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창원시와 새 구장 사용료 협상에서 백기 들었다

-25년간 총액 300억 원 이상 납부…광주KIA챔피언스필드(300억 원)보다 높은 수준

-저자세로 일관한 NC 수뇌부, ‘본사와 직접 협상’ 압박에 급하게 합의했나

-광주보다 높은 사용료, 창단 당시 기본 협약도 무시…NC 수뇌부 무능 드러나

7월 21일 올스타전이 열린 창원NC파크(사진=NC)
7월 21일 올스타전이 열린 창원NC파크(사진=NC)

[엠스플뉴스]

창원NC파크 사용료를 둘러싼 NC 다이노스와 창원시의 줄다리기는 결국 창원시의 완승, NC의 완패로 끝날 전망이다. NC가 창원시의 요구 조건 대부분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사용권 계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창원시 정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7월 22일 엠스플뉴스에 NC와 창원시가 올스타전 기간인 20일 만난 자리에서 NC파크 사용료 합의에 도달했다조만간 정식 계약 체결과 공식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 전했다.

추가 취재 결과 이번 합의에 따라 NC가 부담하게 될 구장 사용료는 25년간 총액 3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 광주KIA챔피언스필드 건립 당시 KIA 타이거즈가 광주광역시에 낸 사용료(300억 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NC와 창원시의 사용료 분쟁, 이렇게 전개됐다

7월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야구장에 찬사가 쏟아졌지만, 야구장 사용료를 둘러싼 협상 진행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사진=NC)
7월 2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야구장에 찬사가 쏟아졌지만, 야구장 사용료를 둘러싼 협상 진행과정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사진=NC)

NC와 창원시의 사용료 분쟁은 지난 3월 26일 엠스플뉴스 보도([단독] “300억 이상 내놔!” 창원의 배신…NC, 아직 새 구장 사용권 계약도 못 했다)를 통해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NC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최신식 야구장을 짓고 개장식과 개막식을 모두 거행한 가운데서도, 정식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임시 사용권으로 시즌 개막전을 치러야 했다.

구장 사용료를 둘러싼 NC와 창원시의 견해차가 워낙 컸던 탓이다. NC와 야구계는 2010년 9구단 유치 당시 창원시의 약속을 근거로 새 구장 사용료가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되길 기대했다.

당시 창원시는 ‘약 1,200억 규모의 새 구장 건립, 구장 사용료 면제, 구장 운영권 장기 위탁’ 등의 파격적인 제안으로 엔씨소프트와 야구계의 환심을 샀다. 다른 매력적인 지방자치단체를 제쳐두고 KBO와 NC가 창원시를 연고지로 택한 것도 창원시의 약속을 신뢰했기 때문이다.

NC는 새 구장 건립 과정에서 창원시와 협의해 건설비 1,270억 원 가운데 100억 원을 분담했다. 여기에 특혜 시비를 최소화하고 연고지와 상생하는 차원에서 일정액의 구장 사용료도 납부하기로 했다. 사용료는 창원시 스포츠산업진흥 조례상 사용료 하한선(25년 총액 120억 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반면 구단 유치 당시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굴던 창원시는 구장 사용료 협상이 시작된 뒤 태도가 돌변했다. 앞서 새 구장을 건립할 때 광주시에 300억 원을 낸 KIA, 대구시에 500억 원을 부담한 삼성 수준의 사용료를 NC에 요구했다.

이미 구장 건립비에 100억 원을 보탠 NC로선 200억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하라는 창원시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NC와 창원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개막 전부터 시작된 사용료 협상은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다.

창원시 ‘본사와 직접 협상’ 압박에 NC 수뇌부 두 손 들었다?

사용료 협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추가 분쟁과 논란을 예고하는 창원NC파크(사진=엠스플뉴스)
사용료 협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추가 분쟁과 논란을 예고하는 창원NC파크(사진=엠스플뉴스)

NC와 창원시의 협상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협상이라기보단 NC가 창원시와 정치권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는 편이 적절한 묘사라고 했다. 창원시는 300억 원 이상을 요구한 처음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러 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NC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스포츠지에서 창원시 비판 보도가 나오면 NC 수뇌부를 불러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반면 NC는 시종 수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자칫 창원시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사용료 협상은 물론 행정상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어 저자세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프로야구단 중에선 유일하게 공무원 대상 티켓 할인 혜택(최대 4매 30% 할인)까지 제공하면서 창원시의 협조를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협상은 장기전 양상을 띠었다. 창원시는 시즌 개막 이후 사용료 협상 담당 부서를 기존 야구장건립단에서 체육진흥과로 교체했다. 전문기관에 사용료 산정용역도 의뢰했다. 지역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창원시는 NC 황순현 대표이사, 배석현 경영본부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하며 ‘엔씨소프트 본사와 직접 협상하겠다’는 의사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NC는 NC대로 단국대학교(천안캠퍼스) 산학협력단에 구장 사용료 산정용역을 의뢰해 맞불을 놨다. 단국대 산학협력단은 현직 KBO 상벌위원인 스포츠 산업 전문가 전용배 교수가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곳이다. NC는 단국대에 3천만 원을 주고 용역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료 협상은 6월 들어 한 차례 파행 위기를 맞았다. 내막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NC와 창원시가 서로 법정 소송까지 검토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창원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을 계기로 다시 협상을 재개했고, 예정된 올스타전 본경기 당일(20일) 극적으로 사용료 합의에 도달했다.

다만 이번 협상 체결은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는 형태보다는, NC가 창원시 요구 조건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백기투항에 가깝다. 이를 두고 NC 구단 안팎에선 “창원시가 엔씨소프트 본사와 직접 협상을 추진하면서, 다급해진 황순현 대표가 창원시 요구를 수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NC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황 대표가 김택진 구단주의 신임을 많이 잃었다는 얘기가 구단 안팎에서 들린다. 사용료 협상 실패로 본사에서 직접 개입하는 상황을 막으려고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협상 주역인 배석현 경영본부장은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책임의 화살을 피해갔다.

“300억 원대 사용료 계약, 무능한 NC 수뇌부와 창원시 불통 행정의 합작품”

허성무 창원시장은 21일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사용료 계약을 마무리한 다음날이었다(사진=NC)
허성무 창원시장은 21일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사용료 계약을 마무리한 다음날이었다(사진=NC)

NC로선 여러모로 최악의 결과다. NC와 창원시가 합의한 사용료는 애초 NC 측의 요구 조건(200억 원 규모)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자, 먼저 새 구장을 지은 광주(300억 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1982년부터 야구단을 창단해 운영해온 광주와, 구장 신축을 조건으로 야구단을 유치한 창원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11년 NC와 창원시 간의 ‘기본 협약’ 내용이 사용료 협상 결과에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시 기본협약엔 ‘새 야구장의 최초 5년간의 사용 기간 동안 연간 유료 관람객 수가 100만 명 이하일 경우 사용료를 인하 또는 면제한다. 또한 5년간의 사용 기간이 경과한 이후의 사용료에 대하여는 연간 유료 관람객 수를 고려하여 시와 구단이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반기 NC는 홈 47경기에서 총 482,544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72경기로 환산하면 올 시즌 최종 홈 관중 수는 약 74만 명이 될 전망이다. 올해 새 야구장 개장 효과로 홈 관중이 크게 증가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100만 관중은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숫자다. 이 추세라면 NC는 기본 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최초 5년간 사용료 인하 혹은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 예상액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에 사용료 계약이 이뤄지면서, 창단 당시 기본 협약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 모양새다. 이와 관련 창원시는 ‘야구단 유치 당시 새 야구장 건립은 약속했지만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협약을 체결한 바는 없다. 또 NC에 새 야구장 운영권과 광고권을 부여한 만큼 사용료를 납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대로 협상이 체결될 경우 NC 입장에선 돈은 돈대로 다 내고, 연고지와 관계도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황이라며이렇게 협상을 끝낼 거였으면, 애초에 왜 사용료 줄다리기를 벌였는지 의문이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최악의 협상이라 했다.

NC에서 퇴직한 인사 역시 구단 안팎에선 연고지 이전을 비롯해 초강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카드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지역 정치권 압력에 굴복한 셈이 됐다NC 수뇌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창원시를 향한 야구계 시선도 곱지 않긴 마찬가지다. 야구단 유치 당시 온갖 장밋빛 약속을 내놨던 창원시는 막상 새 구장이 건설되자 구장 명칭부터 사용료 계약까지 전혀 NC 구단과 야구팬을 고려하지 않는 불통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구엔 생전 관심조차 없던 지역 토호들은 ‘마산’ 명칭을 이용해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허성무 시장은 구 마산야구장과 최근 올스타전에서 1년 새 두 차례 시구자로 나서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21일 올스타전에선 도포를 입고 시구하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300억대 거액에 사용료 계약을 마무리한 다음 날이었다. 내막을 모르는 이들은 ‘새 구장 건설에 큰 도움을 준 창원시장이 시구자로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야구가 또 한 번 정치에 농락당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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