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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양의지 컴플렉스’ 극복한 박세혁 “배영수 선배 말에 자신감 생겼죠”

  • 기사입력 2019.09.16 09:50:04   |   최종수정 2019.09.16 09: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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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떠난 올 시즌 두산 베어스 주전포수로 자리 굳힌 박세혁

-리그 정상급 프레이밍 능력, 블로킹 능력으로 수비 공백 깨끗이 지웠다

-“열심히 달리고, 3루타 치는 포수…’나만의 야구’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우승 포수 프리미엄, 국가대표는 오랜 꿈” 1군 주전 넘어 최고의 2019년을 꿈꾼다

 

경기 중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박세혁의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경기 중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박세혁의 미소(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올 시즌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을 보면 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지난해까지는 백업 포수였다. 양의지라는 KBO리그 ‘역대급’ 포수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프로 입단 8년 만에 처음으로 1군 주전포수 기횔 얻었다.

 

주전 포수로서 박세혁의 활약상은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안정감 넘치는 포수 수비가 돋보인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978.2)을 소화하면서 출전시 투수 9이닝당 실점은 최소 2위(3.84)를 기록했다. 장기인 프레이밍 솜씨도 명불허전이다. 

 

블로킹 능력도 리그 정상급이다. 폭투와 포일을 9이닝으로 나눈 Pass/9 지표에서 0.359로 리그 3위에 올랐다. 평균 대비 수비 승리기여(WAA) 리그 포수 1위 자리도 박세혁(0.807)이 차지했다. ‘박세혁의 재발견’이다. 박세혁의 활약에 힘입은 두산은 양의지 공백과 타선 침체 속에서도 팀 평균자책 2위(3.56) 마운드를 앞세워 2위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즌 초반엔 양의지와 비교되는 데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양의지와 비교될 만한 포수가 누가 있겠냐’는 선배들의 격려에 힘을 냈고 자신감을 얻었다. 프레이밍 잘하는 포수, 3루타 때리는 포수로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야구에 느끼는 자부심도 크다. 1군 주전을 넘어 이제는 우승 포수와 대표팀 포수라는 더 큰 꿈에 도전하는 박세혁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풀시즌 출전 체력 부담…신인 시절 마음가짐으로 극복”

 

김태형 감독은 시즌 내내 박세혁을 향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사진=두산) 김태형 감독은 시즌 내내 박세혁을 향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사진=두산)

 

최근 우천취소되는 경기가 많았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 입장에선 잇단 경기 취소가 싫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세이브할 기회가 된 건 사실이다. (웃음) 비가 온 덕분에 잠시 쉬어갈 수 있었다.

 

올 시즌 리그 포수 중에 가장 많은 이닝(16일 기준 978.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일주일 내내 선발 출전한 적도 많았다. 시즌 중에 고비는 없었나.

 

6, 7월에 한창 안좋을 때가 있었다(6월 타율 0.174, 7월 0.173). 그때 조금 지쳤었던 것도 같다. 그래도 지금은 다시 올라가는 중이다. 떨어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도 있는 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주전포수로 처음 풀시즌을 소화하면서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신 덕분인 것 같다. 이 기횔 빌어 트레이너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시즌 시작 전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지 않았나.

 

물론이다. 당연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 전까지는 주전으로 144경기 풀시즌을 뛰어본 경험이 없지 않나. 아무것도 모르고, 닥치는대로 한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맞이했다. 신인 시절과 비슷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어렵게 잡은 주전 자리를 놓치기 싫은 마음도 클 것 같다.

 

프로 세계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안심해도 될 정도의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NC 다이노스로 간 양의지 선배처럼 잘 하던가. 그 정도가 아닌 이상, 끝없이 경쟁하고 계속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양의지와 나란히 언급되는 포수가 너 말고 누가 있냐’ 배영수 선배 말에 자신감 얻어”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그늘에서 오랫동안 백업 포수에 머물렀던 박세혁. 주전 자리를 꿰찬 올 시즌,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포수인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그늘에서 오랫동안 백업 포수에 머물렀던 박세혁. 주전 자리를 꿰찬 올 시즌,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포수인지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 얘기가 나온 김에 좀 더 해보자. 올 시즌 양의지의 NC 이적으로 전력이 약해졌단 평가도 나왔지만, 두산은 여전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여기엔 포수 수비에서 양의지의 빈 자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박세혁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내가 잘 메꿨다기 보단 투수조 후배들과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우리 팀이 워낙 선발진이 안정돼 있지 않나. 조시 린드블럼이란 20승 투수도 있고, 투수들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생각한다. 투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포수는 투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처음 주전 포수를 맡게 되면서, 투수들과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렇게 한번 해보자’ ‘올해는 이런 식으로 던져보자’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경기 때도 ‘내가 부족한 점은 많지만, 다 책임질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투수들이 날 믿어주고 잘 따라와 줘서 고맙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다행이다. 이형범도 잘 던지고 있고, 함덕주도 작년만 못하다 해도 여전히 좋은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고. 

 

시즌 초반엔 본의 아니게 양의지와 비교의 대상이 될 때가 많았다.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팀이 패하면 ‘양의지가 없어서 졌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내색은 안 해도 속으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스트레스라…솔직히 처음엔 신경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당연히 이런저런 비교하는 말도 많이 나왔다. 처음 잠실에서 맞대결했을 땐 스스로 주눅들지 말자고 다짐도 하곤 했다. 

 

어떻게 이겨냈나.

 

시즌을 치르고 경기를 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똑같은 한 팀의 한 선수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려 했다. 그리고 배영수 선배가 내게 들려준 말도 도움이 됐다. 

 

뭐라고들 하던가. 

 

양의지와 이름이 함께 언급되는 포수가 국내에 나 말고 누가 있냐고 하더라. 언론에서 자꾸 양의지 대 박세혁 구도를 만드는데, 그렇게 양의지에 한번 ‘비벼볼 만한’ 포수가 누가 있느냐. 거기에 자부심을 가져라. 그런 얘길 해주셨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 그 외에도 스스로 주전포수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떤 게 더 있을까.

 

일단 팀 평균자책이 좋은 걸 보면, 리그 상위권에 있는 걸 보면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3.56으로 리그 2위). 또 개인적으로 첫 시즌이지만 100안타 이상 치고, 50타점 이상 올리고, 많은 3루타를 기록하면서 ‘나만의 야구’를 펼칠 수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리그에서 가장 ‘프레이밍’을 잘 하는 포수로 통한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바꾼 횟수 데이터에서 매년 꾸준히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알고 있나.

 

그런 데이터가 있단 얘기는 처음 듣는다. 다만 프레이밍을 잘 하려고 신경쓰고 있는 건 사실이다. 포수의 기본 중에 하나다. 포수는 2루 송구를 해도 공을 잘 잡아서 던져야 하고, 공을 받을 때는 스트라이크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박세혁 포수는 언제부터 그렇게 프레이밍을 잘 했나.

 

예전부터 볼을 몸의 중심에서 잘 잡자는 생각을 했다. 미트 끝으로 잡기보단 가능하면 중심으로, 포켓으로 잡는다는 생각으로 포구했다. 물론 경기하다 보면 미트 끝으로 잡아야 하는 상황이 나오긴 한다. 또 국가대표 포수 형과 함께 뛰면서 보고 배운 것도 있다. 양의지 형도 미트질을 잘하고 프레이밍을 잘한다. 보면 공을 잡는 것도 부드럽고, 타격도 그렇고 모든 플레이가 부드럽게 이뤄진다. 그런 부드러운 면을 배우려 했다.

 

모든 플레이가 수치화돼서 공개되는 메이저리그에선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반면 아직 KBO리그에선 프레이밍이 온전한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듯 해서 아쉽다.

 

시즌 전체로 치면 팀의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좀 더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문화가 자리잡진 않은 것 같다. 

 

시즌 초반만 해도 두산 포수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수비에서 워낙 잘해준 덕분에 이제는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간 것 같다. 

 

아직 포수로서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정적인 평가조차도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 발전하라는 채찍질로 여긴다. 그래도 시즌 초에 비해면 부정적인 말이 줄어든 것 같아서, ‘내가 그래도 잘 하고 있구나’ ‘투수들이 믿고 따라주는 부분이 있구나’ 조금은 위안을 삼고 있다.  

 

수비에선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타격에선 6, 7월에 크게 부진하면서 어려움도 겪었다. 타격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건 없었나.

 

말씀대로 6, 7월에 한창 안 좋을 때는 방망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신인 때의 마음가짐으로 극복하려 했다.

 

신인 때의 마음가짐이라.

 

처음 프로 팀에서 뛰게 됐을 때는 어떻게든 1군에서 뛰는 게 목표였고, 한 타석만 들어가도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루고 난 뒤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계속 마인드 컨트롤하고, 1군에서 얻는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난 뒤 더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그 덕분인지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16일 기준 후반기 타율 0.292).

 

내 개인 성적이 뭐가 중요하냐는 생각을 했다. 지금 중요한 건 팀 성적이고, 내 성적보단 팀 성적이 좋아야 결과적으론 내가 산다고 생각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어떻게든 배트에 맞추려 하고, 배트 중심에 정타를 맞춰 살아나간다는 자세로 타석에 임했다. 


“많은 이닝 책임지는 포수, ‘용감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3루로 달리는 박세혁. 박세혁은 올 시즌 3루타 9개로 리그 1위다(사진=두산) 3루로 달리는 박세혁. 박세혁은 올 시즌 3루타 9개로 리그 1위다(사진=두산)

 

9월 3일 발표된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예비 엔트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로선 대표팀 주전 포수는 양의지가 될 거라는 예상이 많다. 

 

솔직히 의지형이 여기서 주전을 하고, 백업 역할을 할 때도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었다. 


어떤 자부심인가.

 

한국야구에 다시 나오기 힘든 포수진의 일원이란 생각을 가졌다. 주전은 주전 나름대로 한국 최고의 포수고, 백업은 백업대로 최고라는, 주전급 백업이란 얘길 듣지 않았나. 그런 평가를 받는 데 대해 정말로 큰 자부심을 느꼈다. 만약 국가대표에 뽑히게 돼서 의지형과 주전 백업으로 뛰게 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백업 경쟁도 만만치 않다. 강민호, 이재원, 최재훈 등 리그 정상급 포수들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는 내 오랜 꿈이자 목표였기 때문에, 거기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서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정규시즌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남은 경기와 포스트시즌에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다. 대표팀을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너무 거기에 신경쓰지 않고, 욕심을 버리려고 한다. 

 

방금 말한대로 두산에겐 올해 포스트시즌이 중요하다. 지난해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SK에게 우승을 내주는 아픔을 경험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설욕하고 싶은 의욕이 클 것 같다.

 

1위는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를 수 있을 거라 본다. 이번엔 우리가 상대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잃을 게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순리대로 풀어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포수는 많지만 우승 포수는 리그에 한 명 뿐이란 말도 있다. 

 

우승포수에게 붙는 프리미엄이 분명 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포수,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에 하나다. 만약 주전포수가 된 첫 시즌에 우승까지 이룰 수 있다면, 정말로 잊지 못할 2019년이 되지 않을까. 

 

나이 서른살에 비로소 1군 주전 포수가 됐다. 앞으로 박세혁이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박세혁이 보여주고 싶은 야구는 어떤 야구인지 궁금하다.

 

일단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포수가 되고 싶다. 20대에 체력은 충분히 세이브해 뒀다. 늦게 주전이 된 만큼, 나이를 먹어서도 충분히 많은 이닝을 책임질 자신이 있다. 지금처럼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풀로 뛸 수 있는 선수, 용감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또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 다른 포수들과 달리 한 베이스 더 뛰고 3루타도 치고 도루도 하면서 ‘나만의 야구’를 계속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박세혁이 생각하는 ‘포수’란?

 

포수는 희생이다. 자기가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전체를 위해 안고 가는 게 포수의 역할이다. 받아주면서 안고 가는 것, 그게 포수 아닐까. 그래서 포수를 ‘엄마’에 비유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박세혁은 엄마 같은 포수인가, 아니면 아빠 같은 타입의 포수인가.

 

아직은 처음이라 엄마인지 아빠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년까지는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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