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임은주 사장, 강원 FC 사장 시절 경기 중 감독에게 작전 지시” 주장

-“전화와 쪽지로 감독에게 선수교체, 포메이션 변경 요구, 플레이 지적”

-“작전 지시받은 감독들, 분노했지만 해임 우려로 지시 따라”

-제보자들 “임 사장은 ‘최초’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강박관념 있는 사람.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장 겸 사장 겸 감독’ 될까 걱정”

-임은주 사장 “만나서 해명하겠다.” 1시간 30분 뒤 “기사 내려달라. 못 볼 거 같다”

많은 제보자는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경기 중임에도 감독에게 작전 지시' 쪽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사진=엠스플뉴스)
많은 제보자는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경기 중임에도 감독에게 작전 지시' 쪽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사진=엠스플뉴스)

[탐사보도 1편]

키움 임은주, 프로축구단 사장 시절 ‘친구 특혜 채용’ 논란…“친구 조카 채용 의혹도”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강릉, 춘천, 안양, 고양]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단장 겸 사장은 프로축구단 사장, 단장을 역임한 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사장과 프로축구 안양 LG 사장, 대구 FC 사장을 거쳐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까지 역임한 최종준 씨는 임 사장보다 더 경력이 화려한 이다.

최 사장은 2007년 자신이 직접 쓴 ‘굿모닝 GM’에서 “좋은 영화(좋은 성적)를 만들려면 제작자(구단)와 유능한 감독, 전문 스태프(코칭스태프) 사이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프런트와 현장이 호흡을 잘 맞추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런트는 ‘월권’, 현장은 ‘독불장군’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프로 수장 경력의 최 사장이 내놓은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감독에게 메가폰(작전지휘권)을 맡겼으면 촬영 중엔 절대로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이를 ‘너무나도 상식적인 원칙’으로 정의했다.

엠스플뉴스는 키움 임은주 사장을 취재하면서 많은 제보자로부터 이러한 ‘너무나도 상식적인 원칙’이 강원 FC 임은주 대표이사 시절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언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자료를 입수했다. 제보자들은 키움 히이로즈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야구계에서도 ‘꼭두각시 감독’이 등장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보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엠스플뉴스 탐사보도 2편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강원 FC 시절, 전반전 끝나면 전화와 쪽지로 감독에게 작전 지시했다” 주장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전반전이 끝나면 구단 관계자 휴대전화가 울려요. 전화로 ‘감독한테 지금 빨리 얘기해서 누굴 빼고, 누굴 넣으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그럼 감독실로 달려가 그 얘길 전달해야 해요. 구단 직원이 ‘쪽지’를 들고 와 감독에게 직접 전달할 때도 많았어요. 직원 모두가 정말 하기 싫어했죠. 감독님들도 어처구니없어 했고. 하지만, 어쩌겠어요. ‘하라’고 하면 해야지. 안 하면 잘릴 게 뻔한데….

엠스플뉴스 탐사보도팀에 증언한 강원 FC 전·현직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물에 젖은 이불처럼 무거웠다. 관계자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한 게 알려지면 그분에게 고소당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다”면서도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야구에서도 감독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일이 재현돼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전반전이 끝났을 때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해 선수교체를 지시한 이가 누구냐’는 것이다. 구단 직원에게 쪽지를 보내 감독에게 전달한 이는 또 누구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소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그분’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엠스플뉴스 탐사취재팀이 만난 취재원들과 제보자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누구’의 정체는 바로 임은주 전 강원 FC 사장이었다.

선수교체 지시는 빙산의 일각이에요. 경기 중인데도 감독에게 포메이션을 바꾸도록 지시하곤 했어요. 본인이 직접 접착식 메모지에 선수 위치를 적어놓고 그대로 따르도록 했죠. 감독에게 ‘뭐에 신경 쓰고, 뭐에 주의하라’는 쪽지까지 보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감독 입장에서 얼마나 굴욕감이 느껴졌겠습니까? 그분은 단순한 구단 사장이 아니었어요. 네, 구단 사장 겸 감독이었습니다. 전 강원 FC 관계자의 증언이다.

강원 FC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축구 관계자는 “임은주 사장이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감독에게 회식과 관련한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팀 강점과 약점을 접착식 메모지에 적어 감독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하곤 했다”고 폭로했다.

과연 사실일까? 엠스플뉴스 탐사취재팀의 믿기 어렵다는 반응에 제보자들은 그간 보관해왔던 ‘접착식 메모지’를 공개했다. 복수의 제보자는 “이 쪽지를 작성한 사람이 임 사장 본인”이라며 “너무도 많은 임 사장의 월권행위에 지친 구단 직원들이 접착식 메모지를 버리지 않고, 보관해왔다”고 설명했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사장이 프로축구단 강원 FC 사장 시절 직원들을 시켜 감독에게 내려보낸 '작전 지시' 쪽지 내용(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임 사장의 ‘작전 지시 쪽지’엔 누굴 기용할지, 어떤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할지,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할지 등이 구체적으로 써 있었다. 특히나 임 사장이 전반전을 관전하고서 자기 팀인 강원 FC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는 쪽지도 발견됐다.

제보자 B 씨는 “경기를 보다가 선수들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감독 작전이 성에 차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다가 구단 직원들에게 ‘이거 감독한테 갔다 줘’하며 자기가 쓴 쪽지를 건넸다”며 “직원 모두가 그 쪽지를 받을 때마다 심한 무력감과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괴로워했다”고 털어놨다.

B 씨는 “쪽지를 받은 감독들 표정이 항상 좋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사장님이 이렇게 하시라는데요’ 하면서 사장님 쪽지를 전달하거나 사장님 전화 지시 내용을 알려드리면 감독님들 표정이 ‘확’ 변해요. 시쳇말로 ‘꼭지가 돌았다’고 해야 하나. 사장님과 한판 붙는 분도 계셨죠. 직원들이나 코치들 앞에선 화내도 자리 보존하려고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감독님도 있었고. 임 사장님 재임 시절 강원 FC는 솔직히 말해 프로축구단이 아니었어요. 거의 조기축구회 수준이었어요.

제보자들의 우려 “임은주 사장은 ‘최초’ 타이틀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강박관념을 느끼는 사람.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장 겸 사장 겸 감독'이 출현할까 걱정”

자주 현장에 대한 월권행위로 구설에 올랐던 이장석 전 히어로즈 사장(사진 왼쪽부터). 임은주 현 사장 역시 프로축구단 시절 잦은 월권행위로 구설에 올랐다. 제보자들은 “고소와 실직이 두려워 그동안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자주 현장에 대한 월권행위로 구설에 올랐던 이장석 전 히어로즈 사장(사진 왼쪽부터). 임은주 현 사장 역시 프로축구단 시절 잦은 월권행위로 구설에 올랐다. 제보자들은 “고소와 실직이 두려워 그동안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임은주 사장은 키움 히어로즈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구를 잘 모른다”며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겸허’했던 임 사장은 불과 몇 시간 뒤 갑자기 야구 전문가로 변신해 TV에 등장했다.

임 사장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 패인이 뭐냐’는 질문에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 같다’고 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수십 년 야구에 종사한 야구인, 해설위원들도 좀처럼 평가를 삼가는 영역이다. 투수의 구위, 멘탈, 투수진 상황, 상대 타자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기에 현장 밖에선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게 투수교체다. 또 최선의 선택을 하더라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당시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키움과 SK 와이번스는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히어로즈는 안우진, 오주원, 이보근, 김상수 등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한 것은 물론 선발투수 한현희까지 불펜투수로 소진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연장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신재영을 기용한 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임 사장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는 결과론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 평생 야구에 종사한 두 사람, 가진 전력을 총동원해 최선의 선택을 한 장정석 감독과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를 한순간에 바보로 만든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임 사장의 ‘야구 전문가 코스프레’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 사장은 축구인 출신이라는 우려에 대해 "선수들 이적, 임대, 트레이드. (야구도) 축구하고 거의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또 하나의 논란성 발언을 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야구에는 축구의 ‘임대’ 제도가 없다. 부족한 야구 지식을 자랑하려다 되레 논란만 자초한 셈이다.

임 사장은 야구와 축구가 큰 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백번 양보해 ‘임대’를 언급한 건 단순한 말실수라고 볼 수도 있다. 그룹 본사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사장들도 있는 마당에, 축구인 출신의 야구 지식 부족이 결정적인 허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임 사장이 프로축구단 시절 심각한 ‘월권 논란’에 휩싸인 장본인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뜩이나 키움은 이장석 전 사장이 구속되기 전, ‘이 전 사장이 감독을 꼭두각시로 만들려 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던 팀이다.

그나마 이 전 사장은 오랫동안 야구단을 운영했고, 야구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는 점이 감안돼 ‘월권’과 관련해 용인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 전 사장도 경기 중 쪽지를 보내 작전 지시를 내렸단 이야기는 나온 바가 없다.

임 사장이 강원 FC 사장 시절 ‘감독을 꼭두각시로 만들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 사장은 24일 오후 엠스플뉴스 '키움 임은주, 프로축구단 사장 시절 ‘친구 특혜 채용’ 논란…“친구 조카 채용 의혹도” 기사가 보도된 뒤 오후 5시 18분 전화를 걸어와 “만나서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6시 49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당 기사에 대한 팩트가 없으니 정중히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고서 “오늘 뵙지는 못할 것 같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 제보자는 엠스플뉴스 취재진에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전달했다.

임은주 사장님은 ‘최초’라는 타이틀에 강한 자부심과 강박관념을 느끼는 분입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도 임 사장님이 ‘최초’의 역사를 새로 쓰실까 우려됩니다. 어떤 최초냐고요?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장 겸 사장 겸 감독’이 되실까 걱정입니다.

[탐사보도 1편]

키움 임은주, 프로축구단 사장 시절 ‘친구 특혜 채용’ 논란…“친구 조카 채용 의혹도”

박찬웅, 배지헌, 유재학, 박동희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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