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야구선수’ 이여상,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혐의 인정
-식약처, 이여상 불법 제조·투약 혐의 관련 영상 및 증거 자료 공개
-“이걸 맞아야 프로팀 입단과 대학 입시 잘 풀린다”며 학생선수들에게 약물 권유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신인 2차 지명 앞두고 비상 걸린 야구계

식약청이 공개한 전 프로야구선수 이여상의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 CCTV 영상. 구속된 이여상은 학생선수들에게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을 인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식약처가 공개한 전 프로야구선수 이여상의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 CCTV 영상. 구속된 이여상은 학생선수들에게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을 인정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목동]

자라나는 학생선수들에게까지 약물의 유혹이 뻗쳤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전 프로야구선수인 이여상이 자신이 운영하는 야구 교실에 다니는 유소년 학생선수들에게 계획적으로 약물을 투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이여상이 직접 불법 약물을 제조하는 CCTV 영상까지 공개했다.

식약처는 7월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여상이 운영하는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 및 투약 사실을 확인하고 이여상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의 설명에 따르면 이여상은 밀수입 등으로 불법 유통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유소년 야구선수들에게 주사·판매했다. 이여상은 유소년 학생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 구단 입단이나 대학 입시가 잘 풀린다며 약물 투여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성기능 장애·우울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여상, 최근 1년간 스테로이드 투약으로 약 1억 6,000만 원 불법 이득 챙겼다

식약청이 압수한 학생선수들을 향한 이여상의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관련 증거 자료(사진=엠스플뉴스)
식약처가 압수한 학생선수들을 향한 이여상의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관련 증거 자료(사진=엠스플뉴스)

식약처는 첩보로 이여상이 운영하는 야구 교실을 압수수색해 스테로이드 제제와 성장호르몬 등 10여개 약품과 투약 관련 기록물을 전량 압수했다. 이여상은 강습비 명목으로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남성호르몬 등을 주입해 1회 투약 당 300만 원을 받고 직접 학생선수들에게 주사했다. 이여상은 최근 1년간 약 1억 6,000만 원의 불법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불법의약품을 투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여상 야구교실 소속 학생선수 7명을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2명이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5명은 도핑 검사 진행 과정에 있고 결과가 곧 발표될 전망이다.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한 학생선수는 6개월 동안 총 20회 가량 약물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성 반응이 나온 한 학생선수의 학부모는 이여상 씨가 미국에 있는 아는 교수에게 받은 몸이 좋아지는 약물이라며 우릴 속였다. 아이가 처음에 주사를 맞고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사를 안 맞겠다고 했더니 이여상 씨가 엄살을 부리는 거니까 주사를 계속 맞아야 한다고 강요했다. 불법 약물임을 알았다면 절대 우리 아이에게 투여를 안 했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처음엔 혐의 발뺌한 이여상, 결국 학생선수들에게 직접 스테로이드 투약 인정

식약청의 압수수색 도중 이여상 야구교실에서 발견된 불법 스테로이드 약물(사진=엠스플뉴스)
식약처의 압수수색 도중 이여상 야구교실에서 발견된 불법 스테로이드 약물(사진=엠스플뉴스)

7월 3일 식약처에서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여상은 첫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불법 스테로이드 약물에 관해 “학생선수들이 아닌 사회인 야구 일반인들과 관련된 약물이다. 약물 병에 왜 이름이 적혔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약물 병에 적힌 이름은 학생선수들의 이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2일 구속 수사가 확정된 이여상은 운동이 끝난 학생선수들을 야구교실 샤워장으로 데려가 엉덩이에 직접 주사를 놨다고 시인했다.

식약처는 이여상이 불법 약물을 제조하는 CCTV 영상 증거도 공개했다. 야구교실 사무실에 달린 CCTV로 녹화된 영상에선 이여상이 직접 아이들에게 투약할 불법 스테로이드 약물을 제조하는 장면이 나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여상 씨가 일부 약물들을 현직 보디빌딩 선수에게 얻은 것으로 확인했다. 압수수색에서 입수한 장부 기록을 통해 수사를 더 진행할 계획이다. 전국적인 불법 스테로이드 약물 제조와 관련해서도 이미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라 조만간 관련 발표가 이뤄질 듯싶다. 앞으로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투약에 관한 단속 수사와 온라인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이여상이 작성한 학생선수들의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일지. 투약 시기와 양 등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여상이 작성한 학생선수들의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일지. 투약 시기와 양 등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소년 선수 불법 약물 투여가 이번 사건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단 점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암암리에 학생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있단 소문이 파다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생선수들을 향한 불법 약물 투여와 관련한 제보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당장 8월 26일 진행할 예정인 2020 KBO 신인 2차 드래프트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건에서 조사 대상에 오른 7명 가운데 프로 지명과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확대된다면 약물과 관련된 학생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하거나 대학으로 진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아마추어 학생선수들의 불법 약물 이슈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분위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