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 2위 수성전 결정적인 맹활약
-‘시즌 33호’ 홈런왕 굳힌 박병호 “양보단 질이 중요하지 않나?”
-“어린 선수들이 더 밝고 재밌게 야구, 따로 말할 게 없다.”
-“두산과 가을야구 재대결하면 재밌을 것, 잘 준비해보겠다.”

키움 내야수 박병호는 팀의 2위 수성에 중요한 승리를 가져다준 맹활약을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키움 내야수 박병호는 팀의 2위 수성에 중요한 승리를 가져다준 맹활약을 펼쳤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타선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확성과 힘, 그리고 주루와 팀 배팅 등 모든 타격 분야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타선이 바로 키움 타자들이다. 키움 타선이 가장 무서운 건 개인 기록보단 팀 배팅에 더 초점을 맞춘 점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인 기록까지 따라오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이렇게 팀을 먼저 생각하는 타자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벤치에서 바라보는 감독의 눈에선 팀 배팅을 하려는 타자들의 노력이 보이는 까닭이다.

저희 팀 타자들에게 걸린 개인 타이틀이나 기록이 많잖아요. 선수라면 그런 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더그아웃에서도 가만히 보면 선수들이 개인적인 욕심보단 팀을 먼저 생각하더라고요. (이)정후 같은 경우에도 200안타가 걸려 있는데 최근 타석에서 욕심을 낼 카운트에서 꾹 참고 볼넷으로 걸어 나가는 걸 보고 참 대견했습니다. 그런 게 키움 타선의 힘인 듯싶어요. 장 감독의 말이다.

장 감독의 말처럼 올 시즌 주요 타격 지표 상위권엔 대부분 키움 타자들이 위치해 있다. 9월 16일 기준으로 홈런 1위(33홈런) 박병호를 시작으로 타점 1위(111타점) 제리 샌즈·득점 1위(110득점) 김하성·안타 1위(187안타) 이정후 등 소위 말하는 ‘키벤져스’의 파괴력이 대단하다.

“홈런 1위 숫자보단 홈런의 질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린드블럼을 상대로 시즌 33호 홈런을 날리는 박병호. 초구 커브를 노린 수가 제대로 통했다(사진=키움)
린드블럼을 상대로 시즌 33호 홈런을 날리는 박병호. 초구 커브를 노린 수가 제대로 통했다(사진=키움)

키움의 2위 수성에 중요한 승부처였던 9월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키벤져스’의 위력이 돋보였다. 특히 박병호는 선취 득점과 추격포, 그리고 동점 타점까지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 모든 걸 상대 에이스 투수인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만든 게 의미가 있었다.

이날 박병호는 0대 0으로 맞선 1회 초 2사 3루에서 린드블럼과 6구 승부 끝에 3루수 왼쪽을 뚫는 강력한 1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이어 6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린드블럼의 초구 커브를 노려 2대 3으로 추격하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8회 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도 박병호는 린드블럼의 3구째를 노려 3대 3 동점을 만드는 중견수 방면 희생 뜬공을 날렸다.

경기 초반부터 꾸준했던 박병호의 활약 덕분에 키움 타선은 8회 초에만 4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6대 3으로 승리한 키움은 3위 두산과 경기 차를 1.5경기로 벌리며 2위 수성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정말 중요한 경기였죠. 상대 팀도 에이스 투수가 나왔으니까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다행히 우리 팀 선발 투수인 에릭 요키시도 공이 좋았습니다. 6회 초 홈런이 나왔을 땐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이라 초구에 느린 변화구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 노림수가 잘 통했죠. 8회 초 동점 희생 뜬공 땐 2구째 노림수가 헛스윙으로 나와 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외야 뜬공이 목표였는데 운이 잘 따라 다행이었어요. 8회 찾아온 한 차례 기회에서 우리 타자들이 보여준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박병호의 말이다.

이날 시즌 33호 홈런을 날린 박병호는 시즌 100타점 고지까지 단 두 개의 타점만을 남겼다. 동시에 홈런 2위 SK 와이번스 최 정(28홈런)과의 격차를 벌리며 홈런왕 굳히기에 나섰다. 박병호는 100타점을 향한 욕심을 내비치는 동시에 ‘홈런 1위’라는 숫자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했다.

제 입으로 얘기하면 신경이 쓰이는데요(웃음). 그래도 100타점까지 두 개가 남았으니까 남은 경기에서 꼭 달성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홈런 부문에서 1등을 하고 있지만, 마음에 계속 걸리는 게 있어요. 건방을 떠는 게 아니라 홈런왕을 했을 때 스스로 정말 만족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타율(0.345->0.282)·출루율(0.457->0.400)·장타율(0.718->0.571) 등 전반적인 타격 수치가 하락했잖아요. 또 단순히 홈런 양보단 질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정말 중요한 순간 홈런이 나왔는지를 생각하면 걸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홈런 1위에도 아쉬운 마음이 큰 이유죠.

“띄엄띄엄 있는 잔여 경기 일정, 개인적으로 장점으로 생각”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의 더그아웃 분위기와 관련해 박병호는 자신이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한단 평가를 했다(사진=키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의 더그아웃 분위기와 관련해 박병호는 자신이 뭐라고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한단 평가를 했다(사진=키움)

키움 타자들은 개인 기록의 양보단 팀 승리에 도움이 됐는지가 더 중요하다. 200안타에 도전하는 이정후는 최근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나오는 안타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괜히 안타 욕심을 부리다가 팀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팀 내에서 베테랑 위치인 박병호 이런 젊은 타자들의 마인드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선수가 올 시즌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준비하는 자세를 보면 어린 선수들이 더 재밌고 밝게 야구하는 듯싶습니다. 제가 베테랑 선수로서 더 할 게 없는 팀이 된 느낌이에요. 후배들에게 이렇게 하자는 얘길 꺼낸 적이 최근엔 없어요. 밑에서 각자 팀을 위해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요. 올 시즌 키움의 가을야구는 무언가 더 재미있을 듯싶습니다(웃음). 박병호의 말이다.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키움은 잔여 일정에서 다른 팀과 비교해 가장 적은 5경기만 남은 상황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실전 감각 유지에 어려운 단점도 있다. 장정석 감독은 (잔여 경기 일정을 향한) 여러 가지 시선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휴식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칠 때라 어떻게든 쉬는 게 낫다. 쉴 때도 그라운드에 안 나가고 푹 쉬게 하는 게 내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호도 장 감독과 같이 잔여 경기 일정을 장점으로 받아들인다.

잔여 경기 일정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습니다. 선수마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론 타격감 유지에 공을 들인다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남은 5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거두고 다른 팀의 결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물론 그전에 많이 이겨놨어야죠(웃음). 포스트시즌에서 두산과 두 차례 만났는데 이번에 맞대결하면 뛰는 선수들이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재밌는 대결이 될 겁니다. 가을야구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한번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박병호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잠실구장을 떠났다.

잔여 경기 일정 편성과 더불어 올 시즌 장 감독의 관리 야구가 후반기 막판 빛을 발하고 있다. 선두 SK도 키움의 막판 스퍼트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박병호를 비롯한 키움 선수들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SK에 당한 연장 끝내기 홈런 패배를 잊지 않았다. 키움이 해마다 문턱에서 좌절했던 ‘V1’의 숙원을 올 시즌 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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