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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R&D 파트 강화” 데이터 혁명은 롯데 야구를 어떻게 바꿀까

  • 기사입력 2019.09.15 07:50:02   |   최종수정 2019.09.15 08: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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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 역량’ 뒤처진 롯데・한화・KIA, 2019시즌 동반 하위권 추락

-성민규 단장, 롯데 R&D 파트 강화 선언…데이터 중심 조직으로 변신 시도

-시카고 컵스 시절 엡스타인 사장 주도 ‘데이터 혁명’으로 우승 경험롯데에 적용할까

-성민규 단장 “R&D 파트 중요국내 데이터 분석 전문가 찾는 중”

 

성민규 단장은 취임 이후 데이터 분석 파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단장은 '랩소도' 장비를 활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GM이다(사진=엠스플뉴스) 성민규 단장은 취임 이후 데이터 분석 파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단장은 '랩소도' 장비를 활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GM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15년 ‘하드볼타임스’ 필자 빌 페티는 칼럼(‘구단들은 어떻게 분석을 최대한 활용하는가’)에서 10년 전까지만 해도 손에 꼽을 숫자의 팀만이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뒀다. 이제는 사실상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 프런트가 경쟁 구단보다 우위를 누리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 분석 기법을 연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단언했다. 

 

이 분야에서 먼저 앞서나간 팀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장의 비효율을 알아채고 이용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반면 여기서 뒤처진 팀들은 비합리적인 투자로 엉뚱한 곳에 돈을 쏟아붓다가 경쟁에서 밀려났다. 최근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카고 컵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분석 파트를 운영하는 구단으로 통한다. 

 

최근 KBO리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올 시즌 순위표를 보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팀을 꾸린 구단들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데이터 파트가 아예 없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팀들은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뛰어난 데이터 분석 역량을 보유한 구단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선수 영입부터 훈련까지 구단 운영의 모든 분야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구단이다. 분석 파트 맨파워도 뛰어나다. 키움 히어로즈 역시 김치현 단장이 국제전략팀장 시절부터 기반을 닦아놓은 분석 역량이 여전히 건재하다.

 

창단 때부터 데이터 중심 조직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던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비선출’ 데이터 팀장에게 스카우트 팀장까지 맡기는 파격을 시도했다. 숫자와 스카우팅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탯과 스카우트의 두 관점을 얽히게 하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 

 

올해 5강 싸움을 펼치고 있는 KT 위즈도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적극적이고, 현장 코칭스태프의 호응도가 높은 구단이다. 이강철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최신 기술과 지식에 항상 열린 자세를 취한다. 박승민 투수코치와 수비파트 코치들도 항상 데이터를 연구하고 활용법을 고민한다. 만년 최하위였던 KT가, 데이터에 친화적인 코칭스태프가 합류한 올 시즌 5강 후보로 급부상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반면 10위 롯데 자이언츠, 9위 한화 이글스는 올해 들어 뒤늦게 데이터 팀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늦게라도 최신 흐름에 동참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이제 막 팀을 꾸리고 업무를 익히는 걸음마 단계다. 멀찌감치 앞서가는 구단들을 따라잡기엔 갈 길이 멀다. 

 

7위 KIA 타이거즈는 10개 구단 중에 트랙맨을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구단으로 알려졌다. 그룹에서 트랙맨 설치를 검토하도록 지시해 단장까지 참석한 가운데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설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시스템을 선호하는 전력분석팀의 반대 때문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데이터 분석과 활용은 이제 야구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데이터를 활용할지 말지는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야구에서 데이터는 전통적인 훈련, 스카우트, 전력분석처럼 야구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자리 잡았다.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통계적 모델을 만들고, 미래 전략을 짜고, 현장과 프런트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건 이제 모든 프로구단이 당연히 해야 할 일상적이고도 주요한 업무다. 


데이터 혁명은 시카고 컵스를, 야구를 어떻게 바꿨나

 

시카고 컵스가 활용한 3D 모션 픽처 기술. 시카고 컵스가 활용한 3D 모션 픽처 기술.

 

성민규 새 단장을 선임한 롯데 자이언츠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 단장은 취임 기자간담회 당시 한국에서 흔히 데이터 팀이라 부르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팀의 역량이 중요하다며 구단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단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 단장은 구단 프런트의 다른 파트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구단 내부 개혁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유독 R&D 파트만은 콕 짚어 강조했다. 야구계에선 이날 성 단장의 발언을 근거로, 향후 R&D 파트가 롯데 구단 운영의 핵심 부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성 단장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12년간 일하며 데이터 분석이 구단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목격했다. 테오 엡스타인 사장 부임 전까지 컵스는 100년 넘게 우승을 못하고 하위권을 맴도는 2류 구단이었다. 그러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엡스타인 사장이 2011년 부임한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엡스타인은 R&D 파트 강화에 역점을 두고 데이터 분석가 채용을 크게 늘렸다. 엡스타인 체제에서 컵스는 선수 스카우트부터 필드 위 전략까지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팀을 운영했다. 전통적인 세이버메트릭스 스탯은 물론 첨단 3D 모션 픽처 기술까지 도입해 선수의 기량을 극대화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데 활용했다. 이런 노력이 마침내 2016년, 무려 108년간 이어진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는 대형 FA(프리에이전트) 영입을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통계 전문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2009년 기준 1명 이상의 데이터 분석 인력을 보유했던 팀은 그렇지 않은 팀보다 2012년~2014년 사이 한 시즌당 7승의 추가 승수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다른 구단보다 앞서 데이터 분석 인력을 보유한 구단들이 해마다 2승 이상의 효과를 꾸준히 거뒀다는 분석 결과도 소개했다. “데이터 분석가들의 인건비가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들이 1년에 최소 2승만 추가로 가져다주더라도 FA 영입에 투자해서 2승을 얻는 비용보다 30배는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데이터 분석은 구단 운영의 모든 부면에 골고루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터를 통해 구단들은 선수의 숨겨진 가치를 알아보고, 보다 효율적인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다. 의사 결정권자들이 시장가 50억 이하 외야수에게 80억을 주고 영입하는 실수를 하지 않게끔 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공인구 효과’ 같은 리그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여기에 적합한 선수를 영입하게 돕는 것도 데이터 분석이 할 수 있는 일에 포함된다. 

 

데이터 분석은 팀 전력의 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은 물론 팀의 미래를 좌우할 신인 선수 스카우트에도 활용할 수 있다. 모 구단 관계자는 현재 목동야구장에 트랙맨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일부 구단이 올해 신인 스카우트에 트래킹 데이터를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례로 SK는 1차 지명 선수로 야탑고 좌완 오원석을 선택하면서 뛰어난 회전수와 익스텐션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데이터는 구단이 현재 팀의 역량을 평가하고, 미래 전력을 구축하고, 앞으로의 시장과 리그 판도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필드에서 라인업을 짜고 수비시프트를 펼치는 데도, 투수진의 ‘피치 디자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번도 맞대결한 적이 없는 투수와 타자의 상대 결과를 예측하고 대응책을 찾는 것도 가능하다. 부상을 최소화하고 보다 효율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 “R&D 파트 역량 중요, 전문가 찾고 있다”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과거 앞서가는 몇몇 팀만이 채용했던 데이터 분석가는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영화 '머니볼'의 한 장면. 과거 앞서가는 몇몇 팀만이 채용했던 데이터 분석가는 이제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데이터는 야구단의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데이터 분석만으로 마법의 만능 치트키를 갖게 되는 건 아니다. 빌 페티는 데이터 자체로는 경기력을 개선할 수 없다. 데이터를 단순한 통찰에서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들기 위해선 야구단이 많은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고 썼다. 특히 롯데처럼 데이터 분석 경쟁에서 ‘퍼스트 무버’들의 뒤를 쫓아야 하는 ‘패스트 팔로워’일 경우엔 더 장애물이 많다.

 

우선 제한된 인력 풀 안에서 ‘능력자’를 찾아야 한다. 비교적 최근 들어 데이터 팀을 꾸린 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인재는 야구단만이 아니라 대기업, 판교 테크 기업에서도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이다. 정말 야구에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 야구단 일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 특히 지방 구단은 사람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올해 초 NC가 낸 데이터 분석가 채용공고를 살펴보자. NC는 자격요건으로 ‘SQL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해,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영어로 통상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독해/회화 능력, MS 오피스 제품군 사용 능숙한 자’를 내세웠다.

 

우대조건은 ‘데이터 대시보드 사용/제작 경력, 파이선 또는 R 사용 능숙, 투구추적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도/분석 경험, Django/flask 등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 제작 경력, 통계학/컴퓨터공학/물리학 학사 또는 그에 준하는 학위, 데이터 분석 직군 1년 이상의 직무경력’을 제시했다.

 

NC 관계자는 “원래는 우대조건도 전부 ‘자격요건’으로 공고할 계획이었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선 필요한 능력들이다. 하지만 국내 인력 중에 해당 조건을 전부 충족하는 지원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자격요건 대신 우대조건으로 공고했다”고 했다. 

 

프로구단이 원하는 데이터 분석가의 조건. 프로구단이 원하는 데이터 분석가의 조건.

 

일종의 ‘먼치킨(munchkin)’이라야, 그것도 고액의 보수와 안정된 생활을 포기할 정도로 야구에 미친 먼치킨이라야 야구단 데이터 분석가로 일할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이런 먼치킨은 이미 대부분 다른 구단에 몸담고 있다. 롯데 같은 후발주자로선 인력 구하기가 만만찮다.

 

어렵게 우수한 인력을 확보한다고 끝이 아니다. 보수적인 기존 야구단 조직을 데이터 중심 조직으로 바꾸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R&D 파트의 역량이 뛰어나도, 현장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의사결정권자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현장 및 구단 내 의사결정권자들과 신뢰를 쌓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외부에서 볼 땐 데이터 파트의 역량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매년 하위권에 그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반면교사다. NC 다이노스 역시 데이터 분석을 본격적으로 그라운드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건 데이터 이해도가 높은 이동욱 감독이 부임한 이번 시즌부터다. 

 

데이터 기반으로 돌아가는 팀이 되려면 현장 지도자들부터 새로운 정보와 접근법에 열려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갖춘 감독과 코치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해야 손발을 맞출 수 있다. 데이터 파트 역시 분석 능력은 물론 데이터를 현장 야구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고, 보기 좋게 시각화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실제 SK, 키움, NC, KT 등 데이터를 잘 활용하는 팀의 경기 준비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면, 데이터 분석가가 감독 및 코치진과 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분석가들은 선수단과도 직접 만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물어보고, 선수들이 궁금해하는 점에 답을 들려준다. 

 

이런 문화는 데이터 부서를 신설한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수업료가 든다. 성민규 단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성 단장은 취임 기자간담회 당시 기록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기록을 우리 팀이 이기는 데 맞게끔 번역하는 것, 야구인의 시각으로 잘 순화해서 전달하는 것이라며 현장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성 단장은 엠스플뉴스와 전화 통화에서도 “R&D 파트의 역량이 중요하다. R&D 파트 강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대략적인 계획을 소개했다.

 

성 단장은 “새로 영입할 데이터 전문가는 기존 팀원들 교육까지 맡아야 한다. 이에 국외보단 가급적 국내에서 전문가를 찾으려고 알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100% 외부 인력으로 완전히 새로운 팀을 짜기보단, 전문가의 주도하에 R&D 파트의 역량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성 단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한 ‘프로세스(process)’에 부합하는 계획이다. 

 

다른 구단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롯데가 이제라도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역량 강화에 나선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구단 프런트가 똑똑해지고 있는지는 ‘데이터 분석가 구인 중’인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성민규 단장 체제의 롯데는 지금 데이터 혁명에 동참할 전문가를 찾고 있다. 롯데가 현대야구에 어울리는 팀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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