제기된 건 결국 브로커 때문이었다. 그런데 브로커가 거론한 사람들은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명확하게 얘기했고, 계좌추적이라든지 객관적인 자료 확인에서도 승부조작 가담을 인정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입건이 안 되고,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브로커 조00 씨는 모씨는 이태양과 문우람 외 많은 야구선수에게 향응과 선물을 제공하며 친하게 지냈다. 이는 검찰도 조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이태양과 문우람 둘만 승부조작으로 입건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태양은 본인이 자백을 했고, 승부조작으로 받은 금품도 있었다. 두 선수는 객관적인 여러 증거들이 있어서 입건이 됐던 것이다.

이태양이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자료엔 브로커 조 씨가 이태양에게 "이런이런 선수도 승부조작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그건 그랬을 수도 있다. (브로커가) 이태양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브로커 조 씨가 이태양에게 한 말과는 다른 얘기를 검찰에 했다는 말인가.

실제로는 그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는데, 이태양을 가담시키기 위해서 ‘너 말고 이런 선수도 한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태양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조사 과정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객관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사건이 종결된 것이다.

“이태양보다 더 많은 경기조작 의심경기가 있는 수도권 투수 A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이태양만 타깃으로 잡고 수사 펼쳤을 가능성 크다.”

2016년 7월 21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결과 발표 장면
2016년 7월 21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결과 발표 장면

창원지검 입장을 세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이태양을 제외한 다른 선수가 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

2. 이태양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 여부는 증거가 없어 종결했다.

3. “다른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한다”는 브로커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창원지검의 입장은 엠스플뉴스의 취재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 2016년 창원지검이 스스로 조사한 내용과도 거리가 멀다.

창원지검은 2016년 7월 21일 취재진을 불러놓고서 대대적으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창원지검은 “프로야구 유명 투수가 브로커와 결탁하여 1회 고의 볼넷을 던지는 등 승부조작을 했다”며 “프로야구 선수 2명, 브로커 1명, 불법 베팅방 운영자 1명 등 총 4명을 기소했다”고 알렸다. 이 사건 발표로 창원지검은 일약 전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검사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당시 사건의 비중과 사회적 관심도를 고려했을 때 창원지검의 ‘시간이 꽤 지났고, 관계자가 바뀌어 다른 선수들이 조사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그 이유로 시간이 지나봤자 고작 2년이고, 지검에 보관된 서류만 찾아봐도 언제 누굴 불러 조사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내 경험상”이란 단서를 달고서창원지검이 이태양보다 더 많은 경기조작 의심경기가 있는 수도권 투수 A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이태양만 타깃으로 잡고 수사를 펼쳤을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증거목록’을 비롯한 여러 자료를 보면 검찰이 누굴 불러 조사했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창원지검의 “수도권 투수 A를 불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검찰 “증거가 부족했다.”, 법조계 인사들 “‘증거 부족’이 아니라 ‘자백에 의존한 수사’와 ‘확대보단 축소를 지향하는 검찰 문화’ 때문에 종합적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봐야할 것”

검찰이 승부조작을 의심했던 A 선수의 등판 경기.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는 검찰 조사 당시 “브로커 조00 씨로부터 A 선수가 승부조작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돈을 베팅해 400~500만 원을 벌었다“고 진술했다(사진=엠스플뉴스)
검찰이 승부조작을 의심했던 A 선수의 등판 경기.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는 검찰 조사 당시 “브로커 조00 씨로부터 A 선수가 승부조작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돈을 베팅해 400~500만 원을 벌었다“고 진술했다(사진=엠스플뉴스)

‘다른 선수들의 경우 증거가 없어 수사를 종결했다’는 창원지검의 입장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6년 창원지검은 브로커 조 씨와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 조사를 통해 여러 유의미한 증거들을 찾아냈다. 특히나 검찰은 브로커 조 씨와 친했던 수도권 구단 선발투수 A가 이태양보다 더 많은 경기조작 의심경기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검찰은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에게 A가 선발투수로 나온 경기조작 의심경기들의 정확한 날짜와 당시 경기에서 실제 벌어진 경기조작 수법 등을 언급하며 최 씨에게 의견을 묻기까지 했다.

최 씨는 검찰의 질문에 2015년 6월경 조00으로부터 00팀 투수 A가 첫 볼넷 승부조작을 한다는 정보를 전해 듣고 700~800만 원을 베팅하여 400~500만 원 가량을 번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검찰이 의심한 5경기에서 A는 1회 볼넷, 첫 실점, 4이닝 오버 등에 모두 성공했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의 검찰 진술조사 내용 가운데 일부. 최 씨는 브로커 조00 씨로부터 A 투수의 승부조작 정보를 받고서 700~800만 원을 베팅해 400~500만 원을 벌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브로커의 부인’과 ‘증거 부족’으로 A 투수를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보를 입수해 돈을 땄다’는 사람은 있는데 증거가 부족한 현실.(사진=엠스플뉴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의 검찰 진술조사 내용 가운데 일부. 최 씨는 브로커 조00 씨로부터 A 투수의 승부조작 정보를 받고서 700~800만 원을 베팅해 400~500만 원을 벌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브로커의 부인’과 ‘증거 부족’으로 A 투수를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정보를 입수해 돈을 땄다’는 사람은 있는데 증거가 부족한 현실.(사진=엠스플뉴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검찰은 브로커 조00 씨에게도 “수도권 구단 소속 A가 조작경기를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 씨는 검찰 질문에 제가 알기론 조작경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날짜는 내가 찾아보면 알 수 있다고 답하며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A를 만나서 ‘내가 야구 에이전시를 준비 중에 있는데 너에 대한 조작경기 소문이 나는데 사실이냐?’고 하니까 A가 처음에는 강하게 부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바닥에 소문이 그런 식으로 나 있는데, 내가 조작 제의를 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너를 도와주려고 한다. 주변에 친한 00 구단 소속 선수들에게 나에 대해서 물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도 에이전시가 필요하지 않느냐? 나도 너의 경기를 봤는데 조작된 거 다 정리해야 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A가 아니라고 하였지만 만약 정말로 A가 조작을 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기분이 나빠서 화를 내고 나가야 할 텐데 저와 계속 대화를 하기에 A도 조작경기를 한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브로커 조00 씨가 수도권 투수 A와 처음 만났을 때를 증언하는 검찰 진술조서 일부. 검찰은 이태양만큼 A 투수가 행한 것으로 의심된 경기조작을 살펴봤으나 어쩐 일인지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브로커 조00 씨가 수도권 투수 A와 처음 만났을 때를 증언하는 검찰 진술조서 일부. 검찰은 이태양만큼 A 투수가 행한 것으로 의심된 경기조작을 살펴봤으나 어쩐 일인지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자료엔 모 선수가 여자친구 계좌를 통해 브로커 조 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적시돼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검찰은 이 사실을 파고들지 않았다.

여러 정황을 따졌을 때 증거는 없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 증거만 따진다면 애초 이태양의 승부조작 관련 증거가 다른 선수들보다 적었다. 그런데도 이태양만 승부조작 사범으로 처벌받은 이유는 창원지검의 설명대로 ‘이태양만 자백’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이 ‘증거 부족’이 아니라 ‘자백에 의존한 수사 한계’와 ‘확대보단 축소를 지향하는 검찰 문화’ 때문에 종합적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직한 답변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로커 조 씨 "승부조작은 2015년 5월 이태양의 권유로 처음 했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 "2013년 조 씨를 처음 알게 됐을 때 '승부조작 브로커'로 소개받았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가 검찰 조사에서 브로커 조00 씨에 대해 얘기한 진술조서 일부. 최 씨는 검찰에서 “조 씨가 프로야구 에이전트로 자신의 신분을 소개하고서 선수들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했다(사진=엠스플뉴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가 검찰 조사에서 브로커 조00 씨에 대해 얘기한 진술조서 일부. 최 씨는 검찰에서 “조 씨가 프로야구 에이전트로 자신의 신분을 소개하고서 선수들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했다(사진=엠스플뉴스)

다른 선수들도 승부조작에 가담한다는 브로커 조 씨의 주장이 애초부터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창원지검의 설명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이유는 간명하다. 되레 브로커 조 씨의 그 주장이야말로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브로커 조 씨는 검찰에서 “프로야구 에이전트를 준비하다가 문우람을 비롯한 야구선수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주장했다. 승부조작은 2015년 5월 22일 이태양이 먼저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브로커 조 씨로부터 승부조작 정보를 받아 직접 베팅했던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3년 가을경 한00 씨의 소개로 조 씨를 만났다 당시 한 씨가 조 씨를 ‘토토사이트 베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고 진술했다.

브로커 조 씨 주장대로라면 조 씨는 2015년 5월 22일 처음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그것도 이태양의 권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 씨는 2013년 가을 조 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 씨가 승부조작 브로커였다고 진술했다.

또한 “이태양 승부조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조 씨 주장과 달리 최 씨에 따르면 조 씨는 야구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이00, 최00, 이00 등이 조작경기 정보를 받는다”고 자랑할 만큼 승부조작에 걸쳐선 다방면의 정보가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조 씨는 2011년 9월 사설도박장 개설과 관련하여 도박장 투자금 명목으로 21억 원을 편취해 '사기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람이었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가 검찰 조사에서 브로커 조00 씨가 야구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진술한 조서 일부(사진=엠스플뉴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가 검찰 조사에서 브로커 조00 씨가 야구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에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진술한 조서 일부(사진=엠스플뉴스)

실제로 조 씨가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스타크래프 선수 가운데 두 명은 승부조작 가담 사실이 밝혀져 2015년 10월과 2016년 1월 구속됐다.

창원지검의 입장을 창원지검 진술조서와 각종 자료가 뒤엎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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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유재학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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