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에도 대담한 투구를 이어가는 정우영(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포스트시즌에도 대담한 투구를 이어가는 정우영(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솔직히 저도 떨리죠.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시즌 때와 똑같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던지려 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좋은 것 같아요.”

LG 트윈스 영건 불펜들에게 올 가을은 잔인한 계절이다. 마무리 고우석이 2경기 연속 무너졌고, 중간계투 김대현도 박병호에게 홈런을 맞고 고갤 떨궜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슈퍼루키’ 정우영만은 건재했다. 신인 선수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자신있는 피칭으로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쳤다.

10월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정우영은 팀이 3대 2로 앞선 8회초 1사후 진해수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한 점차 살얼음판 리드에 키움 3번 제리 샌즈와 4번 박병호를 상대해야 하는 중압감이 큰 상황이 주어졌다.

그러나 정우영은 대담한 피칭으로 키움 중심타선에 맞섰다. 약간의 운도 따랐다. 초구 투심을 받아친 샌즈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가 아웃이 됐다.

백미는 앞서 고우석과 김대현 상대로 홈런을 날린 박병호 타석. 1, 2루 연속 볼을 던진 정우영은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3-2 풀카운트로 승부를 끌고 갔다. 여기서 6구째에 몸쪽 붙는 투심을 던져,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큰 산을 넘은 LG는 8회말 터진 카를로스 페게로의 홈런으로 1점을 더한 뒤, 9회초를 고우석이 잘 막아내 4대 2로 승리했다. 시리즈 2패 뒤 첫 승리로 기사회생에 성공한 LG다.

LG 입장에선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는,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부상으로 빠져있던 오지환이 타격과 수비를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결승 타점을 올리는 활약을 했다. 부진했던 페게로도 홈런포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흔들렸던 고우석도 세이브를 따내며 벤치의 믿음에 부응했다. 여기에 정우영이 2경기 연속 호투로 ‘큰 경기용’ 투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남은 시리즈 반등의 모멘텀을 만든 승리였다.

경기 후 만난 정우영은 “지면 끝인 경기다. 내일이 없으니까,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형들도 2차전 진 뒤 잔뜩 독기가 올라 ‘무조건 이기자’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오늘은 무조건 잡자고 서로 이야기했다. 내일 (임)찬규형 선발 시켜줘야 한다고, 찬규형 위해서 꼭 이기자고 다짐했다.” 정우영의 말이다.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은 장면에 대해선 “잠들기 전에 생각했던 상황”이라 말했다. “박병호 선배를 만나면 삼진이든 땅볼이든 아웃을 잡는 장면을 이미지 트레이닝 했다. 자신있게 제 공을 던졌더니 결과가 좋았다.”

헛스윙을 유도한 6구째에 대해선 “풀카운트에 어차피 1루가 비어있으니까, 맞더라도 한번 인코스로 강하게 붙여보자고 생각했는데 공이 잘 떨어졌다. 박병호 선배도 아마 인코스는 생각 못하셨을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후반기 부진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정우영은 “후반기에 성적이 안 좋다 보니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상태였다. 보는 코치님마다 왜 이렇게 자신이 없어졌냐. 네 공 좋으니까 자신있게 던지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밝혔다.

“형들도 ‘가을야구는 보너스 게임이니까 즐겨야 한다’고 했다. 내일이 없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생각으로 가을야구에 임했다.” 또 포스트시즌 앞두고 김현욱 코치와 함께 시즌 초반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됐단 설명이다.

정우영은 “가을야구라고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경기장 분위기가 시끄럽긴 하지만, 시즌과 똑같다고 생각하고 들어왔다”고 밝혔다. “솔직히 떨린다. 그래도 내색 안 하려 한다. 긴장된다 생각하면 진짜로 긴장되니까, 시즌 때와 똑같이 생각하고 자신있게 던지려 했다. 그래서 결과가 좋은 것 같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신인 정우영이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보여줄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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