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비요정으로 불러주세요. NC 2루수 박민우의 수비력이 일취월장했다(사진=NC)
이제는 수비요정으로 불러주세요. NC 2루수 박민우의 수비력이 일취월장했다(사진=NC)

[엠스플뉴스]

“마음 속에 큰 꿈이 있으니까, 그만큼 수비력을 보강하기 위해 더 노력하지 않았겠나. 또 좋은 경험을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도 비결이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은 올 시즌 2루수 박민우의 수비력이 부쩍 좋아진 비결을 ‘노력’과 ‘자신감’으로 압축했다. 박민우의 수비는 올 시즌 들어 물이 올랐다. 매 경기 다이빙 캐치와 슬라이딩 캐치, 아크로바틱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하이라이트 클립을 쏟아낸다. 단순히 공만 잘 잡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정확한 송구로 연결해 아웃으로 만드는 플레이를 펼친다. 포털 야구 섹션에서 ‘박민우 호수비’로 검색하면 경기당 1개 꼴로 나온 호수비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수비 지표에서도 리그 정상급이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평균 대비 수비기여(WAA)’ 지표에서 0.944를 기록해 KT 박경수(1.205)에 이은 리그 2위에 올랐다. 물론 국내 수비지표가 아직 선수의 실제 능력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실책수와 타구처리율 지표에서도 고루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원래 잘하는 타격과 주루는 물론 이제는 수비력까지 더해, 진정 공수주를 겸비한 선수로 올라선 박민우다.

박민우 ‘수비요정’ 만든 원동력 둘: 노력과 자신감

올 시즌 리그 2루수 중에 독보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민우(사진=NC)
올 시즌 리그 2루수 중에 독보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민우(사진=NC)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비수로서 박민우의 위상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박민우가 타격 성적에 비해 평가절하당한 가장 큰 이유가 불안한 수비였다. 지난 시즌 전체 2루수 67명 가운데 WAA 57위에 그쳤고, 2017시즌엔 68명의 2루수 중에 WAA 6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몇 차례 저지른 ‘대형 실책’이 사람들의 뇌리에 박민우의 수비력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뿌리내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2017시즌엔 악송구 실책 후유증으로 한 차례 2군에 내려가는 아픔도 겪었다. 선수 본인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팀에서도 외야수 전향을 검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입스’는 수비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입스 때문에 포지션을 옮기는 선수도 있고, 영영 극복하지 못한채 유니폼을 벗는 선수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박민우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수비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실책한 다음날이면 누구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펑고를 받았다.

이는 NC 창단 때부터 수비코치로 호흡을 맞춘 이동욱 감독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다. 이 감독은 “민우가 한때 수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시절도 있었다. 수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한규식 수비코치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민우의 수비가 좋아진 또 하나의 비결은 ‘자신감’이다. 호수비는 타구를 잘 잡은 뒤 송구해서 아웃으로 연결될 때 완성된다. 송구 트라우마가 있는 선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1루로 공을 뿌리기 어렵다.

올 시즌 박민우는 어려운 타구를 잡아서 아웃으로 연결하는 멋진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좋은 경험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자신감이 쌓였고, 이게 보다 과감한 수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감독은 “박민우가 자신감이 생긴 게 눈에 보인다. 송구 동작도 상황에 따라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을 오가며 실수없이 연결한다”고 했다.

박민우의 생각도 감독과 같다. 박민우는 “자신감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 했다. 그는 “사실 제 어깨가 약한 편은 아니다. 고교 때는 3루수와 유격수도 봤을 정도다. 송구 실수가 나오면서 한동안 자신감을 잃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송구할 때 자신이 생겼다. 동료를 믿고 과감한 수비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적생’ 이명기도 박민우의 수비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명기는 “다른 팀에 있을 때는 박민우가 이렇게 수비를 잘하는 줄 몰랐다. NC에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수비를 잘 하더라”며 엄지를 세웠다.

이 감독은 “박민우는 큰 꿈이 있는 선수다. 꿈이 있는 만큼, 수비를 잘 하기 위해서 더 신경쓰고 노력했을 것”이라 했다.

이 감독이 말하는 큰 꿈은 ‘국가대표 2루수’다. 지난해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선 벤치를 지켰지만, 이제는 위상이 달라졌다.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대표팀 주전 2루수와 생애 첫 골든글러브도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수비 요정’으로 거듭난 박민우의 위상이 NC 팀에서도, 한국야구에서도 점점 커져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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