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 최초 부자 안타왕과 시즌 200안타 도전
-“페르난데스와 안타왕 경쟁, 나를 더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
-“슬럼프 없는 비결? 오늘 일은 빨리 잊는 무덤덤한 성격인 듯”
-“대표팀 발탁 간절하게 원해, 아이들이 야구의 꿈을 키우도록 잘하고 싶다.”

올 시즌 최다 안타 1위를 달리는 키움 외야수 이정후. KBO리그 최초 부자 안타왕과 동시에 시즌 200안타 고지도 노리는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최다 안타 1위를 달리는 키움 외야수 이정후. KBO리그 최초 부자 안타왕과 동시에 시즌 200안타 고지도 노리는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이미 신인 때부터 완성된 타자였습니다. 따로 더 할 말이 필요할까요?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외야수 이정후의 활약상 얘기가 나오자 혀를 내둘렀다. 타고난 실력과 성실한 노력이 합쳐질 경우 얼마나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 까닭이다.

(이)정후가 지난해까지 경험을 토대로 3년 차 시즌에 자신만의 한 시즌 루틴을 잘 만들었습니다. 시즌 초반 잠시 슬럼프가 있었지만, 다행히 곧바로 극복했어요. 신인 때부터 타격 자세를 따로 고친 것도 없었습니다. 하나 아쉬웠던 점이 외야 수비였는데 올 시즌엔 수비에서도 여유가 확실히 생겼어요. 국가 대표팀 중견수 자리를 봐도 될 정도로 크게 발전했어요. 장 감독의 말이다.

올 시즌 막판 이정후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KBO리그 최초 부자(父子) 안타왕(1994년 이종범 코치 196안타)과 더불어 2014년 서건창(키움·201안타) 이후 역대 두 번째 시즌 200안타 도전이다. 이정후는 9월 11일 기준으로 올 시즌 183안타를 기록 중이다. 잔여 시즌 9경기가 남은 가운데 경기당 평균 2안타를 꾸준히 기록하면 그 두 가지 도전에 성공할 전망이다.

엠스플뉴스가 이정후에게 부자 안타왕 도전과 관련한 아버지 이종범 코치의 얘기와 호세 페르난데스(두산)와의 최다 안타 경쟁, 그리고 태극마크를 향한 진심을 직접 들어봤다.

“180안타 뒤에 나오는 건 ‘보너스 안타’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신들린듯 방망이를 휘두르며 대량 안타를 쏟아내는 이정후다(사진=키움)
말 그대로 신들린듯 방망이를 휘두르며 대량 안타를 쏟아내는 이정후다(사진=키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오던 200안타 얘기가 현실로 되는 분위기다.

나도 신기하다(웃음). 사실 올 시즌 전 겉으로는 200안타가 목표라고 했지만, 솔직히 속으론 180안타가 목표였다. 입단 첫해 때 179안타를 쳤으니까 이번엔 180안타에 도전해보잔 마음이었다. 그래도 최대한 ‘200안타’라는 숫자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부터 나오는 안타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보너스?

지금 팀이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타격감이 괜찮은데 괜히 안타 숫자를 의식하면 안 좋은 공에 방망이가 나간다. 그렇게 되면 팀 성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로지 팀 승리에만 신경 쓰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계산은 하고 있지 않나. 남은 시즌 동안 경기당 2안타씩 기록해야 가능한 기록이다.

산술적으론 계산해봤지만, 머릿속으론 잊으려고 계속 노력한다. 시즌 최종 기록은 끝나야 나오는 거다. 당장 눈앞에 있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도 있으니까 잘 버텨야 한다.

200안타와 더불어 최다 안타 타이틀을 놓고도 2위인 페르난데스(175안타)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페르난데스가 잔여 16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 변수다.

페르난데스는 정말 잘 치는 타자다. 나도 페르난데스의 타격을 보며 배운다. 공과 방망이 면이 만나는 장면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다. 그런 선수와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페르난데스의 어떤 면이 가장 눈에 들어오나.

앞서 말했듯 공과 방망이가 만나는 면이 각도가 좋고 넓기에 안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모든 타자가 부러워할 만한 타격 어프로치다. 그런 면이 좋으면 스윙 타이밍이 빨라도 늦어도 다양한 외야 방향으로 날아가는 안타를 만들 수 있다. 페르난데스와 안타왕 경쟁으로 또 성장하는 듯싶다. 또 시즌 초반 슬럼프를 떠올리면 지금 안타왕 경쟁이 감개무량한 느낌이다.

아버지의 조언과 무덤덤한 성격, 이정후의 슬럼프를 없애다

해설위원직을 떠나 2군 총괄코치로 옮긴 아버지 이종범과 이정후의 대화는 올 시즌 다소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해주는 짧은 조언에 큰 도움을 얻는 이정후다(사진=엠스플뉴스)
해설위원직을 떠나 2군 총괄코치로 옮긴 아버지 이종범과 이정후의 대화는 올 시즌 다소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해주는 짧은 조언에 큰 도움을 얻는 이정후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 최다 안타 1위가 된다면 KBO리그 최초 부자 안타왕이 탄생한다. 아버지인 LG 이종범 2군 총괄코치가 안타왕 도전과 관련해 어떤 조언을 건넸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해설위원을 하실 땐 매일 집에서 만나고 경기 중계도 계속 보시니까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올 시즌 코치를 맡으신 뒤엔 거의 야구와 관련한 대화를 못 나눴다. 최근 안타왕 도전과 관련해 조언해주시기보단 나에게 ‘어떻게 그리 야구를 잘하냐. 비결을 알려 달라’고 말씀하신다(웃음). 기분 좋은 말만 해주시는 듯싶어 감사하다.

시즌 초반 슬럼프 극복에도 아버지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들었다.

시즌 초반 타격이 진짜 안 풀렸는데 아버지께서 ‘어차피 올 시즌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임해라. 타율 3할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뛰어라’고 조언해주셨다. 원래 생각보다 훨씬 낮게 목표치를 아버지가 먼저 얘기해주시니까 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다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달란 얘길 가장 자주 듣는다(웃음).

슬럼프를 빨리 탈출하는 비결이 따로 생겼나.

아무래도 성격인 듯싶다. 나는 한 경기 잘했다고 붕 뜨지 않고 그냥 무덤덤하게 있는 성격이다. 오늘 4안타를 때렸다고 내일 4안타 경기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항상 행복하거나 항상 우울해하기만 할 수 없는 게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갔을 땐 오늘 경기는 잊고 내일 경기만 생각한다. 아버지께서도 ‘야구를 하루 이틀만 할 게 아니니까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입단 1년 차와 비교해 3년 차 때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지난해까진 그저 단순하게 몸을 부딪쳐봤다면 올 시즌엔 생각하며 플레이하고 있다. 타석과 수비에서 모두 다 그렇다. 몇 가지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임하면 돌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가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상대 투수들의 공도 3년 동안 봤으니까 어떤 공을 이 타이밍 때 던지겠단 예상이 든다.

신인 선수들이 이제 상대하고 싶은 선수로 이정후를 꼽는 장면도 나온다.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고 학창 시절 때 나를 봤기도 하니까 그런 말을 하는 듯싶다. 나도 신인 투수들과 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물론 절대 지고 싶진 않다.

승부욕이 강해 보인다.

후배들도 그렇지만, 나는 무엇보다 또래 선수들보단 무조건 더 잘하고 싶다. 지고 싶지 않은 성격이다. (박)치국이나 (고)우석이는 내가 안타를 못 치면 꼭 문자를 ‘고맙다’고 보내더라. 내가 못했으니까 웃어넘기는데 무언가 짜증이 나긴 한다(웃음). 다음번엔 꼭 안타를 쳐 주겠다.

“아이들이 우릴 보고 야구를 시작하도록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다.”

이정후는 2017년 프로 데뷔 첫해부터 아시아챔피언십 대표팀에 뽑힌 뒤 지난해엔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종료 뒤엔 프리미어12 대회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정후는 2017년 프로 데뷔 첫해부터 아시아챔피언십 대표팀에 뽑힌 뒤 지난해엔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합류해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종료 뒤엔 프리미어12 대회 출전이 유력한 상황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장정석 감독은 이정후 선수가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중견수로도 충분히 뛸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태극마크를 향한 생각은 어떤가.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꼭 들었으면 좋겠다. 수비 위치에 상관없이 어디서든 뛰고 싶다. 신인 시절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대표팀에 발탁됐다. 물론 시즌 마무리가 먼저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크다.

사명감이 크게 느껴진다.

대표팀에 뽑힌다면 정말 잘해야 한다. 내 또래 아이들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보며 야구 선수로서 꿈을 키웠다. 이번엔 우리가 대표팀에서 잘해야 지금 어린아이들이 우릴 보고 야구를 시작하지 않겠나. 한국야구 인프라를 위해서라도 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나도 거기에 힘을 꼭 보태고 싶다.

대표팀에 앞서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아쉬움도 씻어야 한다. SK 와이번스로 이적한 옛 동료 고종욱 선수가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웃음).

(고)종욱이 형은 신인 때부터 나를 잘 챙겨주셔서 정말 친한 사이다. SK에 가서 잘하니까 보기 좋다.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상상을 해봤는데 아직까진 입 밖으로 꺼내긴 시기상조인 듯싶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온다면 말보단 행동으로 먼저 보여드리겠다. 무엇보다 종욱이 형 타구는 무조건 잡겠다(웃음).

키움 팬들도 지난해 겪은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 때문에 설욕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9경기가 남았는데 정규시즌 순위는 어떻게 끝날지 아직 모른다. 팬 여러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시면 우리 선수들도 거기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 마지막 순간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항상 감사드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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