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2020 신인 1차지명으로 장충고 박주홍 지명

-고교야구 최고 거포 박주홍, 장타력과 선구안 겸비한 특급 유망주

-시즌 초만 해도 ‘엘주홍’ 유력, 이민호 급부상에 박주홍 손에 넣은 키움

-이정후 “키움은 기회의 땅” 송성문 “후배 입단하면 잘해줘야죠”

장충고등학교 강타자 박주홍이 키움 히어로즈의 1차지명 선택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장충고등학교 강타자 박주홍이 키움 히어로즈의 1차지명 선택을 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주홍아 반가웠다. 너 혹시 나중에 키움으로 올래?”

덕담처럼 건넨 박병호의 말은 ‘예언’이 됐다. 고교 야수 최대어 박주홍이 키움 히어로즈 버건디 군단의 일원이 됐다. 7월 1일 오후 KBO가 발표한 2020 신인 1차지명에서 키움은 장충고 외야수 박주홍을 선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야수를 1차지명에서 뽑은 키움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키움 유니폼을 입은 박주홍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고교야구 최고의 거포로 이름을 날린 박주홍은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관심을 보인 특급 유망주였다. 이에 올해 서울권 3팀 가운데 가장 먼저 1차 지명권을 행사하는 LG 트윈스행이 예상됐다. 야구팬 사이에선 ‘엘주홍’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고교야구 시즌 개막 이후 휘문고 우완 이민호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주홍의 활약은 여전했다. 상대 팀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0.370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여전한 타격 재능을 자랑했다. 탁월한 파워는 물론 컨택트 능력에 선구안과 타석에서 참을성까지 모두 보여줬다.

하지만 최고 152km/h 강속구를 뿌리는 이민호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민호는 2년 전 안우진(키움)이 연상될 만큼 위력적인 공으로 고교 타자들을 압도하며, 박주홍 독주 체제였던 서울권 1차지명 판도를 ‘2파전’ 양상으로 뒤바꿨다.

서울권 우선 지명권을 가진 LG는 치열한 고민 끝에, 투수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투수 이민호를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한 것이다. 올 시즌 들어 KBO리그가 타고투저에서 투고타저 흐름으로 바뀐 것도 LG의 이민호 지명에 영향을 끼쳤다.

애초 박주홍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키움은 LG가 이민호를 선택하자 주저 없이 박주홍을 1차지명 선수로 결정했다. 키움 고형욱 스카우트 상무는 만일 이민호가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다면 고민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주홍이 차례까지 돌아온 만큼, 큰 고민 없이 1차지명 선수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인왕’ 이정후 “키움은 기회의 땅, 박주홍에게도 잘된 일”

지난 4월 발간된 아마야구 전문지 베이스볼코리아 창간호. 박병호와 박주홍의 대담 기사가 실렸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지난 4월 발간된 아마야구 전문지 베이스볼코리아 창간호. 박병호와 박주홍의 대담 기사가 실렸다(사진=베이스볼코리아)

키움의 박주홍 지명과 함께 ‘성지글’이 된 기사가 있다. 지난 4월 아마야구 전문지 ‘베이스볼코리아’ 창간호에 실린 키움 박병호와 장충고 박주홍의 대담 기사다. 프로 스타와 아마추어 유망주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이 기사에서 박병호는 타석을 준비하는 마음가짐부터 부담감을 이겨내는 법, 팬서비스, 메이저리그 도전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조언과 격려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박병호는 박주홍을 향해 농담처럼 “나중에 키움 올래?”라고 물었다. 당시만 해도 ‘엘주홍’으로 불리던 때라 박병호의 덕담은 현실성이 없어 보였던 게 사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현실이 됐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와 아마야구 최고 거포 박주홍이 한 팀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것이다.

키움 고형욱 상무는 박주홍은 올해 신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원톱 선수다. 타격 능력은 이미 고교 정상급이고, 수비력에서도 최근 경기에서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투고타저 환경에서는 좋은 투수보다 좋은 타자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게 키움의 생각이다.

키움은 젊고 재능있는 야수를 1군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기횔 주는 팀이다. 2017 신인왕 이정후는 박주홍이 오게 돼서 정말 잘 됐다. 박주홍 본인에게도 잘된 일이라며 우리 팀은 기회의 땅이다.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이정후는 “박주홍이 와서 잘하면 우리 팀에도 좋은 거니까, 와서 꼭 잘했으면 한다. 주홍아, 잘해라”라고 격려했다.

장충고 출신 선수들이 여럿 1군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박주홍의 팀 적응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투수 중에는 불펜투수 윤영삼과 양기현이 장충 에이스 출신으로 키움에서 활약 중이다. 내야수 송성문도 장충고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만큼 빼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송성문은 “주홍이와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나서 얘길 나눠본 적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생각보다 덩치가 커서 놀랐고, 나중엔 타격을 너무 잘해서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주홍이의 타격을 영상으로 몇 번 봤는데, 정말 잘 치더라구요. 홈런을 펑펑 날리더라구요. 야구도 잘하지만, 인성도 착하고 바른 후배라서 더 마음에 듭니다. 우리 팀에 와서도 잘할 것 같아요. 잘할 수 있게 도와야죠.송성문의 말이다.

기대감이 큰 건 박주홍 본인도 마찬가지. 박주홍은 “박병호 선배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신인선수를 잘 키우는 구단인 만큼 저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박주홍과 키움의 만남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제 키움 앞에 놓인 다음 과제는 박주홍을 최고의 타자로 키워내는 것이다. 키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인 육성 계획도 이미 세워뒀다. 어쩌면 박주홍에겐 ‘엘주홍’이 아닌 ‘키주홍’이 필연이자,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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