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 학생선수 대상 불법 스테로이드 투약 파문

-학부모 “이여상이 KBO 총재, 김응용 회장, 정치인 언급하며 회유했다” 주장

-김응용 회장의 반박 “난 이여상이 누군지도 모른다”

-이여상과 김 회장, 2013년 한화 이글스에서 한솥밥 먹어

-반도핑 전문가 “신인드래프트 대상자 표적조사 검토해야”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학생선수들에게 불법 스테로이드를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전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이 보건당국의 수사가 시작되자 선수 학부모들을 회유·협박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여상이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며 학부모를 회유했다는 주장이다. 소식을 접한 김 회장은 이여상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7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화·롯데 출신 이여상이 운영하는 야구교실에서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 및 투약 사실을 확인하고 이여상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여상은 밀수입 등으로 불법 유통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학생선수들에게 주사하고, 판매했다. 이여상은 학생선수들에게 “몸을 좋게 만들어주는 약을 맞아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프로 구단 입단이나 대학 입시가 잘 풀린다”며 약물 투여를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여상은 강습비 명목으로 무허가 스테로이드 제제와 각종 남성호르몬 등을 주입해 1회 투약 당 300만 원을 받고 직접 학생선수들에게 주사했다. 이여상이 최근 1년 동안 불법 약물 주입으로 번 돈만 약 1억 6,000만 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불법의약품을 투여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여상 야구교실 소속 학생선수 7명을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검사 의뢰했다. 그 결과 2명이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고, 나머지 5명은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다.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한 학생선수는 6개월 동안 총 20회 가량 약물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여상, 수사망 피하려고 KBO 총재-김응용 회장 이름까지 팔았다

식약처가 이여상의 야구교실에서 압수한 금지약물(사진=엠스플뉴스)
식약처가 이여상의 야구교실에서 압수한 금지약물(사진=엠스플뉴스)

한 학생선수 학부모는 이여상이 식약처의 수사가 시작되자 학부모들을 상대로 회유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여상의 권유로 금지 약물을 투약했다가 양성 판정을 받은 한 고교 선수의 아버지는 이여상이 ‘내가 KBO 총재,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과도 친하고, 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털어놨다. 이 주장은 3일 식약처 발표에서 취재진 대상으로 공개된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3일 엠스플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난 이여상이 누군지도 모른다. 이여상이 누구냐고 주위에 물어보는 중이다. 어떻게 나하고 친하다고 할 수 있나. 그 학부모를 잡아넣겠다. 명예훼손으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회장이 뒤를 봐주고 있다'던 이여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김 회장이 이여상의 불법 약물 투여와 관련해 뒤를 봐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건 김 회장의 "이여상이 누군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2013년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부임해 2014년까지 2년간 사령탑을 맡았다. 이여상은 2013년까지 한화 선수로 활약하다 그해 시즌이 끝난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2013년 한 팀에서 뛰었던 선수를 김 회장은 왜 '주위에 물어야할 정도로 모르는 선수'라고 언급한 것일까.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온 김 회장은 재차 지금 알아보니까 이여상 큰아버지가 국회의원이란 얘기가 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여상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굴 대면한 적도 없고, 전화통화해 본 적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야구인은 여러 사람 이름까지 팔 정도면 이여상이 다급하긴 다급했던 모양이다. 학생선수들에게 불법 약물을 투약한 것만으로도 야구인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인데, 감독으로 모셨던 분의 이름까지 팔아 학부모를 위협했다는 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고 일갈했다.

반도핑 전문가 “신인드래프트 대상자 표적 조사해야”

2013년 한화 감독이었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사진 오른쪽부터)과 당시 한화 선수였던 이여상. 이여상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자 스승까지 팔았다(사진=한화)
2013년 한화 감독이었던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사진 오른쪽부터)과 당시 한화 선수였던 이여상. 이여상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자 스승까지 팔았다(사진=한화)

반도핑 전문가들은 “도핑 문제 해결을 위해선 예방교육과 검사, 처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강조라다. 다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 대상으로는 교육 외에는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제대회와 전국체육대회 출전 선수 대상으론 의무적인 도핑테스트가 이뤄지지만, 전국고교야구대회나 주말리그까지 모든 선수 대상으로 검사를 하긴 어렵다. 한 도핑검사관(DCO)은 소변 시료 하나당 검사비용이 최소 3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 KADA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받아 도핑테스트를 시행하지만 주로 국제대회와 프로스포츠 검사에 치중하고 있어 아마야구까지 검사를 강화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학생선수 대상으로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KADA는 2015년 개정한 ‘한국도핑방지규정’에 따라 금지약물 사용 적발시 4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다. 학생선수의 특성을 감안하면 4년은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나는 수준의 징계다. 국제도핑검사관으로 활동 중인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국장은 “학생선수 대상으로는 징계와 처벌보다 교육과 예방을 우선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대형 스캔들이 불거진 만큼, 학생선수 대상으로도 현재보다 도핑테스트를 강화할 필요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야구인은 “전국 학교가 목동야구장에 모이는 전국대회 기간에 불시 테스트를 시행하거나, 성적이 크게 향상된 선수를 대상으로 표적 검사를 시행하면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금지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주희 국장은 ‘신인드래프트 대상자 표적 조사’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학생선수들이 프로 진출과 대학 입시를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한 데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드래프트 대상자를 상대로 표적조사를 하면 금지약물 사용 선수의 프로 진입을 막고, 한번 금지약물을 사용하면 프로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 국장의 생각이다.

박 국장은 지도자와 학부모, 선수들이 금지약물에 대해 강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한 교육은 물론, 금지약물 사용자가 리그에 결코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O와 KBSA가 아마추어 학생선수들의 불법 약물 이슈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분위기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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