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 13일 인천 SK전 첫 선발출격

-디셉션과 컨트롤 뛰어난 투수, 다소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능력이 약점

-시즌 37경기 남겨둔 삼성, 남은 시즌 26승 이상 거둬야 5강 희망...사실상 가능성 소멸

-라이블리 영입, 오승환 복귀...올 시즌보다는 내년 시즌을 겨냥한 듯한 삼성의 움직임

삼성이 새로 데려온 외국인 우완투수 벤 라이블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이 새로 데려온 외국인 우완투수 벤 라이블리(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삼성 라이온즈 새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Ben Lively)가 오늘(13일)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라이블리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1위팀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이 경기는 오후 6시 20분부터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 된다.

오, 가엾은 라이블리. 한국 땅을 밟자마자 하필 제일 센 상대부터 만났다. 물론 위기는 한편으로 기회다. 데뷔전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력을 인정받고 한국 무대에 안착해 재계약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다. 몸값 총액 32만 5천 달러 중에 대부분이 ‘이적료’인 라이블리는 올해보다는 내년을 바라보며 한국 도전을 선택한 선수다.

‘디셉션+컨트롤’ 겸비한 라이블리, 삼성 마운드에 ‘활기’ 더할까

먼저 라이블리가 어떤 선수인지부터 알아보자. 1992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나고 자란 라이블리는 올해 나이 27살, 키 193cm에 몸무게 86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췄다. 2013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으로 신시내티 레즈에 입단해,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LG 김현수, 토미 조셉(퇴출)이 당시 팀 동료였다.

라이블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셉션’이다. 스리쿼터 암앵글로 큰 키를 100% 살리는 투구폼은 아니지만, 대신 공을 뿌리기 바로 직전까지 숨겼다가 ‘확’ 튀어나오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만회한다. 미국 시절 리포트에선 모든 구종을 던질 때 디셉션이 좋고, 특히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찾아볼 수 있다.

공을 끝까지 감추는 투구폼 때문에 잃는 것도 있다. 그만큼 팔이 나오는 궤적이 크고, 팔 부위에 큰 부하가 걸린다는 평가다. 힘의 전달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평가도 있다. 라이블리는 최고 150km/h, 평균 140km/h 중후반대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무브먼트가 ‘밋밋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컨트롤도 장점이다. 라이블리는 안정적인 밸런스와 일관된 타이밍으로 4가지 구종을 모두 스트라이크로 던질줄 아는 투수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인 컨트롤은 수준급, 공을 원하는 곳에 원하는 궤적으로 던지는 커맨드도 평균 이상이란 평가다. 메이저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9이닝당 볼넷 갯수도 3개 미만으로 수준급이다.

대신 변화구 레퍼토리 중에 확실한 무기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슬라이더는 나쁘지 않지만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 능력이 다소 아쉽단 평가다. 커브는 용도가 제한적이고, 타자에게 큰 것을 얻어맞기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4구종인 체인지업 같은 경우 선발 등판 때만 간간이 던졌고 불펜 등판때는 아예 봉인했다. 이 때문에 좌타자 상대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노출했다.

라이블리는 전임자 덱 맥과이어처럼 구위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단 디셉션+컨트롤로 승부하는 타입이란 점에서 저스틴 헤일리 영입 당시의 평가가 떠오르는 면이 있다. 패스트볼+커브 조합에선 지난해 활약한 팀 아델만도 연상된다.

헤일리는 독특한 투구폼을 앞세워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부상 이후 구위와 구속이 함께 다른 세상으로 사라지면서 결국 한국 무대를 떠났다. 비슷한 유형인 라이블리 역시 구위와 구속이 어느정도 받쳐줘야만, 한국 무대에서 꾸준한 활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때늦은 외국인 선수 교체-오승환 영입, 삼성의 시선은 내년을 바라본다

라이블리의 이름은 영어로 활기 넘치는, 적극적인 등을 뜻한다. 라이블리가 좋은 피칭으로 이름 그대로 삼성 마운드에 활기를 전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라이블리의 이름은 영어로 활기 넘치는, 적극적인 등을 뜻한다. 라이블리가 좋은 피칭으로 이름 그대로 삼성 마운드에 활기를 전할 수 있을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솔직히 이제는 삼성이 데려온 외국인 투수에 대해 미국 시절 리포트를 토대로 소개하는 게 의미있는 일인지 회의가 든다. 김한수 감독 재임 기간 삼성이 뽑은 외국인 투수는 전부 실패로 끝났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뽑은 맥과이어와 헤일리도 결국엔 시즌 중에 짐을 쌌다.

외국인 선수는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리그 적응과 현장의 활용에서 성패가 갈린다. 지난 3년 동안 뽑은 선수가 죄다 실패했다면, 뽑은 구단도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현장에서 얼만큼 선수를 잘 관리하고 활용했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최근 몇 년간 삼성이 겪은 시행착오를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다. 구단은 새로운 기술과 야구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스마트’한 방향으로 변신을 꾀하는데, 현장은 여전히 과거 스타일에 머물러 있다.

팀 홈런 1위 팀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번트를 대는 비효율성, 10개 구단 중에 가장 올드스쿨에 가까운 투수 코치(오치아이 에이지)의 존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구단이 추구하는 야구와 현장에서 구현하는 야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SK, 키움, NC처럼 구단과 현장의 손발이 짝짝 맞아떨어지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최근 외국인 투수 교체 과정, 오승환 영입 과정에서 삼성 구단과 현장 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감독은 직간접적으로 구단의 움직임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구단은 표면상으로는 남은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올해 이후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파이널 보스’ 오승환 영입이 대표적인 예다. 2015년 원정도박 사건으로 받은 72경기 출전정지 기간을 재활로 보낼 예정인 오승환은 당장 올 시즌 뛸 수 없는 선수다. 빨라야 내년 4월은 돼야 마운드에 설 수 있다. 반면 김한수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현장에선 오늘만 보며 순위싸움 중인데, 내년에 복귀할 선수에게 온갖 찬사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한수 감독은 오승환에 대해 야구 선배로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덕담 외엔 언급을 삼갔다. 오승환 복귀 기자회견이 있던 날엔 경기전 언론 인터뷰를 생략했다.

이날(10일) 5회가 끝난 뒤 삼성은 1대 3으로 KIA에 뒤진 가운데 화려한 환영 행사로 오승환 복귀를 반겼다. 오승환은 내년에 팀이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행사가 끝난 뒤 삼성은 KIA에 2대 7로 졌다. 현장과 내년 시즌이 조금씩 분리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건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도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삼성은 라이블리를 영입한 뒤 “뭐라도 해봐야 안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외국인 투수 교체가 5강 도전 마지막 승부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겠지만, 37경기를 남겨놓고 45승 1무 61패로 -16을 기록 중인 성적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5강 진출의 마지노선은 승률 5할이다. 시즌 3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삼성이 5할 승률을 거두려면 남은 경기에서 최소 26승은 거둬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라이블리가 이날 SK전을 시작으로 남은 8, 9차례 등판에서 전승을 거둔다 해도 쉽지 않은 얘기다.

오승환 영입 소식에 고무된 삼성 팬들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 구단 역시 대놓고 표현하진 않지만 실제 움직임은 올 시즌 이후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어쩌면 삼성의 남은 시즌 목표는 5강 싸움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만큼 현장을 지원했는데 안 됐다’는 이미지를 남기는 게 아닐까. 지난주 오승환을 데려오고 라이블리를 영입한 삼성의 행보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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