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플레이오프 2연승…한국시리즈까지 1승 남았다

-1차전 삼진 16개, 2차전 13개…삼진은 많아도 활발한 공격 펼쳐

-공격적이고 자신 있는 스윙이 키움 타선의 강점

-“아무리 좋은 투수가 올라와도 칠 수 있단 자신감 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잡은 키움 히어로즈(사진=엠스플뉴스)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잡은 키움 히어로즈(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1차전 16삼진, 2차전 13삼진. 키움 히어로즈 타선이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당한 삼진 개수다. 1, 2차전 상대 선발로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이 나왔나 싶을 정도로, 모자에 적힌 K가 삼진의 약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 수없이 헛스윙하고 삼진을 당한 키움 타선이다.

보통 이렇게 많은 삼진은 타자가 투수에게 압도당했을 때 나오는 결과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키움은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승리했다. 무엇보다, 정작 키움 타자들은 경기 내내 삼진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는 게 주목할 점이다.

정말요? 저희가 삼진을 그렇게나 많이 당했어요? 전혀 몰랐습니다.

10월 1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만난 키움 김혜성에게 전날 키움 타선의 삼진 개수를 알려주자, 깜짝 놀라며 한 말이다.

“와, 우리가 삼진을 16개나 먹었구나. 저희는 그렇게 삼진이 많은 줄 모르고 있었어요.”

이날 키움은 역전 재역전을 거듭하는 승부 끝에 8대 7로 승리를 거뒀다. 아마 이날도 키움 타자들은 삼진을 13개나 당한 줄 까맣게 모른 채, 웃으며 숙소로 돌아갔을 것이다.

5타수 무안타, 그래도 김하성은 자신의 스윙을 계속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훈련하는 키움 타자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훈련하는 키움 타자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선수들은 모를 수 있어도, 타격코치인 저는 알죠.”

키움 강병식 코치는 ‘1차전 삼진 16개’ 얘기에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보였다.

어차피 공을 쳐서 아웃당하나, 삼진으로 아웃되나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가는 건 똑같습니다. 삼진은 많이 당했지만 안타 13개에 4사구 7개로 20명이 출루했고요. 활발한 공격을 펼친 만큼, 많은 삼진 개수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강 코치는 삼진이라는 결과보단 과정에 주목했다. 만약 삼진을 당하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면, 고민을 해봐야 할 겁니다. 볼에 따라가면서 스윙한다거나, 가운데를 놓쳐서 삼진당하면 생각을 해봐야죠. 하지만 선수가 자기 스윙을 했고, 어려운 공에 삼진당했다면 그건 납득이 되죠.

2차전 제리 샌즈가 대표적이다. 이날 샌즈는 5타수 무안타에 네 차례나 삼진으로 물러나며 ‘골든 솜브레로(Golden sombrero)’ 게임을 했다. 결과만 보면,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워스트 플레이어’로 지목당할 만한 기록이다.

하지만 샌즈는 이날 키움 재역전승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다. 선두타자로 나온 8회초, SK 셋업맨 서진용을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며 투구 수를 늘리고 진을 뺐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샌즈의 삼진 이후 키움은 김웅빈의 번트안타를 시작으로 김규민의 2루타, 이지영의 적시타가 잇달아 터져 동점을 만들고 서진용을 끌어 내렸다.

“그렇게 삼진을 많이 당하면서도 선수들이 인지를 못 했다는 건, 자기 공에는 자기 스윙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강병식 코치의 말이다. “SK도 준비를 잘해서 나왔고, 좋은 투수가 많은 팀입니다. 2주간 휴식을 취하고 나온 뒤라 공에 힘도 있어요.”

아무리 리그 타격 1위 키움 타선이라도,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리그 최강 SK 마운드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많은 삼진을 당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키움 타자들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풀스윙을 돌렸다. 결과가 삼진으로 끝나도 위축되지 않고 다음 타석을 준비했다.

김하성은 1차전 첫 5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저렇게 스윙하면 몸이 으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스윙. 하지만 결과는 계속 빗맞은 범타에 그쳤다. 특히 7회와 9회엔 주자가 득점권에 있는 상황에서 빗맞은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 3루 쪽 관중석의 탄식을 자아냈다. 어찌나 타구가 높게 떠올랐는지, 고척돔 경기였으면 천장에 맞을 법한 타구였다.

그래도 김하성은 위축되지 않았다. 연장 11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김하성의 이날 경기 여섯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문승원의 6구째 빠른 볼에 김하성은 앞의 다섯 타석에서 한 것처럼, 특유의 크고 시원시원한 스윙을 돌렸다. 결과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이 안타는 이날 결승타가 됐고, 김하성은 마지막 순간 히어로가 됐다. 이게 바로 야구다.

앞 타석 결과 때문에 위축되기보단 ‘한 번 더 기회가 와라’ ‘이번에 오면 절대 안 놓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조건 친다는 마음뿐이었어요. 치는 순간, 100퍼센트 빠른 볼이란 확신을 갖고 공을 때렸습니다. 김하성의 말이다.

“하성이가 그 이전 타석에선 결과가 안 좋았지만, 그래도 과감하고 자신 있게 돌리는 걸 보고 하나는 꼭 쳐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하성의 안타에 홈을 밟은 서건창의 말이다.

“타석에서 기죽지 않아…어떤 투수가 올라와도 칠 수 있단 자신감 있다”

2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송성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송성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공격적이고 자신 있는 스윙은 김하성뿐만 아니라 키움 타선 전체가 공유하는 특성이다. 리드오프 서건창부터 9번타자 김혜성까지 라인업 전체가 초구부터 확신을 갖고 과감하게 배트를 휘두른다. 두려움이나 망설임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의 가장 큰 장점이죠. 시즌 내내 항상 그런 분위기 속에 야구를 해 왔습니다.” 키움 조재영 코치의 말이다.

“김하성의 처음 다섯 번의 타석을 보면, 초구부터 계속 방망이를 돌리잖아요. 초구 파울, 초구 내야플라이, 그래도 또 초구를 때렸습니다.” 강병식 타격코치의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타자는 제 스윙을 못 하게 됩니다. 초구를 놓치고, 쫓기다 보면 제 스윙을 못 하고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되죠. 김하성이 계속 범타로 물러났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자기 스윙으로 투수와 맞서길 바랐어요. 장정석 감독님도 선수들이 그렇게 하길 원하시고, 그런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죠. 덕분에 선수들이 좀 더 자기 스윙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차전 MVP 김규민은 “선배들과 동료 타자들 모두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고 도와주기 때문에, 타석에서 기가 죽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투수가 올라와도 칠 수 있단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주장 김상수 형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덕분에 후배인 저희도 기죽지 않고 자신 있게 타격할 수 있습니다.”

김혜성은 “형들을 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다”며 “삼진을 먹었다고 자기 스윙을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기가 잘 해왔던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투수 형들이 잘 던지는 것도, 타자들이 부담을 덜 갖고 타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혜성의 말이다. “쉽게 점수를 주지 않잖아요. 만약 투수들이 점수를 많이 내주면, 타자들 입장에선 점수를 못 냈을 때 조급해질 수가 있어요. 우리 팀은 투수들이 워낙 잘 막아줘서, 한결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설 수 있습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잡은 키움 선수단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2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송성문은 “제가 아닌 누가 타석에 나왔어도 다 저 정도는 쳤을 것”이라 했다. “만약 저만큼 기회가 주어졌다면, 저보다 잘하면 잘했지 못하진 않았을 겁니다.”

김규민은 “질 거라는 생각이나 분위기는 조금도 없다. 정말 9회말 3아웃이 되기 전까지는, 진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가 하나라도 그런 생각을 하면, 형들이 바로 더 화이팅을 하고 ‘으쌰으쌰’ 해서 분위기를 끌어 올립니다. 정말 좋아요.”

5타수 무안타에 그쳐도, 골든 솜브레로를 머리에 써도, 키움 타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다음 타석을 준비할 것이다. 김하성이 여섯 번째 타석에서 그랬던 것처럼, 준플레이오프 내내 침묵했던 김규민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란 목표가 있잖아요. 김규민의 말이다. 누구 하나가 못하면, 다른 팀원이 잘해서 메워줍니다. 우리 팀엔 대단한 타자들이 많잖아요. 항상 팀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내가 못 쳤다는 자책을 덜 하게 되는 이유죠.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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