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모여든 빅리그 스카우트…200명 가까이 운집

-SK 와이번스 김광현 향한 빅리그 관심 여전…“시장 나오면 참전할 것”

-아마추어 최대어는 덕수고 우완 장재영…150km/h 대 던지는 매력적 투수

-김광현은 팀 우승 통해 ‘명분’ 완성해야, 장재영은 고교 지배하는 에이스 면모 발휘해야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과 덕수고의 강속구 투수 장재영(사진=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과 덕수고의 강속구 투수 장재영(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제29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부산 기장군엔 약 200명에 달하는 스카우트가 몰려들었다.

20세 이하 유망주들이 뛰는 대회인 만큼 미국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프로팀들의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한국 대표팀 한 선수는 “이렇게 스카우트가 많이 올 줄은 몰랐다”며 놀란 눈치였다.

이들 중에는 김광현, 타일러 윌슨 등 KBO리그 선수를 관찰하러 국내에 상주하는 스카우트도 있고, 소문난 잔치 소식을 듣고 새로 한국을 찾은 스카우트도 있다. 한 미국 구단 스카우트는 “일본, 한국은 물론 타이완과 니카라과에도 체크할 선수가 있다”고 전했다.


스카우트 “다른 선수에 대해선 ‘흥미’ 김광현에 대해선 ‘큰 관심’”

김광현은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빅리그에 근접한 선수로 통한다(사진=SK)
김광현은 현재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가장 빅리그에 근접한 선수로 통한다(사진=SK)

대회 기간 몇몇 스카우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SK 와이번스 김광현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동부지구 한 스카우트는 “김광현이 등판한 경기를 꾸준히 지켜봤다”며 “최근에도 김광현을 보러 인천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다른 구단 소속 스카우트는 김광현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다른 외국인 투수나 한국 선수에 대해선 ‘흥미’ 정도라면 김광현에 대해선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아메리칸리그 소속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이 올 시즌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구단이 그렇게 보는 분위기”라며 “만약 시장에 나온다면 우리 팀도 참전할 의향이 있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과거 한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2014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포스팅 금액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200만 달러)이라 국내 잔류를 택했다.

그러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돌아온 올 시즌엔 분위기가 다르다.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지면서 이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커브와 투심성 스플리터 등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고, 보다 완성도 높은 피칭을 선보이며 그를 보는 빅리그 구단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여전히 적지 않은 빅리그 팀은 김광현을 선발보다는 ‘불펜이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빅리그 선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스카우트도 있다. 한 스카우트는 “불펜투수로 시작해 빅리그와 미국 생활에 적응한 뒤 선발로 가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며 선발투수로서 김광현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서부지구 한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은 팀 내 사정상 김광현을 영입할 계획은 없다면서도올 시즌 보여준 구위나 투수로서 능력으로 볼 때 충분히 선발투수로 활약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생각을 밝혔다.

한 스카우트는 경기장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영역에 대해 호기심을 보였다. 이 스카우트는 “미국 선수들처럼 요가나 필라테스 등을 트레이닝 방법의 일종으로 활용하는지, 영어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며 “만약 미국 진출 의사가 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현재로선 김광현이 국외 진출에 적극성을 보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소속팀 SK가 시즌 막바지 1위 굳히기를 위해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기 때문이다. SK와 맺은 FA(프리에이전트) 계약 기간도 아직 2년이 더 남았다.

김광현의 빅리그 진출은 어디까지나 팀을 다시 한번 우승으로 이끌고, 국내에서 ‘더 이룰 것이 없다’는 명분이 갖춰졌을 때 구단의 호의에 의해서만 현실이 될 수 있다. 미국 구단에 어떤 대우를 받으며 갈지도 중요하다. 김광현 본인도 팀의 우승 외에 개인적인 목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건 현재 KBO리그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선수가 김광현이란 사실이다.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김광현을 향한 관심과 구애는 계속될 전망이다.


빅리그 스카우트 “장재영에 류제국 이상 계약금 준비한 구단도 있다”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마운드에 선 장재영(사진=엠스플뉴스)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마운드에 선 장재영(사진=엠스플뉴스)

한편 기장에서 만난 스카우트들은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 중에선 덕수고 장재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스카우트는 정말로 탐나는 선수다. 앞으로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재목이고, 좋은 투수로 성장할 자원이라 했다.

서부지구 구단 스카우트도 “저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지는 능력은 연습한다고 가질 수 있는 재능이 아니다. 제구는 멘탈과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150km/h 중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 능력은 훈련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한 스카우트는 “스카우트가 사이에선 모 구단이 장재영 영입을 염두에 두고 과거 류제국(16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빅리그 팀들이 장재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기대를 채우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장재영은 이번 대회 내야수로 등록해 거의 모든 경기에 타자로 출전했다. 투수로 나온 건 중국전과 미국전 2경기뿐. 투구내용은 3.1이닝 3피안타 3실점 평균자책 8.10으로 좋지 못했다.

중국전을 지켜본 모 스카우트는 “아직 컨디션이 완전치 않은 것 같다. 올해 장재영을 괴롭힌 햄스트링 통증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도 “솔직히 장재영의 타자로서 활약을 기대하면서 기장을 찾은 건 아니다. 타격은 고교 레벨에서 잘하는 축에 들긴 하지만, ‘이도류’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투수’ 장재영의 활약을 보고 싶다고 했다.

동부지구 구단 스카우트는 “스카우트가 많이 모인 큰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직 장재영이 큰 대회, 많은 스카우트가 모인 경기장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는 건 볼 기회가 없었다”라며 이번 대회 결과에 아쉬움을 전했다.

장재영은 벌써 내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최대어로 큰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만약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서울권 1순위 선택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행이 유력하다. 장정석 감독이 극적인 재계약에 성공한다면 부자가 감독과 선수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여전히 국외 진출 가능성도 크다. 현재 거론되는 계약금 규모라면, 빅리그 진출 동기를 갖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내년 시즌 장재영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한 스카우트는 빅리그 팀들이 장재영을 주목하는 건 150km/h 후반대를 던지는 ‘잠재력’ 때문이라며내년 시즌엔 잠재력 만이 아닌 고교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꼭 보여줬으면 한다. 한 경기를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책임지는 강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재영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장재영은 올해까지 고교 무대에서 5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1경기(2018년 9월 11일 북일고 전 7.1이닝) 뿐이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철저한 보호와 관리 속에 아직은 선배들의 뒤를 받치는 역할만 해 왔다. 3학년이 되는 2020년, 장재영이 껍질을 깨고 슈퍼 유망주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