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두산, 키움 3강의 선두 경쟁…시즌 마지막까지 흥미진진

-SK가 5승 이상 거두면 한국시리즈 직행, 3승 3패일 땐 경우의 수 등장

-키움 3승, SK 3승이면 동률로 시즌 마감…맞대결 다득점 앞선 키움이 1위

-잔여 경기 일정은 SK, 키움이 유리…험난한 원정 3연전 앞둔 두산

시즌 막바지 치열한 1위 싸움을 펼치는 SK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시즌 막바지 치열한 1위 싸움을 펼치는 SK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태형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입을 모아 SK, 두산, 키움을 ‘3강’ 후보로 거론했다. 약점이 많은 다른 팀들과 달리 세 팀의 전력은 압도적이다, 레벨이 다르단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다른 구단들의 예상도 비슷했다. 한 수도권 구단 단장은 시즌 전 시뮬레이션 결과 SK, 두산, 키움 세 팀이 우승 경쟁을 펼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예상과 달리 8월 중순까지는 SK의 독주 체제가 펼쳐졌다. 키움과 두산도 상위 그룹을 형성하긴 했지만 SK와는 격차가 컸다. ‘절대 1강’과 ‘2강’ ‘3중’ ‘4약’의 구도로 페넌트레이스가 전개됐다.

그러나 정규시즌 종료를 보름 앞두고 갑자기 판도가 급변하는 분위기다. SK가 연패 늪에 빠진 사이, 두산과 키움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SK에 바짝 따라붙었다. 9월 23일 현재 1위 SK와 3위 키움의 승차는 불과 1.5경기 차. 이제는 누가 1위로 시즌을 마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위와 2위, 3위는 정규시즌 승차는 반 경기차라도 포스트시즌에선 하늘과 땅 차이다. 1위로 시즌을 마치면 달콤한 휴식을 즐기며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 반면 2위는 플레이오프를, 3위는 준플레이오프 혈투를 통과해야 한국시리즈를 넘볼 수 있다.

5승 이상 거두면 SK가 1위, 반타작 그칠 경우 ‘경우의 수’ 따져봐야

1위 싸움 펼치는 세 팀의 '경우의 수'. SK는 5승 이상 거두면 1위를 확정짓는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1위 싸움 펼치는 세 팀의 '경우의 수'. SK는 5승 이상 거두면 1위를 확정짓는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제 남은 경기는 SK와 두산이 각각 6경기, 키움이 3경기뿐이다. 일단 산술적으론 SK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SK는 잔여경기에서 5승 이상을 거두면 자동으로 1위가 확정된다. 4승 2패를 하더라도, 두산이 6전 전승을 거두지 않는 한 1위 자리를 뺏기지 않는다.

그러나 SK가 3승 3패 반타작에 그칠 경우엔 월드컵만큼이나 복잡한 ‘경우의 수’ 계산이 시작된다. 이 경우 두산이 5승 이상을 거두면 두산이 승률 0.611로 승률 0.608의 SK를 제치고 1위가 된다.

키움이 잔여 3경기 전승을 거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키움이 3전 전승, SK가 3승 3패, 두산이 4승 2패를 할 경우 키움과 SK는 87승 1무 56패 승 0.608 동률로 시즌을 마감한다.

이럴 경우를 위해 마련된 KBO 리그 규정이 있다. ‘제 3조 연도 구단순위 및 기록’ 3항에 따르면 “KBO 정규시즌 1, 2, 3, 4, 5위가 2개 구단 또는 3개 구단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 구단 간 경기에서 전체 전적 다승, 해당 구단 간 경기에서 전체 다득점, 전년도 성적순으로 순위를 결정한다”고 정해져 있다.

키움과 SK의 정규시즌 맞대결 결과는 8승 8패 동률. 이에 차선책인 맞대결 다득점을 보면 키움이 SK 상대 72득점, SK가 키움전 62득점으로 키움의 득점이 10점 더 많다. 결국 키움과 SK의 최종 승률이 동률일 때는, 키움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SK와 키움이 잔여 경기 2승, 두산이 4승 2패를 기록하면 두산이 우승을, 두산이 3승 3패일 때는 맞대결 다득점에 따라 키움이 1위를 차지한다. SK와 키움이 1승씩, 두산이 3승 3패일 때도 두산 우승, 두산이 2승 4패면 키움이 우승한다.

SK와 키움이 1승도 못할 땐 두산이 2승만 거둬도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얻는다. 그러나 두산이 1승에 그칠 경우엔, 키움이 우승을 가져간다.

두산이 무승부 경기를 기록할 때 경우의 수. 세 팀 동률시엔 키움이 우선권을 갖는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두산이 무승부 경기를 기록할 때 경우의 수. 세 팀 동률시엔 키움이 우선권을 갖는다(표=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두산이 남은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할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두산이 5승 1무를 기록하고 SK가 4승 2패를 거두면 두 팀은 88승 1무 55패 승률 0.615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맞대결 다승 규정에 따라 9승 7패로 우세했던 두산이 우승팀이 된다.

두산이 4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SK와 키움이 3승씩을 올리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세 팀 다 87승 1무 56패 승률 0.608로 동률이 되는 상황. 이 경우 두산과 맞대결에서 9승 7패 우세를, SK와 맞대결에서 다득점을 거둔 키움이 1위가 된다. 맞대결에서 앞선 두산이 2위, SK는 3위로 내려앉는다.


잔여 경기 일정 SK, 키움 ‘유리’ 두산은 ‘만만찮네’

키움은 남은 3경기 전승을 노린 뒤, SK와 키움이 실수하길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은 남은 3경기 전승을 노린 뒤, SK와 키움이 실수하길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월드컵에서 경우의 수를 따질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원칙이다. KBO리그 1위 싸움도 마찬가지다. SK는 5승 이상만 거두면 다른 팀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차지한다. 두산과 키움 역시 전부 이긴 뒤에 다른 팀이 미끄러지길 기대하는 게 순서다.

스케쥴만 보면 SK가 유리하다. SK는 5연패 중에 최근 7경기 6승 1패 상승세인 한화를 만나 더블헤더를 치를 뻔했지만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경기가 취소됐다. 사흘간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할 기회가 주어졌다. 선발 펑크로 불가피했던 ‘불펜데이’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남은 경기 SK의 상대는 KT, 삼성(3경기), 한화(2경기) 등 정규시즌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였던 팀들이다. 다만 KT는 5할 승률을 목표로 끝까지 전력을 다할 분위기고, 한화 역시 막판 순위싸움에 ‘마라소스’를 뿌려대는 중이라 안심할 상대는 아니다.

두산은 일요일 LG전 충격패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화요일부터 창원-부산-대구에서 하루 1경기씩 원정 3경기를 치르는 일정이다. 시즌 상대 전적 7승 7패로 호각세인 NC전 결과가 중요하다.

토요일 한화전도 좌완투수 채드벨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쉬운 경기는 아니다. 29일과 30일엔 LG, NC 등 상위권 팀과 1경기씩을 치르는 일정이 예상된다. LG 상대로 최근 연패 중이란 점이 부담스럽다.

한편 키움은 하위권인 KIA와 1경기, 롯데와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정규시즌 전적은 키움의 압도적인 우세. KIA전과 롯데전 사이에 이틀 휴식일이 있어 외국인 에이스와 불펜을 총동원할 수 있다. 다만 들쭉날쭉한 경기 일정 탓에, 경기 감각을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한국시리즈 직행 ‘천국’이냐, 플레이오프 혹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지옥의 일정이냐. 1경기 승패에 따라, 반 경기 승차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에 SK, 두산, 키움 세 팀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어쩌면 정규시즌 마지막 날 1, 2, 3위가 결정되는 초유의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싱거웠던 KBO리그 순위싸움이 마지막에 가서 재밌어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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