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변방 강릉고 야구부, 지난해 청룡기 16강 넘어 올해 결승 진출까지

-최재호 감독 부임 후 고교야구 강팀으로 변모…3년 연속 청룡기 본선 진출

-청룡기에서 광주일고, 제물포고 상대 연속 콜드게임…물오른 ‘소총수 부대’

-에이스 김진욱 결승 등판 못 하지만 “우리 선수들 믿는다”

강릉고 야구부가 청룡기 결승에 진출했다. 강릉고 야구부를 이끄는 최재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강릉고 야구부가 청룡기 결승에 진출했다. 강릉고 야구부를 이끄는 최재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강원도의 힘,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등학교 야구부가 제74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진출, 창단 45년 만의 전국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강릉고는 7월 1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4강전에서 개성고를 5대 2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상대는 4강전에서 부산고에 11대 1로 승리한 유신고등학교. 이성열 감독이 이끄는 유신고는 앞서 열린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이번 청룡기 대회에서 강릉고는 전통의 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1회전에서 서울디자인고를 8대 2로 꺾고 16강에 오른 강릉고는 16강전에서 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팀 광주일고를 7대 0, 7회 콜드게임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광주일고가 전국대회에서 콜드게임으로 패한 건 무려 18년 만의 사건이다.

8강전에서도 강릉고는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제물포고를 상대로 14대 7, 2경기 연속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1회 2점을 먼저 낸 강릉고는 2회 한 이닝에만 11점을 뽑아내며, 2회까지 13점을 올리는 무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이어 4강전에선 개성고에 선취점을 내줬지만, 경기 중후반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뒀다.

“‘강원도의 힘’이 얼마나 센지 우리 강릉고가 한번 보여드리겠다”

선수 지도 중인 최재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선수 지도 중인 최재호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강릉고의 청룡기 결승 진출은 2007년 이후 12년 만의 쾌거다. 강릉고는 1975년 야구부 창단 이후 올해까지 45년 동안 아직 전국대회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전국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1987년 청룡기 4강, 2007년 청룡기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2007년 결승에선 경남고에 0대 5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강릉고 야구부가 다시 강팀의 면모를 되찾은 건 최재호 감독이 부임한 2016년부터. 과거 배재고, 덕수고, 신일고에서 총 8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한 최 감독은 강릉고 부임 후 전국을 누비며 적극적인 선수 스카우트에 나섰다. 올해 팀의 에이스로 떠오른 좌완 김진욱도 강원도가 아닌 수원북중 출신이다.

2017년부터 조금씩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강릉고는 그해 전기 주말리그에서 인천·강원권 조 2위로 황금사자기 본선에 진출했고, 후반기 주말리그에서도 조 2위로 청룡기 본선에 진출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강릉고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황금사자기 32강전에서 충암고를 콜드게임으로 제압하며 16강 진출을 이뤘고,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덕수고를 상대로 명승부를 펼쳤다. 이어 청룡기에서도 16강전 진출에 성공, 2개 대회 연속 본선행을 넘어 2개 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달성한 강릉고다.

지난 2년간 전국 무대에서 강팀들과 싸운 경험이 올 시즌 강릉고의 선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재호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경험’이란 무기가 생겼다. 강팀들을 상대로 이기는 경험을 한 게 그동안 선수들을 감싸고 있던 두려움이 사라지는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이 한결 성숙한 야구를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 감독은 “황금사자기 대회에 못 나가서 선수들 몸이 근질근질했던 것 같다. 그동안 모아둔 힘을 쏟아내고 있다”며 “다들 쉬는 날도 없이 열심히 준비했다. 다 같이 고생한 결과가 결승 진출로 돌아온 것 같아서 감독으로서 참 기분이 좋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타선에선 3학년 리드오프 홍종표가 4경기에서 18타수 10안타 맹타로 대량득점의 선봉에 섰다. 외야수 김주범,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정준재도 필요할 때마다 안타와 타점을 올리며 승리에 기여했다. 마운드에선 2학년 에이스 김진욱이 대회 4경기에서 15이닝 동안 단 2점만 내주는 호투로 수호신 역할을 했다.

다만 강릉고로선 김진욱이 4강전에서 71구를 던져 이틀 뒤 결승전에 등판할 수 없는 게 아쉽다. 고교야구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라 60구 이상을 던진 투수는 2일간 의무 휴식일을 갖게 돼 있다. 최재호 감독은 “9회초 1아웃을 잡은 뒤 교체하려 했는데, 선두타자 2루타를 맞은 뒤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바꾸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주말리그에서 실전 등판했던 투수가 3학년에 5명, 1학년에 3명 정도 있다. 이 투수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결승전을 치를 것”이라며 “만약 투수들이 4, 5점 이내로만 막아준다면 우리 타자들의 페이스가 좋은 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 감독은 오는 데까지 다 왔다. 이제 1게임 남았다선수들이 부담은 갖지 않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난 광주일고전에서 했던 것처럼 좋은 게임을 했으면 한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강원도 최강팀’을 넘어 전국대회 우승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호언장담했던 최 감독이다. 그는 “내 마지막 꿈은 강릉고 야구부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쉽게 이뤄진다면 그건 꿈이라고 할 수 없다. ‘강원도의 힘’이 얼마나 센지 우리 강릉고가 한번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었다. 그리고 1년만인 올해 강릉고는 전국 무대 결승에서 우승이란 꿈에 도전한다.

최 감독의 마지막 꿈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강릉고가 만들어갈 기적의 드라마가 어떤 엔딩으로 끝날지는 16일 오후 6시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청룡기 결승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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