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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특급 유망주’ 김형준과 나종덕의 엇갈린 출발, 무엇이 달랐나

  • 기사입력 2019.08.14 10:50:03   |   최종수정 2019.08.14 1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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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양의지 빠진 31일 동안 5할 이상 승률로 선전

-스무 살 포수 김형준의 ‘폭풍 성장’이 비결…“스무 살답지 않은 안정감”

-김형준 성장과 비교되는 롯데의 포수난, 팀 성적 부진 책임 뒤집어쓴 21세 나종덕

-어린 선수 무작정 1군 출전 능사 아냐…좋은 선배 옆에서 보고 배우는 효과 적지 않다

 

고교 시절과 입단 당시 특급 포수 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형준과 나종덕(사진=NC. 롯데) 고교 시절과 입단 당시 특급 포수 유망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형준과 나종덕(사진=NC. 롯데)

 

[엠스플뉴스]

 

8월 1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 이날 NC 다이노스 주전 포수 양의지가 32일 만에 1군 무대에 돌아왔다. 이날 부상 복귀전에서 양의지는 솔로홈런 포함 3안타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고, NC는 한화에 10대 2로 대승을 거뒀다.

 

양의지는 ‘NC 전력의 반’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공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선수다. 그렇다면 양의지가 빠진 31일 동안 NC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기간 치른 19경기에서 NC는 10승 9패(승률 0.526)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오히려 시즌 전체 승률(0.505)보다 양의지 공백기 거둔 승률이 더 나았다. 

 

스무 살 젊은 포수 김형준이 대선배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덕분이다.

 

이동욱 NC 감독은 김형준에 대해 스무 살답지 않게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형준의 플레이에선 차분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뭔가에 쫓기듯 서두르거나 당황하는 법이 없다. 도루 저지와 블로킹 등 수비는 기본이고, 투수 리드와 타격에서도 성장세다. 입단 당시 NC가 기대했던 그대로 ‘폭풍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김형준의 순조로운 성장은 또 다른 포수 유망주 롯데 나종덕의 성장통과 대조를 이룬다. 나종덕 역시 고교 시절엔 초고교급 포수란 평가를 들었다. 오히려 고교 시절만 놓고 보면 용마고 나종덕이 세광고 김형준보다 더 유명세를 떨쳤다. 고교야구를 챙겨보지 않는 팬도 나종덕이란 이름을 알 정도였다. 2017년 롯데 입단과 함께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당장 내일이라도 롯데 안방마님 자릴 책임질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프로에 입단한 뒤 나종덕의 하루하루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고교 시절 장점이던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아직 기대만큼의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의 팀 성적 부진과 경기력 저하의 책임을 뒤집어썼고, 이제는 ‘국민 스포츠’가 된 ‘롯데 놀리기’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적이 되고 말았다. 

 

점진적인 육성 택한 NC, 유망주에 과중한 부담 안긴 롯데

 

올해 초 스프링캠프 당시 양의지를 지켜보는 김형준(사진=엠스플뉴스) 올해 초 스프링캠프 당시 양의지를 지켜보는 김형준(사진=엠스플뉴스)

 

김형준과 나종덕. 똑같이 아마추어 시절 이름을 날린 포수 유망주의 데뷔 초를 무엇이 이토록 극과 극으로 갈리게 했을까. 김형준은 NC 주전 포수가 아니다. 현재 위치는 양의지의 뒤를 받치는 백업 포수다. 양의지라는 거대한 존재 뒤에서 경기 후반 혹은 휴식일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NC가 양의지를 영입했을 때, 일각에선 김형준 등 유망주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게 아니냔 지적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론 양의지의 존재가 김형준의 성장까지 촉진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 김형준의 급성장에 대해 꼭 1군에서 경기에 나가야만 야구가 느는  건 아니다.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더그아웃에서 좋은 선배가 하는 걸 보고 배우면서 느는 것도 있다. 선배의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보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도 하면서 성장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준비도 안 된 어린 선수를 무작정 경기에 내보낸다고 자연히 육성이 이뤄지는 건 아니란 얘기다.

 

양의지란 큰 산의 존재는, 어린 선수 김형준이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NC는 김형준을 입단 첫 해부터 ‘점진적’으로 육성했다. 신인 선수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기지 않았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바로 1군에 기용하는 대신 2군에서 경기 경험부터 쌓게 했다. 

 

팀이 최하위로 추락한 6월이 돼서야 1군에 올려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서 잠재력을 증명했지만 올 시즌 바로 주전 포수라는 중책을 맡기지 않았다. 대형 포수 양의지를 FA(자유계약선수) 4년 계약으로 영입했다. 당시 이동욱 감독은 포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양의지 영입은 김형준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반면 나종덕은 어린 나이에 지구를 홀로 짊어진 아틀라스 같은 부담을 떠안았다. 2년 차 시즌인 지난해 기존 주전 포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했고, 강제 ‘포수 리빌딩’이 시작됐다. 나종덕에겐 김형준의 양의지처럼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울 만한 선배가 없었다. 고만고만한 롯데 포수진(김사훈, 안중열, 김준태)은 다들 나종덕과 비슷한 처지였다. 

 

나종덕은 지난해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했고 각종 수비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어느 정도 가능성도 보여줬다. 하지만 타격에선 타율 1할대(0.124)로 어려움을 겪었고, 롯데 성적 추락과 함께 나종덕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졌다.

 

올 시즌 들어 상황은 더 험악해졌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반 주전 포수로 활약한 안중열을 시즌 초반에 거의 기용하지 않았다. “홈런타자처럼 스윙한다”는 다소 납득하기 힘든 이유와 함께 나종덕-김준태가 번갈아 가며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지난해만 해도 블로킹 실력이 나쁘지 않았던 나종덕은 올 시즌 들어 폭투와 포수 패스트볼을 자주 허용하며 고전했다. 여기엔 비시즌 기간 준비과정의 문제, 투수진의 제구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폭투 최다(88개) 팀인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포크볼 구사율이 높은 팀(10.8%, 2위)이다. 

 

매 경기 쏟아지는 폭투에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고스란히 롯데 투수와 포수진의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졌고, 더 많은 폭투를 낳았다. 다른 구단 배터리코치는 롯데 포수들은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공을 받는 것 같다. 하반신의 움직임이 뻣뻣하고 반응이 늦다. 폭투를 내줘선 안 된다는 중압감 때문일 것이라 했다. 롯데를 향한 비난 여론이 잦아든 최근 들어 롯데의 폭투는 눈에 띄게 줄었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젊은 포수 김형준과 나종덕에겐 밝은 미래가 있다 

 

올 시즌 전반기 롯데는 총체적 난국을 겪었다. 투타는 물론 수비까지 무너진 아수라장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 전반기 롯데는 총체적 난국을 겪었다. 투타는 물론 수비까지 무너진 아수라장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사진=엠스플뉴스)

 

13일 양의지의 1군 복귀로 김형준은 다시 백업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양의지가 빠진 31일 동안, 충분히 팀의 안방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 포수란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앞으로 양의지의 옆에서 좀 더 배우고 경험을 쌓으면, 몇 년 뒤 리그를 이끌어갈 대형 포수로 성장이 기대된다.

 

롯데 역시 후반기 들어 나종덕의 출전 비중을 줄이고, 좀 더 경험이 많은 안중열 위주로 경기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나종덕으로선 과도한 부담과 비난에서 벗어나,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공필성 감독대행은 부임한 뒤 그간 뒷전으로 밀렸던 베테랑 선수들의 출전을 늘렸다. 그 틈새에서 고승민 등 신인급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빌딩’은 어린 선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군 경기에 내보낸다고 자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퓨처스 로스터를 1군에 이식한다고 세대교체가 되는 게 아니다. 베테랑 선수, 중간급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고 방어막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젊은 선수들이 그 틈을 비집고 솟아나서 기존 선수를 밀어내는 게 진짜 세대교체다. 선배들과 함께 교감하고 경쟁하면서 배우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NC는 이런 점진적 과정을 거쳤고, 롯데는 그러지 못했다.

 

김형준은 이제 스무 살, 나종덕도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다. 두 선수 다 여전히 한국야구의 미래를 책임질 포수 유망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14일 현재 김형준은 도루 저지율 46.4%로 1위, 나종덕은 41.5%로 2위에 올라 있다. 나종덕은 지난해 포수 평균대비 수비 승리기여(WAA) 지표에서 리그 8위(0.540)를 기록한 바 있다. 

 

다른 구단 배터리 코치는 나종덕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깝다저 나이대에 나종덕처럼 1군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몇이나 되는지, 21살 나이에 1군에서 잘한 선수가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종덕이 문제가 아니라, 나종덕에게 과중한 부담과 책임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롯데가 문제란 지적이다.

 

비록 출발점에서 차이가 벌어졌지만, 김형준과 나종덕에겐 앞으로 프로에서 활약할 많은 날이 남아 있다. 데뷔 초반 치른 비싼 수업료와 혹독한 시행착오가 먼 훗날 대형 포수로 성장하는 데 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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