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LG맨이 된 송은범(사진=한화)
이제는 LG맨이 된 송은범(사진=한화)

[엠스플뉴스]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송은범은 2018시즌의 특급 피칭을 재현할 수 있을까.

LG는 7월 28일 한화 이글스와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투수 송은범을 영입했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송은범이 정우영, 고우석 등 젊은 불펜투수들과 보조를 맞춰 가을야구를 이끌어주길 바라는 게 LG의 기대다.

이런 기대가 이뤄지려면 올 시즌 한화에서 보여준 피칭 정도론 곤란하다. 송은범은 이번 시즌 한화에서 37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3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5.1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68경기에서 7승 1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 2.50으로 ‘특급 셋업맨’ 활약을 했던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투수처럼 보이는 성적이다.

송은범의 반등 키워드 - 투심, 잠실야구장, 동기부여

LG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송은범(사진=한화)
LG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송은범(사진=한화)

올 시즌 송은범의 부진은 지난 시즌 보여준 기대 이상의 활약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지난해 송은범은 신무기 ‘투심패스트볼’ 장착과 함께 다시 엘리트 투수로 올라섰다. 송은범의 투심은 140km/h 후반대 스피드에 볼끝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러나 올해는 투심의 스피드와 구위가 모두 지난해만 못해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는 트랙맨 데이터 분석 결과 송은범이 던지는 투심의 수직 무브먼트가 예년보다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대신 슬라이더, 커브 등 나머지 구종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단 사실도 확인했다. 로케이션 상으로도 지난해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에 집중됐던 투심이 올해는 다소 높게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송은범의 투심 로케이션 비교. 왼쪽이 2018시즌, 오른쪽이 2019시즌이다. 탄착점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스탯티즈)
송은범의 투심 로케이션 비교. 왼쪽이 2018시즌, 오른쪽이 2019시즌이다. 탄착점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스탯티즈)

이에 따라 LG에선 우선 송은범의 잃어버린 투심 구위를 되찾는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투심 구위가 떨어진 원인을 찾는 게 먼저다. 지난해 많은 투구의 여파로 어깨와 팔꿈치의 예년만 못할 수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힘이 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메커니즘 변화로 공을 전처럼 강하게 눌러주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도, 바뀐 공인구가 손에 잘 안 맞는 것일 수도 있다. LG는 송은범의 SK 시절 은사 최일언 투수코치가 투심 구위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투심 구위 회복이 쉽지 않을 경우, 경쟁력 있는 다른 구종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피치 디자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올 시즌 송은범은 투심 구속은 떨어졌지만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큰 변화가 없다. 구종 구사율이나 로케이션에 변화를 줘서, 지난해와는 다른 스타일의 피칭으로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넓은 잠실야구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올 시즌 송은범은 땅볼 비율이 예년보다 줄었고, 외야로 가는 플라이볼 타구의 비율이 높아졌다. 작은 대전구장보단 넓은 잠실야구장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침 LG는 한화보다 훨씬 외야 수비력이 뛰어난 팀이다. 한화 시절과 구위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유니폼이 동기부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야구인 사이에선 올 시즌 송은범을 두고 “예년보다 다소 의욕이 떨어진 것 같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뛰어난 성적에도 FA 계약 초반 부진 탓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위닝팀 LG로 이적하면서, FA 자격 재취득을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 차명석 단장과 류중일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는 편이다. 송은범이 반등을 이루고,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준다면 LG로선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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