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투수 채드벨, 시즌 10승 달성…한화 최초의 외국인 10승 듀오

-시즌 초반보다 변화구 제구와 무브먼트 좋아져…한용덕 감독 “한국 와서 야구 늘었다”

-KBO리그행을 진심으로 원했던 채드벨, 꾸준한 기회 받으며 투수로서 성장했다

-“매 경기 꾸준하게 6, 7, 8이닝 책임지는 게 내가 할 일…계약은 구단의 몫”

키움 상대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채드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키움 상대로 8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채드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채드벨의 2019시즌은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드라마 같다.

어떤 드라마는 첫 회만 그럴싸하고 뒤로 가면 실망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별로인 작품도 있다. 반면 채드벨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매력이 보이고,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를 더하며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지는 투수다.

‘승리의 벨: 채드벨 이야기’ 시리즈는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렇게 재미나진 않았다. 개막 2연승 뒤 2연패, 3연승 뒤 내리 7연패를 당해 5승 9패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평균자책도 3.97로 덜 날아가는 공인구 시대의 외국인 투수치곤 평범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확 달라졌다. 8월 1일 KT전을 시작으로 내리 5연승을 달렸다. 두산, LG, NC, 키움 등 상위권 강팀을 상대로 연일 인상적인 호투를 펼치며 10승 고지를 밟았다. 특히 9월 17일 키움을 상대로는 7회 2아웃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채드벨의 10승 달성으로 한화는 앞서 먼저 10승을 올린 워윅 서폴드(11승 11패)와 함께 외국인 투수 10승 듀오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 외국인 듀오가 동반 10승을 거둔 건 이글스 창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빅리그 거물 출신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듀오도 하지 못한 일을 채드벨과 서폴드가 함께해냈다.


KBO리그 오길 원했던 채드벨, 더 좋은 투수로 성장했다

역투하는 채드벨. 한국 무대에서 변화구를 발전시켜 더 좋은 투수가 됐다(사진=한화)
역투하는 채드벨. 한국 무대에서 변화구를 발전시켜 더 좋은 투수가 됐다(사진=한화)

한용덕 한화 감독은 17일 경기를 앞두고 “채드벨이 한국에 와서 실력이 는 것 같다”고 했다.

리그에 적응을 잘 한 것 같다. 시즌 초반보다 안정적이고 실력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다. 초반엔 볼 스피드가 안 나오는 날엔 맞았었는데, 체인지업을 비롯해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좋아지다 보니 타자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한 감독의 평가다.

실제 채드벨은 시즌 초반만 해도 빠른볼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형의 투수였다. 전체 투구의 5~60%를 포심 패스트볼과 투심으로 던졌고, 변화구는 체인지업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부터 커브, 슬라이더 등 브레이킹볼 구사율을 높이면서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

6.2이닝 퍼펙트,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17일 키움전에선 전체 111구 가운데 20%를 커브(23구)로 구사해 키움 타선을 잠재웠다. “경기전 전력분석을 하면서 게임 플랜을 세웠다. 브레이킹 볼이 잘 들어가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변화구 제구도 잘 되고 무브먼트가 좋아서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 채드벨의 말이다.

내 생각으론 전반기는 KBO리그에 적응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전반기를 보내면서 체인지업이나 브레이킹 볼 등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후반기에 들어오면서 많이 보완했다. 특히 체인지업을 가다듬은 게 최근 많은 삼진을 잡는데 큰 힘이 됐다.

채드벨은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KBO리그 무대에 온 선수다. 그는 미국의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올 기회를 전부터 계속 찾고 있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는 20명으로 자리가 많지 않지만, 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채드벨의 생각에 KBO리그는 많은 기회를 받으면서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무대다. 그는 팬그래프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보다 꾸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미국에선 선발과 불펜을 오가야 했다. 루틴이랄 게 없었고 몸을 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에선 정기적으로 선발로 나와 문제없이 100구씩 던질 기회가 주어진다”라고 했다.

팀과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에선 외국인 투수가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만큼 기회를 받을 수 있다. 팀에서는 외국인 투수가 성공하길 원한다. 그래서 분석과 퍼포먼스 관점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한다.” 채드벨이 팬그래프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 팀메이트였던 서폴드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채드벨은 서폴드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알던 사이였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 서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야구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용덕 감독은 “채드벨이 훈련할 때 변화구 구사에 대해 서폴드에게 조언을 받는 것 같더라”고 했다.

채드벨은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좋은 선수로 발전하기 위해 KBO리그 무대에 왔다. 간절히 원했던 한국 무대의 기회를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더하고 믿음을 주는 투수로 발전한 비결이다.


“내년에도 한화에 돌아오길 희망, 계약은 구단이 결정할 몫”

채드벨의 드라마가 2020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사진=한화)
채드벨의 드라마가 2020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사진=한화)

채드벨은 아직 한화로부터 내년 시즌 재계약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 한화 관계자는 “지금처럼 해준다면, 구단으로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확실한 답을 내놓진 않았다. 채드벨은 남은 시즌 두 차례 더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한화는 지난 시즌 무난한 성적을 거둔 키버스 샘슨-데이비드 헤일을 한꺼번에 교체한 경험이 있는 팀이다. 한화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채드벨과 서폴드로 교체한 건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그만큼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에 한화만의 노하우와 자신감이 생겼단 얘기다. 앞으로 한화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건 채드벨이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한국에서의 생활과 한국 팬들과의 만남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단 점이다. 채드벨은 팬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선수로 뛸 때보다 더 좋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한국식 고기구이, 김치찌개도 잘 먹는다. 동료들이 지나가다 내가 밥 먹는 걸 보고 물어보기도 할 정도”라고 했다.

채드벨은 한국야구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사랑한다. 그는 팬그래프 인터뷰에서 “이런 열정적인 팬들을 만나긴 쉽지 않다. 올해 첫 등판 두산 전에서 관중석을 반씩 차지한 두산과 한화 팬이 9회 내내 미친 듯이 응원하는 걸 봤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17일 키움전을 마친 뒤에도 팬들의 응원 소리가 점점 커져서 퍼펙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채드벨은 강자에게 강한 투수다. 리그 1위 SK 상대로 2경기 평균자책 0.63, 2위 키움 상대로는 7회 2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고 3위 두산전에선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 1.69를 기록했다. 4위 LG 상대로도 5경기에서 평균자책 3.73에 6위 팀 KT 위즈 상대론 3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 3.00이다. 만약 내년 시즌 한화가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이 된다면, 채드벨의 존재는 상위권 싸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채드벨은 17일 키움전이 끝난 뒤 나 역시 내년에 한화에 돌아오길 희망한다. 오늘 게임이 어느 정도 임팩트를 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한다면서도선발투수로서 꾸준하게 6회 이상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계약은 구단에서 결정할 몫이란 생각을 밝혔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드라마가 시즌 1만 방영하고 끝나는 건, 팬의 입장에선 참 아쉬운 일이다. 갈수록 발전하는 투수 채드벨이 2020시즌 KBO리그에서 ‘시즌 2’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채드벨이 만들어갈 드라마의 두 번째 이야기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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